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① '명'문장 : 책 <나는 그냥 천천히 갈게요>
② '명'대사 :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③ '명'가사 : 명곡 <Speak Low>
수많은 순간이 겹쳐 흘러가버린 시간. 어느덧 봄꽃의 계절에 와 버린 지금, 모든 것은 하나의 기쁨으로 넘쳐 흐를 수 있을 거란 믿음 하나로 또 다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모두가 그리던 들꽃의 화사함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들로 기대되는 것처럼, 과거의 수려함 또한 내일의 희망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그런 낮은 자세로 모두를 다시 한 번 일으켜 세울 줄 작지만 결코 약하지 않은 메시지 하나가 바로 여기 있다.
조바심과 불신 섞인 혼란의 구덩이는 잘 덮어놓을 수 있으면서, 진지하고도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이 작은 '여유로운 말'에서나마 비롯할 수 있다면, 자신을 위한 출발은 물론, 누군가를 위한 행복의 염원도 곧 나약함의 굴레를 빠져나와 모두가 꿈꾸는 세상으로 인도해 줄지 모른다.
또 하나, 맘 속 새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조용한 길로 발을 들일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조용한 길'이란 물리적 고요함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은연 중 뇌리를 파고드는 영감과 가슴 속 희열의 싹이 움틀 수 있도록 하는, 우리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기운을 되찾을 수 있을 만한 장소를 뜻한다.
이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긴 험준한 산맥을 돌아 굽이치는 강물을 흘려보내면서도, 매 순간 유구한 억겁의 세월이 압축된 듯 천천히,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그나마라도 그런 인생길을 마주할 수가 있는 것. 그런 희망 섞인 여유가 아름답고도 정감 넘치는 매력의 소품 인테리어에 묻어나는 책 한 권을 만나, 그에 관한 전문가적인 식견을 비롯, 가벼운 일상을 오가는 누군가의 기쁨이 오롯이 나의 것이 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보자. 이런 책 속 문장 하나하나가 우리 만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한없이 되살려 줄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① 소품 인테리어 기법으로 영혼을 건드리는 '슬로우어_오누리'의 책, <나는 그냥 천천히 갈게요>에서의 두 줄 명문장
"공간을 살펴보며 이곳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아가고 천천히 가꾸어가야만 우리의 공간이다. 오래 보아야 잘 알게 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따라 모두가 꿈꾸며 걷는 구름 같은 인생길. 그 안의 은은한 흥겨움이 몸 전체에 묻어날 때면, 맘 속 살결이 닿는 곳 마다 칼라풀한 색감이 저마다의 느낌을 강조하며 여러 감정의 파장을 일으킨다. 이 감정의 파장이란, 자신 만이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기쁨과 만족의 또 다른 형태가 아닐지. 이런 감정이 깃든 또 하나의 물체, 곧 인간 본연의 심성으로 만든 생산품이 곧 소품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저자도 이야기한다. 소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닌, 개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공간의 안락함이자 이야기라고. 곧 저자는 그 이야기라는 것이, 자신만의 조화로운 마음 씀씀이로 천천히 걷는 이들로부터 비롯된 것들이라 일컬으며, 그저 느리게 가는 '슬로우어, Slower(slow+er)'가 바로 자신이라는 정의를 내세운다. 어느 순간부터 천천히 걷기 시작한 자신이 예전의 불안 심리나 스트레스로부터 한없이 자유로워진 과거사를 들춰냄으로 말이다.
이에 자신의 방을 꾸미는 데서 출발한 저자는, 공간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하나로 스스로의 노하우를 발전, 자그마한 소품 가게까지 운영하는 그녀만의 신실한 삶을 창출해 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과정 속 편안함과 즐거움이 묻어났던 모든 기억을 떠올려 누구나 함께 체험해 봐도 큰 무리가 없을, 그런 내 집 인테리어의 가벼운 팁들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각각의 문장들에 담긴 표현 또한 또 다른 슬로우어(Slow_er)의 양산을 기원하는 듯, 소품에 대한 저자만의 경외심을 한껏 끌어내 보여주는데, 그런 맘으로 소품을 대하면 누군들 만족스러워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글귀에 어린 노하우들은 평소 저자가 찾아보는 이미지들에 관한 남다른 자세를 풀어놓기에 이른다.
다시 말해, '모든 완성은 디테일에서 비롯된다'라는 말(작자 미상?)이 존재하듯, 저자가 소품 인테리어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것의 일례로, 모든 전문성엔 그만한 본질적 관심이 수반되어야 할진데, 저자는 뭐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는 습관을 비롯해, '핀터레스트'나, 그 밖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사이트 등을 통해 수많은 이미지를 찾아 보며 그것들로부터의 영감 또한 놓치지 않는다고 전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들으면, 그저 범인(凡人)들의 자칭 노하우에 그칠 법도 한 것. 저자는 곧 이들 이미지를 따로 저장해 놓지 않고, 그것들을 확인하는 순간, 정확히 자신만의 영감을 캐치해 내려는 듯한 본연의 의지를 피력한다. 정확히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이미지 저장을 하기로 한 순간부터 '나중에 다시 보면 되니까'라며 자세히 이미지를 들여다보지 않고 넘겨 버리게 된다. 결국 내 것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좋은 이미지를 발견한 순간 '다시 보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꼼꼼히 봐 두는 습관을 들였다." 라는 것.
이후의 그녀 만의 총체적 작업과정은 - 남편의 도움으로 - 크고 작은 애환의 손길이 묻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여러 조립과 재가공을 거쳐낸 최종 인테리어의 결과물들을 삽화 사진으로 선보이기에 이르는데, 이중 원목 느낌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특히 관심을 가져도 좋을, 목재 구입 요령에 대한 팁도 빠짐없이 명시하고 있다.
보통 재단까지 알아서 해주는 가구 업체들을 통해 선반 등, 가공된 원목 제품들을 손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 주포인트. 이에 자신만의 선반을 제대로 설치하기 위해서는 한 번에 의뢰해 배송비까지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해당 치수를 꼼꼼히 여러번 확인해야 함에 그 필요성 또한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이외에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손꼽히는 나무 종류의 선정에 있어선, 선호도 측면에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삼나무, 레드파인(Red Pine), 스프러스(Spruce)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 상세한 내용은 아래 사진 캡션으로 대신한다.
어느 정도 인테리어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엔, 공간의 이름을 지어줄 필요성도 있다며 이에 대한 언급 또한 놓치지 않던 저자는 소품에 대한 정의를 곧, '사용되는 것'과 '보여지는 것'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면서, 보여지는 것으로 돋보여야 좋을 것들에 대해, 일본 유학시 경험했던 내용들을 중심으로 하나 둘 풀어놓기에 이른다. 더불어 패브릭과 커튼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눈썰미로 우리 삶을 보다 더 따뜻하게 감싸줄 만한 소품 인테리어는 무엇이 될 수 있을지, 독자만의 입장에서 천천히 떠올려 봄직한 것들로 저자만의 살가운 생각들을 아낌없이 전해주고 있다.
사람들이 왜 무리해서까지 직접 모든 걸 다 하냐고 물어봤다. .... 우리는 모든 곳에 우리의 손이 닿고 꾸며진 공간에서야 비로소 내가 나인 듯, 남편도 남편 자신인 듯한 안정감을 느낀다. 공간을 살펴보며 이곳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아 가고 천천히 가꾸어 가야만 우리의 공간이다. 오래 보아야 잘 알게 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 p.210 명문장 삽입 문단
저자만의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은 이 이야기들은 곧,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손길을 내밀어 함께 거닐어도 좋을, 그런 공간에 대한 예찬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저 발 맞춰가는 것만으로도 손색 없을, 그런 느림의 미학이 지향하는 바가 작고 숭고한 것들의 고귀함 일깨우는 것이라면, 바로 지금 이 순간 만큼 소중한 것도 없을테니, 너와 나 모두가 사랑하는 이 공간 또한 바로 여기 있음에 우린 기뻐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닐까.
*DIY : '자신이 직접 만드세요'란 뜻의 Do it yourself의 준말로, 이케아 가구를 위시하여 소비자들 스스로가 가구를 조립하고 수리하는 개념을 뜻한다. 이 개념은 1945년 영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후, 1950년대 미국에서 활성화 되었다.
(다음, ② '명'대사 :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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