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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잘못은 회사가 했는데 왜 개미가 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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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잘못은 회사가 했는데 왜 개미가 우나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2.01.08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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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사진=오스템 임플란트]
[사진=오스템 임플란트]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 사태가 국내 증시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사건은 지난 1월 3일 코스닥에 상장된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 거래가 중단되면서 드러났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자사 자금관리 직원 이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고 공시했다. 이씨가 횡령한 자금은 1880억원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 2047억원의 91.81%에 해당하는 액수다. 횡령 규모로는 상장사 역대 최대 수준이다. 

오스템임플란트에 따르면 2018년 입사한 이씨는 재무관리팀장으로 근무하며 출금 내역과 자금수지, 잔액 증명서 등을 위조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횡령했다. 이씨는 지난 5일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횡령금액은 880억원에서 100억원 늘어난 1980억원으로 파악됐다.

역대급 횡령 사건의 파장은 컸다. 당장 오스템임플란트는 증시 퇴출 기로에 서있다. 기업 자기자본의 5%를 넘는 횡령 금액이 발생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를 심사하게 되기 때문이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는 질적인 측면에서 거래소의 상장 기준에 미달한다고 여겨지는 회사의 상장 적합성을 따져보는 과정이다.  

거래 중지된 오스템임플란트.[사진=네이버금융]
거래 중지된 오스템임플란트.[사진=네이버금융]

한국거래소는 오는 24일까지 오스템임플란트를 두고 대상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만약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 20∼35일(영업일 기준) 동안 실질심사를 거친 후 기업심사위원회에 오르게 되고 여기서 상장 폐지 여부가 가려진다.

물론 실제 상장 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거래 정지 직전 오스템임플란트의 시총은 2조386억원으로 코스닥시장 상위 20위권 규모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국내 임플란트 시장 1위이자 세계시장 점유율 5위인 기업이기도 하다. 이렇게 규모가 큰 기업의 상장 페지를 결정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상장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오는 3월 감사보고서에서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으면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기업가치 훼손과 내부 회계 시스템을 둘러싼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시가총액 2조원을 웃도는 우량회사의 회삿돈이 단 한명의 직원에 의해 빼돌려진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회사 차원에서 횡령금을 얼마나 회수할지도 미지수다. 

오스템임플란트 입장문.[사진=오스템임플란트]
오스템임플란트 입장문.[사진=오스템임플란트]

당장 오스템임플란트는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라도 회수가 어려워질 경우 지난해 영업 외 손실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경찰이 확보한 이씨의 횡령 자금을 도합하면 금괴 350억여원과 현금 4억3000만원, 252억원이 담긴 계좌, 수십억원 상당의 부동산, 약 600억~7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결국 상장이 유지가 된다고 하더라도 큰 폭의 주가 하락은 피할 수 없는 셈이다. 

당장 오스템임플란트에 투자한 개미들은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는 1만9856명에 달한다.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의 만기 연장도 막혔다. ETF 상품 투자자도 뜻밖의 피해를 보게 됐다. 오스템임플란트를 담은 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스템임플란트에 투자한 펀드들이 줄줄이 신규 판매 중단에 나섰다. 신한금융투자는 오스템임플란트 편입 비율이 1% 이상인 펀드 17종에 대한 신규 가입을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해당 펀드 가입자들에게 개별 문자를 통해 “해당 종목 이슈의 향후 전개 상황에 따라 펀드 수익률 변동이 예상된다”고 안내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오스템임플란트 편입 펀드 75종을 안내하고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수많은 증권사와 은행들도 오스템임플란트가 편입된 펀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오스템임플란트를 담고 있는 국내 펀드는 100여개나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횡령 규모로 역대 상장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사건이 발생한 만큼 오스템임플란트가 횡령 금액을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개인투자자의 피해 복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스템임플란트의 허술한 내부 통제 시스템과 불투명한 회계관리 시스템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에 사실상 기업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라 거래가 재개되도 대부분의 투자자가 매도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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