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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라이프]1인 가구 증가하는데 장례식은 그대로?...지금은 ‘웰다잉(Well-dying)’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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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라이프]1인 가구 증가하는데 장례식은 그대로?...지금은 ‘웰다잉(Well-dying)’ 시대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1.11.10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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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음악 선택하고 추억하는 스몰 장례식 선호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너무 슬프고 서러운 장례가 아니라 잔잔하게 떠나고 싶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인생의 긴 여정 후 마침표를 찍는 장례식. 누군가 사망하면 고인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가족들은 장례식장부터 장례물품, 납골당(봉안당)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 분주하게 움직인다. 정신없이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리고 삼일장으로 장례를 진행하는 동안 상주는 조문객을 대접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빈소를 방문한 사람들도 단 얼마간의 시간동안 고인을 추모하게 된다. 고인의 삶의 마지막을 함께 추억하지 못하고 절차나 의식에 의해 치러낸다는 느낌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비혼주의자 여성 김모씨(43)가 자신의 장례식 음악으로 선택한 노래의 가사다. 김씨는 비혼주의자로 결혼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생의 마지막도 혼자일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그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하늘로의 소풍을 떠날 때가 오면 가까운 지인 들이 참석해 평소에 내가 좋아했던 음악을 들으며 나를 기려줬으면 좋겠다”면서 “너무 슬프고 서러운 장례가 아니라 잔잔하고 조용하게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구글이미지
@구글이미지

이모씨(68)는 친구들과 종종 수목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녀들이 매년 성묘나 벌초를 하러 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예전 우리와 같이 관습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벌초를 해야 한다는 등의 번거로움을 감당할 수가 없다”면서 “부모로서 자식들에게 최대한 피해가는 일이 없도록 잘 단속을 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상속 문제 역시 “우리 세대는 장자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관습 때문에 부모 사후에 자녀들이 싸우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많든 적든 정신이 남아있을 때 깔끔하게 정리를 해 둘 필요성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내가 기력이 쇠하기 전까지는 재산 분배를 하지 않고 가지고 있을 것”이라면서 “일단 내가 죽기 전까지 돈을 쥐고 있어야 자식들에게 손 벌리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인과 친밀했던 사람 중심의 소규모 장례식 선호해

@웰다잉 다이어리 책 캡처.
@웰다잉 다이어리 책 캡처.

준비된 죽음, 이른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연령을 불문하고 높아지고 있다. 웰다잉은 금기시돼 온 죽음을 삶의 일부로 인정하고 원하는 죽음을 능동적으로 준비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혼주의 등 가치관 변화, 1인 가구 급증 등 핵가족체제 붕괴와 맞물리며 청장년층(20~40대)까지 웰다잉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전통적 장례문화를 과감하게 거부하는 이들은 자신의 죽음을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계획한다.

임모씨(53)는 “나의 경우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갖지 않았기 때문에 자손이 상주를 맡는 전통적인 형태의 장례를 치를 수가 없다”면서 “조카가 한명 있기는 하지만 부모도 아닌 이모의 장례식을 치러달라고 할 수가 없어 몇 년 전부터 장례식을 하기 위한 관련 예산을 포함한 노후 대비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선택한 삶이지만 남편도 자식도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왔다갔다 북적대는 장례식이 아닌 친한 친구들만 초대하는 스몰장례식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혼자 사는 고령자 가구 166만1000가구로 35.1% 차지

이처럼 현재 우리 사회는 대가족에서 핵가족, 1인가구 등으로 가족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1인가구는 614만8000가구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가구의 30.2%를 차지하는 수치이며, 2015년에 비해 3% 증가한 수준이다. 더구나 지난해 베이비부머 1세대가 노인인구로 편입되면서 노인 가구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6.5%를 차지하고, 향후 계속 증가해 2025년에는 20.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들 노인들 중에는 혼자 거주하는 비율도 적지 않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혼자 사는 고령자 가구는 166만1000가구로 전체 고령자 가구의 35.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령 국가 한국에서 저출생을 넘어 이제는 웰다잉을 이야기할 때”

@구글이미지.
@구글이미지.

인구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친인척의 수도 줄어든다. 이런 변화는 향후 장례문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는 조사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가부장적 가정의례 문화의 개선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장례문화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과는 다른 대안적인 장례 방식 중 고인과 친밀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소규모 장례식을 치르는 방식(93.1%), 예법에 얽매이지 않고 고인의 취향이나 유언에 따라 장례식을 치르는 방식(88.6%). 빈소를 차리지 않거나 장례기간을 최소화하는 방식(74.1%) 등 작은 장례식에 대한 선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상조회사 관계자는 “최근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소규모 장례식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면서 “죽음은 모든 사람이 겪을 수밖에 없는 경험인데 반해 준비된 ‘좋은 죽음’의 비용은 너무 높다”며 “2046년 세계 1위 초고령 국가가 될 한국에서 저출생을 넘어 웰다잉을 이야기할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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