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파급력은 컸다. 이 사고는 올해 1월 11일 오후 3시 46분경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에서 공사 중인 광주 화정 아이파크 2단지 201동의 23~38층 대부분이 붕괴하면서 벌어졌다.
광주신세계백화점, 유스퀘어를 비롯한 인근 건물이 정전됐고, 근처에 주차된 차량 20여 대가 매몰됐다. 인명피해도 있었다. 6명의 작업자가 실종됐고, 이중 1명이 숨진 채 수습됐다. 나머지 5명은 현재도 수색 중이다.
사고 원인은 불명이다. 재붕괴 우려로 현장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임시기둥 등 지지대 설치 미비, 콘크리트 건조 기간 부족, 콘크리트 타설 무자격자 재하도급 등이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아 시간을 충분히 두고 열풍 작업 등을 통해 강하게 굳히는 양생 작업을 해야 하는데 양생 불량으로 인해 하층부가 갱폼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아래층들도 무너졌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HDC현산은 불과 7개월 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벌어진 철거건물 붕괴 참사의 시공사였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 8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때문에 HDC현산은 현재 붕괴 사고가 발생한 화정 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을 포함한 광주시 내 모든 건축·건설 현장에 대한 공사중지 명령을 받은 상태다.
민심은 험악해졌다. 국내 유명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서 ‘앞으로 사려는 아파트가 아이파크라면?’이라는 투표가 진행됐는데,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안사겠다”고 답했다.
HDC현산의 수주 사업장에선 조합원들의 계약 파기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받은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인증까지 취소됐다. 향후 신규 수주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 건설업계 9위(2021년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업체가 연이어 대형 사고를 냈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병규 현산 대표가 사고 이튿날 현장을 찾아 “현장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로 인하여 피해를 보신 실종자분들과 가족분들, 광주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관련 처벌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론이 악화하면서 현산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벌금 또는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은 어렵다. 시행일이 이달 27일부터기 때문이다. 다만 건산법 처벌 규정에 따르면 법인에 대한 행정처분은 최장 1년 이내의 영업정지가 내려질 수 있다.
당장 현장을 수습하는 일에만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점쳐진다. 광주시는 “전문가들과 철저히 점검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사 및 입주 일정이 수년은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부분 재시공을 한다 해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리는 건 마찬가지다. 입주자들에게 입주지연보상금도 지급해야할 수 있다.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사고 이후 열린 12일 장에서 현산의 주가는 2만5750원에서 2만850원으로 19.02%나 하락했다. 이후로도 쭉 내림세였다. 13일엔 2만600원, 14일엔 1만8900원에 장을 마치면서 2만원대가 붕괴됐다. 이 기간 주가 하락률은 26.60%나 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후진국에서나 나올 법한 사고가 7개월 만에 또 났다는 점에서 HDC현산의 관리감독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면서 “어떤 쇄신책을 내놓더라도 시장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