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표의 선택이 온 세상의 흐름을 뒤바꿔 놓을 수 있다면?! 정치적 동물로서 주어진 권리를 누려 마땅한 유권자들의 시선은 물론, 그 선택을 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경주하여 온 대권 주자들의 시선을 각각 다룬 영화, '불워쓰(1998)'와 '스윙 보트(2008)'를 소개합니다.
(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시민의 권리가 투표로서 향유되는 정치적 봄의 계절이 돌아왔다. 무엇보다 새로운 희망으로 무르익은 혜택의 과실이 내 집 앞, 내 이웃의 담벼락에도 주렁주렁 매달릴 수만 있다면, 굳이 맘먹고 투표장에 나가지 않을 이유도 없을 터,
이런 권리의 향유가 언제까지 고민스런 애물단지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기 연민과 확신으로 가득찬 투표 용지로 마주대할 수 있을런지. 그저 남의 집 싸움 구경하듯 뒷짐 진 자세로 일관하는 비정치참여인들의 풀리지 않는 시니컬한 포즈도 나름 이해가지 않을 법도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양한 의견들이 빼곡한 밀알로 모여 꽤 멋들어진 집 한 채가 완성될 수 있다는 신념을 포함해, 누구든 꿈꾸기 좋아하던 그때 그 시절의 소망과 바램을 담을 수만 있다면, 그 한 장의 투표 용지는 파문을 일으키고도 남을 만한 충분한 힘을 내포하고 있음에 틀림없는 것.
하지만 차츰 멀어져가는 화합의 기치가 너나 할 것 없이 서로를 구분지어야 하는 대립적 표현들로 꽉 들어찬 지금, 끊임 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방황하던 이들이 아직도 깊은 고민의 수렁에서 헤어나올 길이 없는 지금이라면, 다음의 영화 두 편을 통해 잠시 나마 작은 위로라도 받을 수 있길. 선택의 몫은 잠시 뒤로 제쳐두고라도 말이다.
영화 <불워쓰, Bulworth>
정치를 코믹한 상황으로 연출하여, 기존의 케케묵은 시선에 나름 신선한 자극을 부여했던 90년대를 대표하는 정치풍자 영화. 당시의 현실도 뭔가 더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바램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지금도 정치인들의 관념을 뒤집어 낼 만한 그 요량(料量) 또한 유효할 것만 같은 '워렌 비티'만의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햇수로 따지면 20년도 더 된 영화이기에 현실을 대변하는 측면에선 나름 걱정이 될 법도한 측면이 있지만, 어느 시대에나 변함없는 인간 군상이 펼쳐 놓는 맥락 위에서 정치란 존재하는 법. 그런 주인공의 세태 풍자가 오히려 현실보다 더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작품이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가 발군의 기량을 뽐내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여기서 가장 기본이 되는 문법 한가지. 주인공의 상황이 곧 극에서 극으로 점철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이전 '엔니오 모리꼬네'와 함께 소개한 바 있는 영화 <러브 어페어>와 <벅시>의 주연 배우 '워렌 비티'가 모든 것을 가진 듯한 유력 정치인 '제이 빌링턴 불워스 (Jay Bilington Bulworth)' 역을 맡아 미국에서 가장 높은 최상위 계층의 아우라를 한껏 뽐내 보여주지만, 문제는 바로 그 높이감이 최극단에 치우쳐 있는 것.
이내 현직 상원의원으로서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민주당 상원의원 '불워쓰'는 곧바로 이혼 직전이라는 최대 위기 상황과 맞물려 비정하게 연락을 끊어버린 외동딸과의 문제, 그리고 정치자금줄까지 막혀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깊은 바닥으로 추락해버린 자신의 멘탈 또한 어느 동아줄 하나도 부여잡을 만한 것이 없는 상황을 맞이한다.
더군다나, 검은 비자금 조성이 횡행하던 - 현재와도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 - 당시의 정치판의 흐름에 있어, 대중을 선동할 만한 기본적인 정치 논법 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했던 '불워쓰'였기에, 패색이 짙어만 가는 자신의 선거전에 더 이상 미련 조차 둘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 나락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위안 받으려는 듯, 급기야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 자신을 살해하도록 준비를 시키는 '불워쓰'. 그는 부패한 로비스트와의 거래를 통해 딸 아이 앞으로 들어놓은 막대한 금액의 생명보험에 유일한 기대감을 품고는 자신의 선거 캠페인의 막바지를 향해 돌입하는데..
여기서 발현되는 인종차별주의, 계급 분열을 비롯한 의료 시스템과 기업 통제에 관한 오류 등, 주인공 '불워쓰'만의 현실 사회적 위선에 대한 고발은 점점 더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선거'라는 것 대신 '서거'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그였기에 가는 유세장 마다 진실을 토로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정말 진실은 무엇에든 통하는 걸까?라는 말처럼 쉬운 상상을 되뇌여보는 순간, 그의 앞에 기다리고 있을 현실은 무엇일지, 영화 밖 정치적 현실 보다 더 큰 궁금증을 자아내면서도, 우리가 선망해야 할 리더는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 지,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준다.
*'신선미' 자극하는 감상 POINT : 진실한 입술의 힘과 그 원천은 무엇일지, 정치적 현실에선 가히 존재할 리 만무할 것만 같은 한 대권 주자의 존재감에 집중하다보면, 오늘날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깨달음에 한 껏 다가서 볼 수 있다.
영화 <스윙 보트, Swing Vote>
미국의 유명 '터치스톤 픽쳐스'사가 배급을 맡아, 영화의 존재감 만큼은 나름 보장되는 영화, <스윙 보트>. 제목 그대로, '스윙 보터 (Swing Voter)'라는 누구에게 투표할지 아직 결정하지못한 유권자의 결정적 한 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우리말로 '부동층 투표', 즉, 마음이 흔들린다라는 뜻의 'Swing'이 투표라는 단어 앞에 와 붙으면서, 투표 결과 발표 시점 전까지도 그 선택이 예측될 수 없음에 방점을 찍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두 명의 대선 후보가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어 누가 될지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경우엔 더더욱, 이 '스윙 보트'라는 한 표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보팅 키 (Voting Key)'를 쥐고 있음에, 자신들을 확고히 지지하는 세력을 등에 업고 난 이후의 대권 주자들은 이 '스윙 보터', 즉, '부동층의 표'를 잡기 위해 온 노력과 성의를 다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념적으로도 중도 성향을 지닌 주인공, '버드 존슨 (케빈 코스트너 분)'은 미국 뉴멕시코주의 작은 도시에서 평범한 싱글대디 삶을 구가하고 있는 무직의 낚시꾼이다. 말이 낚시꾼이지, 그야말로 맥주 들이키기와 늦잠 만을 일삼으며 딸의 잔소리를 안주삼아 빈둥거리기만하는 한량 그 자체.
중도 성향이란 것도, 아예 정치라는 것엔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그저 딸 아이와의 소소한 일상말고는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아버지의 군상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영화는 곧 정치에 무관심한 일부 현대인들을 나름 대변하려는 듯정치적 부동층의 표상(表象) 제시에 나름 심혈을 기울여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철든 12살 딸 아이, '몰리(매들린 캐롤 분)'가 아빠 '버드'의 대리 투표를 하면서, 영화 속 대통령 선거는 그야말로 놀라운 사건 속으로 휘말리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시스템 오작동으로 인해 '버드'의 한 표만이 누락되는 사태가 발생돼 버린 것.
결국, 미합중국의 선거법에 따라 10일 안에 재투표의 기회가 주어진 '버드'는 공화당 소속으로 재임을 노리는 현 대통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 사이에서 오직 자신만을 향한 나름의 애정공세(?)는 물론, 온갖 촉각을 기울여대는 언론과 미디어에 도통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후, '몰리'의 결정적 역할로 인해 평소 없던 정치적 관심에 눈을 뜨게 된 '버드'만는 오직 자신만의 방법을 통해 두 후보에 대한 선택을 감행하기로 한다. 그것은..
*'당당함'을 자극하는 감상 POINT : 투표 하나의 권리가 얼마나 위대할 수 있는지, 단 한 사람의 표심만을 잡기 위한 비현실적 설정이 보다 큰 현실로 다가와 모든 시민의 당당한 제 역할을 응원하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다.
실제 대선이 눈 앞, 아니 코 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 대선 가도에 스스로의 삶을 반추하며 행복과 고통을 함께 감내하여 온 후보들을 비롯, 더 밝은 미래를 향한 선택지에 작은 후회의 오점도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해온 유권자들, 그 둘의 모든 시선이 영화에 감동할 줄 아는 혜안, 그 이상의 눈 빛으로 오래오래 간직될 수 있길, 모두의 바램대로 원하고 또 원할 뿐이다. [시사캐스트]
((각각의 영화는 네이버 및 wavve 등 각 종 영화 앱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