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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 실천하는 ‘나눔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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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 실천하는 ‘나눔CEO’
  • 정수백 기자
  • 승인 2008.05.18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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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영토 대표 지승룡

아프고 힘든 사람들 쉬는 ‘한국형카페’ 세워
5000원만 내면 30여개 茶  다 마실수 있어

1994년 신촌에서 처음 10평으로 사업 시작
그후 고려대-대학로에 민들레영토 세워
세계서 가장 큰 문화공간 만드는게 꿈
경영자 춤추고 얘기하는 ‘CEO살롱’ 구상중

한국형 카페로 잘 알려진 ‘민들레 영토(이하 민토).’ 민토의 이용료는 5000원이다. 5000원만 내면 30여 가지의 차를 별도의 추가요금 없이 마실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빵이나 가래떡, 라면 중 하나를 선택해 먹을 수 있다.

때문에 이곳에서 차를 마셔본 사람들은 ‘무슨 자선 봉사단체 아니냐’는 말들을 한다. 민토는 지난 1994년 신촌에서 처음 10평으로 시작해서 그 후 고려대 민토가 설립되고 대학로에 민토가 세워졌다. 이후 고속성장을 한 민토는 대한민국에 20여개의 지점이 설립돼 있다.

민토의 창업자 지승룡 대표는 ‘민들레 영토 희망스토리’를 저술해 체인점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업 성공 지침을 제공하기도 한다.

민토의 성공 노하우는 무엇일까. 지난달 25일 지 대표를 만나기 위해 동숭동에 위치한 민토(들꽃 바람부는 뜰)로 찾아갔다.

지 대표는 “좋은 카페가 있다. 그곳으로 가서 이야기(인터뷰)를 나누자”고 했다. 지 대표가 인도한 곳은 ‘재즈 스토리’란 간판을 달고 있는 카페였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이 ‘아직 개업시간이 안됐다’며 사람을 받을 수 없다고 하자, 지 대표는 ‘괜찮다. 한 30분만 이야기를 나누다 가겠다’고 했다.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지 대표는 “이곳에 오면 자유롭고 깊은 사색에 빠질 수 있다”며 동석한 임혜진 실장을 가르키며 “저 친구가 아프리카 노래를 잘 하는데 이곳과 너무 잘 어울린다”며 노래할 것을 권했다.

“이 카페 풍경에서는 저보다 이분(동석한 임혜진 실장과 박현진 대리)들 사진을 찍는 게 멋있을 것 같아요.” 진짜로 동석한 여직원들과 카페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사진을 찍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사업시작”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뭐죠.

“먹고 살기 위해서 한 거죠, 제가 인생에서 아플 때(힘들 때) 노래를 하고 싶어서 인사동의 한 카페를 갔는데 주인이 오늘처럼 청소한다고 안 된다고 하잖아요. 어차피 깨끗한 공간을 보려고 온 게 아니잖아요.

정말 나처럼 외로운 사람이 많은데 내가 카페를 경영하면 괜찮겠다 싶었죠. 제가 다산 정약용을 존경했거든요. 정조가 만난 최고의 행운이 정약용입니다. 반면 정조가 실패한 건 정약용을 내친 거예요. 그분(정약용)이 차를 통해 청년들과 민족운동을 했습니다. 차를 통해 아름다운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 대표는 아마도 정약용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굳이 카페를 할 생각은 왜 했나요.

“무슨 사업이든 생존(먹고 살면서)하면서 가야 되는데 솔직히 말해 카페가 안성맞춤입니다. 온라인은 돈을 내는데 익숙지 않아요. 다방에 가면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을 다 알잖아요.

차를 마시면 돈을 내는 것으로 인식되니까, 먹고 살면서 좋은 것을 많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엘리베이터 타면 조금 늦게 타도 짜증나지요. 그런데 카페는 좀 늦어도 되는 공간이잖아요. 평온하면서도 평화를 줄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카페만 오면 마음의 문을 열수 있습니다.”

-민토는 생각보다 값이 쌉니다. 한마디로 가격파괴입니다.

“여섯 살 때 처음 가 본 다방에서 꽃과 꽃을 이어주는 나비의 역할처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마담을 보고 그때부터 저의 꿈은 ‘남자 마담’이 되는 거였어요.

마담이라고 해서 그 어감이 이상하지만 바로 ‘어머니’의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는 거지요. 어머니는 항상 우리들이 음식을 먹을 때 “더 먹어라, 좀 더 먹지 않을래”하시며 당신은 배부르지 않으시지만 늘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풍성하게 채워주시려고 하잖아요. 바로 그 모습이죠.”

-왜 민들레 영토라고 지었습니까.

“민들레는 꽃씨가 공간의 제약없이 240km 먼 거리까지도 날아갈 뿐 아니라 꽃씨가 날아간 그곳에서 강하게 사는 모습이 우리가 사는 삶으로 확장됐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름을 지었습니다.

저의 꿈은 세계에서 가장 큰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젊은 층들의 반복적이고 절제력 없는 문화생활의 소비를 막고 독서와 명상, 이야기와 새로운 만남을 통한 생산적인 문화를 대중화시키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상촌이야기’라는 게 있습니다.

“제가 시를 썼어요. 쓰고 싶어 쓴 게 아니라…, 설교를 잘했지만 설교할 기회가 안와요. 무슨 얘긴지 아시지요. 기업은 잘하면 그 사람을 쓰는데 그렇지 않은 곳도 있어요. 인간적 질투심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외로웠습니다. 그래서 글을 썼습니다.
 
시를 쓰게 됐는데 그때 제가 아는 분이 호를 지어줬어요. 상수리 마을이라고…, 그래서 나만의 이야기를 그러니까 일상생활들을 담아서 쓰고 있는 게 상촌이야기예요.”

지 대표는 목사다. 지금도 협동목사로서 목회를 가진다. 지 대표는 이 대목에서 “이렇게 말하면 교만해 보이겠다”고 했다.

“저는 신학을 공부했지만 인간학을 연구했다고 하는 편이 맞습니다. 神 보다는 인간이란 무엇일까에 더 관심을 가졌지요.”

“시행착오 겪으면서 몸으로 때워 지금 이곳에”

-혹시 민들레영토가 종교적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처음 이 공간을 운영할 때 두 가지 오해를 받았어요. 어떤 정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닌가, 또 특정 단체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인데 물론 아닙니다. 또 어떤 분들은 뉴에이지 운동의 일환이 아닌가 하시는데 그것도 물론 아닙니다.

민토는 소자본, 무경험에서 출발했으며 순수한 민토 문화비로만 성장하고 있는 문화자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그리고 기독교적 이상을 제 삶에서 실천하려고 하고 있고요. 그러나 민토는 종교의 틀을 넘어서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기뻐하고, 만남을 갖는 따뜻한 생활공동체를 지향하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 대표는 민토는 절연 절주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수 있는 기본적인 예절을 민토 에티켓으로 발전시켜 공간별로 금연 금주공간을 마련해 서로 간에 불편을 주지 않도록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토가 고속성장을 해 오고 있습니다. 경영노하우가 있을 듯싶습니다.

“‘오리를 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십리를 주어라’는 말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니에요. 직장에 일찍 출근해 사무실을 청소하는 것도 삶의 십일조를 드리는 것이지요.

이곳을 찾으시는 분들께 차를 여러 번 드리고 있는데 여러 번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왜 여러 번 주는 건가가 중요한 거죠. 돈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죠. 돈이라면 무엇보다 다음의 세가지를 생각해야 된다고 봅니다. 첫째, Get more money(돈을 버는 것)과 둘째로 Save more money(돈을 저축하는 것), 셋째,Give more money(돈을 나누어주는 것)입니다.”

-사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습니까.

“많죠, 경험의 부족이 제일 어려웠죠, 시행착오를 많이 했고, 자본이 부족했고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못했죠, 돈이 없으니 몸으로 때우며 여기까지 왔죠. 낮에도 일하고 밤에도 일하고 여태껏 쉬는 날이 없었어요.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시대 상황이 바뀌는데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현실이 힘들었어요. 옛날에는 하나를 만들면 몇 년을 써 먹었는데 지금은 1년도 써 먹질 못해요. 민토도 예외가 아니예요.”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재미있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CEO들이 공연도 하고 노래도 하고, 예를 들면 춤이 있고 토크가 있는 공간, 한마디로 ‘살롱 CEO’을 만들고 싶습니다. CEO 모임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인위적 커뮤니티보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모임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것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모임을 카페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 입니까.

“그런 것은 아니고 지역 속에 파고들어 지역발전과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북한에 민토를 세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데올로기, 이념적 관계에서 보지 말고 그분들의 내면을 보고 우리가 북한을 돕다보면 이데올로기는 다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또한 세계 속의 민토를 만들고 싶어요. 세계 안에 한국적 미학이 있는 카페를 만들고 싶어요.”

필자는 이 대목에서 ‘지 대표의 살아온 배경을 듣고 싶다’고 했더니, 지 대표는 “학교 앞에 세느강이 흘렀다. 진달래 목련 개나리 철쭉 아카시아 장미 등이 피고 졌다. 그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지 대표가 말한 세느강은 마포 대흥동 개천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까.

“갈브레드가 말한 것처럼 모든 것은 불확실하죠. 세상에 확실한 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죠. 단 그러한 불확실을 어떻게 수용하고 또 어떻게 대안해 나가느냐가 중요하지요.

과거는 아니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좋은 장사꾼이 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수용해서 그것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문화적으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민토가 여러분들에게 많은 것을 채워 주고 그것을 문화로 격상시켜 주는 진행형이지 어딘가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고, 끝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진행해 가는 모습이 민토의 미래이자 현재의 모습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민토가 보다 많은 좋은 일들을 해나가고 있는 공간이 되어 가리라고 생각하고 그런 민들레 영토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인터뷰를 마치자 지 대표는 “장릉(김포)에 가보니까 나무들이 많은데 말이 없다. 그곳에서 절제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자신이 너무 많은 말을 했다고 생각한 듯싶었다.

필자는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 대표가 ‘더불어(함께)’를 실천하고 사는 기업인으로 인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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