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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돌아온 이재용, 흔들리는 삼성의 ‘초격차’ 바로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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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돌아온 이재용, 흔들리는 삼성의 ‘초격차’ 바로잡나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1.08.15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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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가석방 결정은 사회의 감정, 수형 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올해 초 평택 공장을 점검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올해 초 평택 공장을 점검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확정된 8월 9일 오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같이 말했다.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은 내년 7월 만기 출소를 11개월 앞두고 8월 13일 풀려나게 됐다.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수감 생활을 시작한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치열하다. ‘재벌 특혜’라는 지적과 경제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옹호론이 맞서고 있다. 

어찌됐든 이재용 부회장은 다시 삼성그룹의 조종간을 잡게 됐다. 취업 제한 5년을 통보받은 상황이라 경영 여건이 자유롭진 않다. 그럼에도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행선지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이었다. 사실상 경영 복귀를 선언한 셈이다. 

실제로 삼성그룹 앞에 놓인 난제는 적지 않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하는 ‘효자’ 반도체 사업부의 미래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향후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삼성물산 주가 추이.[자료=네이버금융]
삼성전자 주가 추이.[자료=네이버금융]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최근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Winter is coming)’란 보고서를 통해 D램 업황이 활력을 잃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업황이 2019년 이후 처음으로 확장사이클의 후반기에 접어들었다”면서 “이런 국면 변화는 역사적으로 미래 이익의 상당한 감소를 의미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만 해도 코로나19 국면에서 억제됐던 소비가 급증하고, 주춤했던 세계 공장들이 가동률을 끌어올리면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급 불균형이 점차 해소되는 모습이다. 

후발주자들의 기술 추격도 리스크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론은 최근 세계 최초로 14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4세대 D램을 양산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생산 중인 15나노미터 D램보다 한단계 높은 기술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에도 176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삼성전자의 128단 낸드플래시보다 앞선 기술이었다. 신기술을 선점해왔던 삼성이 미국 마이크론에 선수를 내준 셈이었다. 

그간 수년간 글로벌 시장 1위를 차지해온 스마트폰 사업부의 위상도 위태롭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5G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삼성전자는 4위에 그쳤다. 중국 업체 샤오미가 25.7%의 점유율을 보이면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 업체 비보가 17.5%로 2위, 오포가 16.9%로 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새 갤럭시 제품.[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새 갤럭시 제품.[사진=삼성전자]​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지난해 1분기 34.6%로 1위에 올랐던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완벽하게 밀려난 상황이다. 애플의 순위를 더하면 삼성전자는 5위로 떨어졌을 공산이 크다. 

이 때문인지 삼성 관련 주가의 움직임도 신통치 않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란 호재에도 투자자들이 이 회사의 미래를 밝게 점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주가는 가석방 발표가 난 9일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8월 9일 8만1000원을 웃돌던 주가가 13일엔 7만4000원 수준의 박스권에 갇혔다. 

​삼성물산 주가 추이.[자료=네이버금융]​
​삼성물산 주가 추이.[자료=네이버금융]​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삼성물산은 주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9일 14만2500원에 장을 마친 삼성물산의 주가는 13일 들어 13만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 회사 주가 역시 5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물론 그룹의 총수가 경영에 복귀하는 만큼 기대요소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신사업 관련한 대규모 투자가 뒤따를 전망이다. 모더나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추가적인 백신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 중인 삼성SDI 역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5월 결정한 20조원(17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내 반도체 투자 계획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그간 삼성의 임직원과 긴밀하게 소통해왔고, 주요 의사결정에 깊숙히 관여해왔다”면서 “수십조원의 투자 결정을 내리려면 기업의 전략을 결정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최고경영자의 결단이 절실한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를 발판으로 삼성도 분위기 반등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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