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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라이프] “엄마, 아빠 결혼해서도 부탁해요!”…신(新)캥거루족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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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라이프] “엄마, 아빠 결혼해서도 부탁해요!”…신(新)캥거루족 등장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1.10.08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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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힘들고 집값 비싸’…서른 넘어도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픽사베이
@픽사베이

미혼 30대 절반 이상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집 살 돈이 없어 독립하지 못하고, 취업을 못해 부모님과 함께 산다고 말한다. 자신들을 사회가 내몬 ‘캥거루’라고 부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미혼 인구 중 부모와 동거하는 사람의 비율은 54.8%로 절반을 넘어섰다. 30~34세의 경우엔 57.4%, 35~39세도 50.3%로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인구 중 42.1%는 취업을 못한 상태로 조사됐다. 

“주식으로 번 돈 보태서 내 집 자금 마련하는 것이 꿈”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직장인 김모씨(35)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캥거루족’이다.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은 왕복 세 시간 가까이 된다. 지하철 노선을 두 개 갈아타고, 버스도 타야한다. 그는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회사 인근 부동산을 찾았지만 월급 대비 적당한 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용인에 근무하는 그에게 맞는 원룸들은 너무 작고 주변이 어수선했고, 괜찮은 곳은 보증금이 너무 비쌌다. 결국 김씨는 한 달 가까이 집을 보러 다녔지만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 부모님의 집에서 그냥 살고 있다. 

경기도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임모씨(34)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독립을 꿈꿨다. 하지만 8년 가까이 5개의 집을 전전하며 임씨가 느낀 건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된 집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단열이 안 되는 곳, 보안에 취약한 곳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2년 꼴로 집을 옮겨다녀야하니 안정감이 들지 않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버티는 집주인들도 있었다. 결국 지난해부터 부모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임씨는 “회사사람 중 둘만 모여도 주식 이야기를 한다”며 “선배 한 명이 외국 주식으로 3000만원 가까이를 벌어들였다는 것을 보고 너도 나도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임씨의 목표는 주식으로 번 돈을 보태 내 집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KOSTAT 통계플러스 봄호…저(低)혼인 심층분석

[자료=통계청 통계개발원 제공]
[자료=통계청 통계개발원 제공]

청년 고용불황과 비혼·만혼이 심화하면서 30대 미혼남녀 절반 이상이 '캥거루족'으로 불리는 부모동거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개발원이 펴낸 KOSTAT 통계플러스 2021년 봄호에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저(低)혼인 시대, 미혼남녀 해석하기'(박시내 통계개발원 서기관) 연구가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만 20~44세 미혼남녀 중 부모동거 가구(캥거루족) 비중은 30~34세 57.4%, 35~39세 50.3%를 차지했다. 나홀로 가구(1인 가구) 비중은 30~34세 25.8%, 35~39세 32.7%였다. 

30대 캥거루족 비중이 나홀로족 대비 각각 31.6%포인트(p), 17.6%p 더 높았다. 캥거루족의 70.7%는 자가 주택에 거주한 반면, 나홀로가구는 59.3%가 월세에 거주했다. 또 나홀로가구의 취업자 비중이 부모동거 가구보다 16.7%p나 더 높았다.

취업난에 이은 주택난으로 캥커루족 비혼 선택 높아져 

결혼에 대한 인식은 미혼 여성이 미혼 남성보다 더 부정적이었다. 결혼하지 않은 30∼44세 남녀를 대상으로 결혼 필요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은 남성이 13.9%, 여성이 3.7%로 10.2%포인트 차이가 났다.

“하는 편이 좋다”는 의견은 남성이 31.5%, 여성이 17.7%로 13.8%포인트 벌어졌다. 이에 비해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견해는 남성이 45.9%, 여성이 61.6%로 여성이 15.7%포인트 높았다. 또 “하지 않는 게 낫다”는 답변은 남성이 6.4%, 여성이 15.5%였다. 비혼의 주된 이유는 미혼 남성의 경우 가장 많은 18.4%가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를 꼽았다.

이어 “소득이 적어서” 15.0%, “결혼에 적당한 나이를 놓쳐서” 10.9% 순이었다. 미혼 여성도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가 23.4%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2순위는 “결혼보다 내가 하는 일에 더 충실하고 싶어서”(19.3%), 3순위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12.4%)로 남성과 차이가 있었다.

집 구해도 걱정… “집 한 채가 전부인데 종부세 감면 필요해”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실제로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57.9%에 그친다. 경제적 자립도가 낮은 게 독립을 못하는 주요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직장인 이모씨(36)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목동에 집 한 채를 구매했다. 대출은 3억 넘게 받았다. 장기투자 목적이었지만 대출이자와 종부세가 부담으로 다가오며 최근 부모님께 손을 벌렸다.

이씨는 “집을 샀는데 생활은 더 빈곤해졌다”며 “이 집 한 채가 전부인데, 청년층을 대상으로라도 종부세 감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에 호의적인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의 청약제도는 가입기간, 부양가족 등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다”며 “세대별로 경쟁을 하게 하는 등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원룸 중심인 청년주택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들이 원하는 집은 ‘진짜 집’”이라며 “방 2~3칸의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며 “대출규제·LTV(주택담보인정비율) 완화도 병행해야 취업조차 힘든 청년들의 소외감과 박탈감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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