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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튼튼한 전자발찌로는 제2의 강윤성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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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튼튼한 전자발찌로는 제2의 강윤성 못 막는다”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1.09.06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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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착용한채 성범죄 저지르거나 끊고 도주하는 사례 늘어
성범죄자 관리 보호관찰관 턱없이 부족

(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픽사베이
@픽사베이

또 사회를 경악시킨 극악무도한 범죄자의 얼굴이 공개됐다.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강윤성(56)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9월 2일 오후 경찰 내부위원 3명·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동일한 수법으로 2명의 피해자를 연속해 살해하는 잔인한 범죄로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등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범죄예방 효과 등을 고려해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윤성의 범죄가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그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전과 14범인 강씨는 약 16년 전인 지난 2005년 11월 특가법상 강도·절도, 강도상해 등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2006년 2심 법원과 대법원도 각각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보호감호 재집행을 받다가 지난 5월 전자장치부착명령을 조건으로 가출소한 뒤 3개월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강씨는 지난 8월 26일 안면이 있던 여성 1명을 살해한 뒤 다음날(27일) 전자발찌를 끊은 뒤 도주해 29일 새벽 또 다른 여성 한 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 29일 아침 서울 송파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전자발찌 작동 구조.[자료=법무부]
전자발찌 작동 구조.[자료=법무부]

가장 큰 문제는 그가 전자발찌를 착용한 법무부 관리감독을 받는 인물이었음에도 자수하기 전까지 사법당국이 범죄 혐의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강씨는 지난 27일 오후 5시 송파구 신천동 일대에서 전자장치를 훼손했고,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는 경찰 112 상황실과 서울동부보호관찰소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통보를 받은 보호관찰소 직원 2명이 강씨가 도주한 지점에 도착해 수색을 시작했지만 타이밍이 늦었다. 강씨가 렌터카를 타고 서울역 인근으로 도주한 뒤였기 때문이다.

첫번째 피해자가 이미 사망한 상태로 강씨 자택에 유기돼 있었지만 법무부와 경찰 모두 집 내부는 수색하지 못했던 것을 두고도 정부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경찰은 보호관찰소 직원과 함께 27일 저녁 6시부터 세 차례 강씨의 집을 방문하고 다음날에도 두차례 찾아갔지만 인기척이 없고, 체포·수색영장이 없어 강제로 문을 열 수 없다는 이유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돌아왔다. 당시 피해자 한명의 주검이 강씨 집에 있었는 데도 말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전자발찌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강씨의 사례처럼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또 다른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사례가 최근까지 잇따르고 있어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무려 303건이나 발생했고 올해는 벌써 13건이나 발생했다. 이중 2명은 잡지도 못한 상황이다. 범행 장소도 자신의 거주지 반경 1㎞ 내에서 발생했다. 전자발찌를 착용했더라도 집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속수무책인 셈이다. 

강윤성.[서울경찰청]
강윤성.[서울경찰청]

물론 전자발찌가 실제로 범죄 예방에 쓸모가 없는 건 아니다. 전자발찌 착용자의 성범죄 재범률은 2.1%(2015~2019년 평균)로, 전자발찌 미착용 성범죄자 재범률 14.1%(2003~2007년 평균)에 비해 훨씬 낮다. 하지만 전자발찌를 착용한 살인범과 강도범의 재범률이 각각 0.1%와 0.2%인 것과 비교하면, 전자발찌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결코 낮다고만 볼 순 없다. 사실 전자발찌 자체로는 '동기 억제책'에 불과해 범죄 예방을 위해선 개별적인 심리·정신병리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를 관리하는 보호관찰관이 턱없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전자감독제도가 처음 실시된 2008년 이후로 감독관 한 사람이 담당하는 관리 대상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시행 첫해 3.1명에서 올해 1월 말 기준으론 21.7명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스웨덴과 호주 등 주요국 평균이 5~8명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업무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이처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데도 정부의 대책은 안일해 보인다. 법무부는 강씨의 사건 이후 전자감독대상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전자발찌의 견고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가 시행된 뒤 총 6차례에 걸쳐 전자발찌 재질을 강화해왔지만, 여전히 훼손사건이 발생해 더욱 튼튼한 재질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자발찌를 튼튼하게 한다고 재범을 막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범죄를 저지른 강씨가 찬 것도 최신 버전의 얇은 철판 7개를 덧 댄 전자발찌였다. 전자발찌의 착용감을 좋게 하면서도 끊기는 더 힘들다는 게 당시 법무부의 설명이었지만 손쉽게 끊어진 셈이다. 아무리 튼튼하게 만든다고 한들 집에서 범죄를 벌이면 관리할 수도 없다. 

경찰업계 관계자는 “과거 성폭력 범죄자만을 대상으로 채운 전자발찌를 지금은 살인, 유괴, 강도 범죄자에게도 적용하고 있다”며 “대상자가 늘어난 만큼, 관리 인력을 충분히 늘렸어야 하는데도 정부는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강씨의 범죄로 전자발찌 이슈가 공론화가 됐으니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때다. “만약에 그때 법이 통과됐더라면…” “처벌이 강화됐더라면…”이라는 후회는 너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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