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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TALK] 30대 독거남 재택치료에 들어가다... "내가 양성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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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TALK] 30대 독거남 재택치료에 들어가다... "내가 양성이라니!"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2.02.27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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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체계, 1인 가구에겐 '문제적' 방안?

(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증상은 갑작스레 찾아왔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16만 명 대를 넘어섰다는 기함할 뉴스에도 남의 이야기라 여겼다. 하지만 증상 발현 후 3일 만에 '나는 코로나 확진자가 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독거남 이용호(가명.35)씨의 이야기다.

지난 21일 이 씨는 얼굴에 열이 오르면서 평소와 다른 몸상태를 감지했다. 단순히 환절기 감기라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목에 통증이 느껴지고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씨는 자가진단 키트로 검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하지만 계속된 증상에 불편함을 느낀 이 씨는 일찍 집으로 귀가해 휴식을 취했다. 

'푹 쉬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증상이 금방 나아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2일, 이 씨의 증상은 더 심해졌다.

-"몸이 으스스 떨리고 기침, 가래를 동반한 목 통증이 계속됐어요."

결국 반차를 쓰고 병원을 찾은 이 씨는 감기약을 처방받았다. 약을 먹고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코로나 검사를 꼭 받아보라는 의사의 당부와 함께.

다음날에도 이 씨의 몸 상태는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3일째 증상이 지속되자 이 씨는 자가진단 키트로 재검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결과는 이틀 만에 달라졌다. 키트에는 선명한 두 줄이 그어졌다.

-'내가 양성이라니!' 

이 씨는 놀란 마음을 추스린 채 키트를 챙겨 즉시 PCR검사를 받으러 갔다. 오랜 대기 끝에 PCR검사를 받은 이 씨, 다음날인 24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게 된다.

PCR검사를 받은 23일부터 이 씨는 자가격리에 돌입, 재택치료를 시작했다. 

일반관리군 대상자인 이 씨에게 별도의 치료나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증상 발생 시 동네 병의원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안내만 있을 뿐이었다. 

이 씨의 증상은 기침, 가래, 콧물, 두통 등이었다. 재택치료를 시작하면서 증상은 더 심해졌고, 약 처방을 받기 위해 의료상담센터에 연락했다.

-"증상을 묻고, 어디 사는지를 물었어요. 약 처방 후 지정 약국 등 안내 문자를 보내줄테니 약국에서 찾아가라고 하더라고요."

이 씨는 보호자가 없는 1인 가구다. 자가격리 상태로 약을 수령할 방법이 없었다. 이 씨는 1인 가구임을 이야기하며 약 배송이 가능한지를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대리인을 통해 약을 찾아가라"는 말뿐이었다.

30분이 흐른 후 지정 약국에서 처방된 약을 수령해가라는 안내문자가 왔다. 문자를 본 이 씨는 또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정약국이 집에서 꽤 먼거리였어요. 차로 이동해도 15분은 걸리는 거리죠. 거리도 거리지만, 보호자가 없기에 약을 당장 찾아올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몸 상태는 더 안좋아지는데 약을 먹을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더라고요."

결국 이 씨는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친구가 사다 준 약국 약, 회사 동료가 대신 수령해 준 처방약을 차례로 복용하며 증상이 호전되길 기대했다.

코로나 확진 3일차, 이 씨는 목통증, 기침, 가래가 잦아들었고, 약간의 두통만 지속되고 있다.

1인 가구의 재택치료, 혼자서도 잘 해요? NO!

이 씨는 재택치료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꼈다. 

-"재택치료를 시작하고 지인들이 기프티콘을 보내주기도, 문 앞에 음식, 생활용품을 놓고 가기도 했어요. 평소에는 혼자라서 편하고 좋을 때가 많았는데, 아픈 몸으로 격리되다 보니 혼자라서 불편한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보호자가 없는 1인 가구는 주변 도움 없이 재택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걸 느꼈어요."

재택치료 체계가 도입됐을 당시 1인 가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약품 수령에 어려움이 있고, 증상 악화 시에 대응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 씨와 같이 도움을 청할 지인이 있다면 크게 문제될 일은 없겠지만 소외된 1인 가구라면, 또 지인들이 즉시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칫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1인 가구 재택치료자가 전하는 슬기로운 격리생활!

1인 가구의 재택치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이 씨는 경험자로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1인 가구 확진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전했다.

▶1인 가구 확진자의 '보호자'가 되어주는 앱을 활용하세요!

-"나중에 알게 되어 저는 활용하지 못했지만, 재택치료 환자의 비대면 진료, 약 배송을 무료로 지원하는 원격의료 플랫폼이 있더라고요. 저처럼 약 수령이 어려운 1인 가구들이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씨가 추천한 앱은 '닥터나우'다. 최근 재택치료자가 늘어남에 따라 닥터나우는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서 인기 앱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앱을 활용하면, 등록된 400여 개 제휴의료기관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받고 약배달 서비스를 통해 외출 없이 안전하게 약을 배송받을 수 있다. 

닥터나우는 지난 14일 정부의 진료비 및 처방약 조제비 무료 정책에 동참, 재택치료 시스템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재택치료자는 앱을 통해 별도의 비용 지불 없이 비대면 진료와 약처방·배달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보호자가 없는 1인 가구라면 앱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걱정은 STOP! '잘 먹고, 잘 자고' 마음 편히 휴식하세요!

이 씨는 재택치료를 시작하면서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본인으로 인해 타인이 감염됐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긴 휴식기로 쌓여가는 업무에 대한 중압감이 밀려온 탓이다.

-"처음에는 이런 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했어요. 몸도 아픈데 생각까지 많아지니까 두통도 심해지고 더 힘들더라고요. 일단 빠른 회복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노력했어요."

이 씨는 끼니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혼자 살다 보니 평소에도 삼시세끼 챙겨먹는 날은 드물어요. 하지만 재택치료 시작하고부터는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밥을 꼭 챙겨먹고 있어요. 약도 먹어야 하니까요. 집에 구비된 음식과 배달 음식으로 매 끼니를 챙겨먹으니 회복력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씨는 "지인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밥을 차릴 힘조차 없을 때, 지인들이 가져다 준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했어요. 약을 수령할 때도 지인의 도움을 받았고요. 계속해서 상태를 물어봐주는 지인들이 있어서 혹시나 있을 위험에 대한 불안감도 줄어들고, 덕분에 외로운 격리생활을 잘 이겨내고 있어요."

이 씨의 경우, 재택치료의 빈틈을 주변사람들이 채워주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지인의 도움이 없으면 안 될 만큼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1인 가구 재택치료자들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적절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의 방역체계는 퍼즐조각을 맞추듯 변화를 거듭하지만, 모두를 위한 답을 찾는 길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맞지 않는 퍼즐조각으로 빈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방역당국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시사캐스트]

[사진=시사캐스트/닥터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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