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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20대 여성 10명 중 8명 ‘온라인 스토킹 당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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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20대 여성 10명 중 8명 ‘온라인 스토킹 당해봤다’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2.01.03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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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생각까지… “너무 무섭고 무슨 일 생길 것만 같아요”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픽사베이
@픽사베이

“소개팅으로 소개받은 남자를 몇 번 만난 후 정리했는데 그 남자는 본인은 헤어지지 못하겠다며 지속적으로 문자를 보내와요. 거의 매일 집 앞에서 기다리며 만나 줄 때까지 찾아오겠다고 협박도 했어요. 서울에 올라와 혼자 생활하다 보니 너무 무섭고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아 지금은 친구 집에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나 싶어요.”

이처럼 20대 여성들이 겪었다는 온라인 스토킹 피해 사례를 찾아보면 힘들고 절박한 마음이 전해진다. 피해 유형은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캐내거나 이상한 글과 사진을 전송하는 가장 흔한 것부터 피해자 사칭 등 심각한 범죄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넓었다. 오프라인 스토킹과 달리 가해자가 누구인지 특정하지도 못한 채 공포에 시달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혼자 사는 여성일 경우 ‘누군가 계속 나를 지켜보고 있다’거나 ‘해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주변과 자신을 연결해주던 온라인 활동을 끊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날도 있어요”

[자료=경찰청]
[자료=경찰청]

한국여성정치연구소(소장 김은주)가 20대 여성 90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스토킹에 대한 인식과 피해 실태 등에 대한 심층 조사를 시행한 결과물을 보면 온라인 스토킹 피해 실태 조사 결과, 20대 여성 응답자 903명 중 715명(79.2%)이 온라인 스토킹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은 대부분 스토킹처벌법 테두리를 벗어난 것들이었다.

▲개인정보를 알아내 저장하기(56.8%) ▲사생활 캐내기(56.4%) ▲원치 않는 글·이미지 전송하기(54%) 등의 온라인 스토킹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절반을 넘었다. 알 수 없는 이들이 SNS 계정이나 메신저 프로필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캐내고, 원치 않는 글과 이미지를 보내는 일이 그만큼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스토킹은 오프라인 스토킹과 달리 가해자를 특정하기도 어렵다. 20대 피해 여성들에게 주된 가해자는 누구인지 물었더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응답이 31.5%, ‘가해자를 알지 못한다’는 응답이 19%에 이르렀다. 2차·3차로 확대되는 가해의 고리를 끊기가 그만큼 어려운 셈이다. 

“아예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었어요. 누가 가해자인지도 애초에 알 수 없었고, 불특정 다수를 수사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만약에 가해자를 찾더라도 다 학생일 테니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 같았고…. 차라리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상대측에서 저에 대한 관심이 꺼질 것 같아서 최대한 조용히 있으려고 했어요. 그러나 매일매일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불안하고 행복한 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날도 있어요”

스토킹, 범죄자 징역 가능하고 스토킹 반복 시 범죄로 인정

JTBC 방송화면 캡처.
JTBC 방송화면 캡처.

스토킹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스토킹 처벌법’(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지난 3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999년 첫 발의 후 22년 만에 통과가 됐고 그동안 ‘경범죄’로 분류해 미약한 처벌에 그치던 스토킹에 대해 강한 처벌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피해자 보호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고 스토킹 범죄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제정된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 범죄자를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고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할 때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로 형량이 가중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행법은 스토킹을 경범죄인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해 ‘1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과태료’로 처벌 규정을 만들어 피해에 비해 처벌이 상당히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법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 가족에 대해 접근하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 글, 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해 상대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이런 행위가 지속되거나 반복될 경우를 ‘스토킹 범죄’로 간주해 위와 같은 처벌을 하도록 했다.

또 스토킹 행위에 대한 신고 등이 나올 경우 경찰이 100m 이내 접근금지 등의 긴급조치를 한 후 지방법원 판사의 사후승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사람만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로 인정?

@픽사베이
@픽사베이

그러나 여성계에서는 스토킹 처벌법과 관련해 “스토킹을 범죄로 규정하고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는 의의가 있지만 스토킹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법안의 목적과 정의 등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처벌을 강화시킨 것은 인정하지만 스토킹 및 피해자를 협소하게 정의하고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발생하는 범죄는 없고, 그 범죄는 어떠한 사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으며,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도 피해자는 공포나 불안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포와 불안을 느껴야만 피해로 인정하는 것은 피해자다움에 대한 강요”라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의 동거인, 가족 역시 스토킹 범죄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은 그동안 수많은 통계와 사례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위협하기 위해 피해자 자녀의 학교 앞에서 기다리거나, 피해자의 부모를 찾아가는 등 주변인을 스토킹하는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한다”면서 “이번 법률안이 언뜻 동거인, 가족을 피해자의 범주에 포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을 스토킹 ‘행위’의 대상으로만 규정할 뿐 실질적인 보호조치는 어디에도 없다.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사람만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로 인정하겠다는 인식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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