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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룩 앳 피플] 〈이번 생은 나 혼자 산다〉 저자 엘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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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룩 앳 피플] 〈이번 생은 나 혼자 산다〉 저자 엘리를 만나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1.09.03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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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됨에 따라, 엘리 작가 인터뷰는 지난 8월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비혼'

이 단어가 더이상 낯설지 않다.
결혼과 출산, 양육을 당연한 인생의 흐름으로 여기던 과거의 고리타분한 생각들이 옅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개인의 선택과 의지로 삶의 이정표를 세운다. 가고 싶은 방향으로 새로운 길을 트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재기발랄한 인생사를 써내려간다.

책 <이번 생은 나 혼자 산다>의 저자 엘리는 비혼주의자다. 

자신을 '글로생활자'라 소개한 엘리 작가는 지난 2019년 초 브런치 연재를 통해 첫 작품<연애하지 않을 권리>를 출간, 현재까지 꾸준히 글을 써 오고 있다. 최근에는 네이버 연애·결혼판에서 36만 조회수라는 뜨거운 반응을 얻은 연재 칼럼 <훨훨단신>을 바탕으로 <이번 생은 나 혼자 산다>를 발간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번 생은 나 혼자 산다>는 저자의 비혼 생활을 생생하게 담은 에세이로, 전통적 가족관에서 벗어나 멋진 홀로서기를 다짐한 사람들도 인생에서 나름의 여유와 행복을 충분히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음을 전한다. 아울러 '우리 모두 각자 인생의 유일한 주인공이며, 우리가 어떤 모습이라 할지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존중받을 만큼 완전하다'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제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일화를 토대로 쓴 MZ세대 여성의 결혼 르포르타주입니다. 누군가의 눈에는 앞으로 남은 제 인생이 불안정하고 고독해 보일지 모르지만, 남들이 보기에 번듯한 모습을 갖추는 것보다 마음이 가리키는 이정표에 따라 자유롭게 사는 것이 훨씬 나답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제 선택과 의지로 굴러가는 삶을 위해, 이번 생은 나 혼자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엘리 작가는 '왜' 비혼라이프를 선택했을까.

-"어리숙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머리가 깨면서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교육 수준의 향상이 가장 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결혼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다고 판단했고, 무엇보다 가부장제 부역자가 되고 싶지 않아 비혼을 선택했습니다. 결혼-출산-육아에는 많은 비용이 들고, 그에 따른 경제적 기회비용을 초래합니다. 이는 같은 값에 할 수 있는 무수한 일들을 담보로 저당 잡혀야 한다는 뜻입니다. 책임의 문제가 아닌, 감당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굳은 심지도 상황에 따라 흔들리고 휘어질 때가 있다. 그녀는 어떠했을까.

-"저도 인간인지라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찾아들 때 신념과 가치관이 흔들린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가는 바람이려니, 충동적인 순간의 감정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비이성적인 상태가 찾아온 것 뿐이고, 이성을 되찾으면 저절로 해결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은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행복을 갈구하며 살아간다. 비혼을 선택한 이들도 마찬가지일 터. 엘리 작가는 '함께여야 행복하다'는 일반적인 관념을 깨고, '혼자여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삶으로 증명한다. 행복한 비혼주의자로 살아가기 위한 그녀만의 방법이 있는 것일까. 

-"타인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재촉하는 결혼과 출산, 그리고 따가운 시선들. 이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진 삶입니다. 누구도 나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고, 결국 모든 것은 스스로가 감당해야 하는 몫입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내가 정한 속도대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그녀는 비혼라이프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짧은 답변을 내놓았다.

-"장점은 정말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드니, 단점을 뺀 나머지 전부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단점은 '내가 아니면 집안일을 할 사람이 없다는 점', 이것 빼고는 모든 것이 다 장점입니다."

'혼삶'

엘리 작가의 말처럼 혼삶이 갖는 수많은 장점들이 있지만 1인 가구로서 자립할 힘을 갖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혼삶의 로망에 잠시 빠져들었다가 현실을 깨닫고 부모님 울타리 안으로 되돌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자립입니다. 경제적 자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진정한 자립이라 할 수 없기에, 1인 가구에게 경제적 독립은 필수 전제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첫번째가 바로 집이라 생각합니다. 주거 부문에서 지원이 잘 이뤄진다면 1인 가구가 자립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인 가구', '비혼주의자', '에세이스트'. 엘리 작가의 삶을 대변하는 수많은 수식어들이 움츠러들지 않도록, 그녀는 쉬이 흔들리지 않을 견고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는 그녀는 감정의 빈틈을 느낄 새가 없다.  

-"저의 롤모델이 A.J. JACOBS라는 괴짜 미국인 저널리스트인데, 그분처럼 기발한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한 권으로 읽는 건강 브리태니커 : 760일 죽기 살기 몸 개조 프로젝트' 같은, 일 년 단위 프로젝트로 무언가를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마거릿 애트우드가 올해로 집필 20년 차를 맞이했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쭉 재미있고 톡톡 튀는 글을 쓰는 것이 제 꿈입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그 도전기를 적어 내려가는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1인가구가 갈수록 증가하고, 비혼은 특별하지 않은 하나의 선택지가 되었다. 그 어떤 선택에도 옳고 그름이 없으며, 선택에 대한 책임만이 따를 뿐이다. 엘리 작가는 마음이 말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다. 그녀에게 타인의 오지랖 넓은 충고는 고장난 네비게이션과 같다. 그녀는 누구보다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엘리 작가는 이번 생을 혼자 살기로 결심했다, 누구보다 멋지게. 오늘도 그녀는 자유를 안은 채 훨훨 날아오른다.

[사진=엘리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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