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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되돌아 보니… ] 美에 ‘선물보따리’만 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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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되돌아 보니… ] 美에 ‘선물보따리’만 줬네?
  • 이광용 기자
  • 승인 2008.05.21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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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최종 타결
“FTA 비준 노린 졸속협상” 비난여론
광우병 우려 30개월이상 식탁 오를판
연령·위생조건 등 수입제한 대폭 완화

최근 타결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에 대한 졸속 논란이 분분하다.

그동안 양국간 줄다리기를 벌여왔던 쇠고기 수입제한 빗장을 이번 협상에서 대부분 풀어줘 굴욕적 수준에서 타결됐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위해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명분아래 사실상 백기를 들어준 꼴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 측은 그동안 쇠고기 수입협상과 FTA는 별개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정상회담 ‘선물’에 집착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방미중인 이 대통령은 양국의 협상 결과 발표가 임박한 시점에 “한미 FTA에 걸림돌이었던 쇠고기 수입문제가 합의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결국 미국 의회에 한미 FTA 비준을 압박하기 위해 쇠고기 수입재개를 선물로 준 것이라는 해석을 낳게 한다.

양국의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하는데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협상 개시 1주일만에 정상회담에 맞춰 합의했다는 인상을 짙게 풍겼다.

협상 타결안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4년여만에 수입제한 빗장으로 여겨졌던 사안들이 대부분 풀렸다. 이는 줄도산을 염려하는 국내 축산농가에 엄청난 타격으로 다가올 전망이어서 논란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는 30개월 미만 살코기만 수입했지만 협상 타결에 따라 30개월 이상 된 소위 뼈 있는 ‘LA갈비’도 밥상에 오를 수 있다.

쇠고기 협상 타결에 박수를 친게 아니라 FTA 타결 가능성이 한층 높아져 그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하지만, 우리 식탁이 광우병 우려에 노출됐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쇠고기 연령제한은 미국 측의 ‘동물 사료금지 강화조치’가 시작되는 시점에 풀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 등 미국산 쇠고기 위험부위의 경우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권고 지침에 따라 30개월 미만은 사실상 부위에 관계없이 수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OIE는 30개월 미만이면 편도와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 이외에 뇌·두개골·척수·눈·혀 등을 제거하지 않아도 수출이 가능하고, 30개월 이상이면 7가지 SRM을 모두 빼야 한다는 지침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지침은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없어 정부가 국제기구 지침을 내세워 국민건강에 대한 신중한 고려를 거치지 않고 미국 측 요구안을 수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졸속으로 타결됐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광우병은 대부분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발견돼 연령제한 유지는 반드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라는 것이 전세계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20개월 미만’만 수입하고 있으며 중국·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도 연령 제한을 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협상타결에만 급급해 연령 및 부위 제한을 모두 풀었다.

최근 미국에서 인간광우병 의심사례가 나타나 사상 최대 규모의 쇠고기 리콜 사태도 빚어졌는데도, 정작 우리는 협상 타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소에서 나온 SRM을 포함한 동물성 사료를 돼지나 닭에게 먹이고 있어 광우병 교차감염 위험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료나 도축장 안전 상태에 대한 우려가 높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우선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수입협상을 타결한 것은 졸속이라고 축산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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