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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결혼을 넘다’…“정상가족 외 관계에 제도적 차별·배제 정당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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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결혼을 넘다’…“정상가족 외 관계에 제도적 차별·배제 정당하지 않아”
  • 권지현 기자
  • 승인 2021.08.15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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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생활동반자법’ 토론회 개최

(시사캐스트, SISACAST= 권지현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은 당내 여성주의 의제조직 ‘베이직페미’ 준비위원회와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가족, 결혼을 넘다’를 지난 12일 개최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은 당내 여성주의 의제조직 ‘베이직페미’ 준비위원회와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가족, 결혼을 넘다’를 지난 12일 개최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은 당내 여성주의 의제조직 ‘베이직페미’ 준비위원회와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가족, 결혼을 넘다’를 지난 12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줌(ZOOM)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60명이 참여했다.

혈연과 혼인 관계를 뛰어넘어 함께 사는 사람이 동반자로 지정되는 ‘생활동반자법’을 2014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국회의원이 발의하려 했으나 많은 편견과 반대로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그 후 7년 만에 국회에서 재논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용혜인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외롭지 않을 권리를 제기하면서 ‘생활동반자법’이 우리 사회 의제로 등장한 지 7년이 됐다”며 “생활동반자란 혈연이나 혼인 관계로 맺어지지 않은 시민들이 서로 돌보고 살아가자고 합의하고, 그 관계를 국가에 등록하면 국가가 사회보장제도상의 권리를 제공해주는 단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가 정상가족의 기준을 정해놓고 그 외의 관계는 제도적 혜택에서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은 더 이상 정당성이 없다”면서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비혼 동거, 동성 결합 등 다양한 관계를 사회가 인정하는 방안을 국회가 적극적으로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이미 10명 중 7명의 국민은 혼인·혈연 여부와 상관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받아들였다”며 “그간 가족구성권 논의와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온 분들이 토론회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또한, “국회에서의 논의를 넘어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중받는 사회 비전을 정치권에서 제시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여는발제를 맡은 노서영 베이직페미 준비위원장은 여성가족부의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 대해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겠다는 계획에 생활동반자법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노 준비위원장은 “동성 커플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세상 모든 가족’에서 예외였다”면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가족 해체가 아니라 누구나 원하는 사람과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우리에게 없다는 사실”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이종걸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상호적인 돌봄과 연대, 결합-생활동반자제도를 통한 실현’이라는 제하의 기조발제에서 제도 밖 가족이 겪는 차별적 현실과 제도적 배제를 비롯해 현행 가족제도의 문제를 짚었다. 그리고 “가족 상황과 가족 형태에 대한 차별을 직접 해소하는 방안이자 가족 구성권 보장을 위한 전제조건으로써 생활동반자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 “여전히 ‘정상가족’을 중심… 정상·비정상 나누는 형태주의적 접근” 비판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은 당내 여성주의 의제조직 ‘베이직페미’ 준비위원회와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가족, 결혼을 넘다’를 지난 12일 개최했다. 토론회 모습. ⓒ기본소득당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은 당내 여성주의 의제조직 ‘베이직페미’ 준비위원회와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가족, 결혼을 넘다’를 지난 12일 개최했다. 토론회 모습. ⓒ기본소득당

토론에서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은 다양한 가족의 변화에 따른 법적 대응 방안으로 헌법 제36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혼인’의 의미 정립, 법에 내포된 ‘가족 위기 담론’ 중심의 가족 관점의 전환, 그 밖에도 민법의 편제 개편 및 혼인·혈연 중심의 가족 범위 규정 삭제, ‘사실혼’ 개념의 변화, 생활동반자법 제정 등을 설명했다.

또한 박 상임연구위원은 “현행 제도의 미비가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낳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서 새로운 법 제정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다정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는 “여성가족부의 가족정책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상가족’을 중심에 두고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형태주의적 접근과, 느끼지 못하게, 꿈꾸지 못하게, 관계 맺지 못하게, 에로틱함과 무관하게 만드는 국가의 시설 정책”을 비판했다. 

김 활동가는 “시설화를 해체하기 위한 관계 확장에 생활동반자법이 필요하다”면서 “생활동반자법이 혼인 가능한 범위를 확장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족과 파트너십 중심의 관계를 넘어 사회적인 존재로서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시민적 유대와 친밀성을 중심으로 한 유기적 관계망에 대한 논의로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에 나선 피아 투명가방끈 활동가는 ‘가정복귀’로 귀결되는 국가의 보호 조치 아래 폭력적인 원가정으로부터의 독립조차 쉽지 않은 청소년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로 토론을 이어갔다. 

그는 “청소년도 혈연 가족 외 사람과도 같이 갈 수 있게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독립을 하려 할 때 가능한 선택지나 대안도 더 많아질 것”이라며 “청소년의 경우에도 생활동반자법이 적용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성인 2인’이라는 법적 틀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지, 동성혼에 대한 반대에 어떻게 맞서서 다양한 가족 형태와 관계에 대한 차별을 없앨 수 있을지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편, 프랑스는 1999년 동거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시민연대계약 ‘팍스(PACS)’ 제도를 도입했다. 팍스는 두 성인이 계약을 통해 결혼한 부부와 유사한 권리와 의무를 갖게 하는 제도로 지난 2017년 19만 4000여 건을 기록했다. 독일은 2001년 생활동반자법을 입법해 혼인과 유사한 공동체를 법규화해, 동반자 관계 커플에게도 가족으로서의 권리와 부양 의무, 가사로 인한 채무의 연대 책임 등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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