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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맨의 카 라이프] 쉐보레 초대형 플래그십 SUV 타호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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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맨의 카 라이프] 쉐보레 초대형 플래그십 SUV 타호의 매력 
  • 이병진 기자
  • 승인 2022.04.04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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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병진 기자)

 

타호는 쉐보레의 기함이다. ‘클래스가 다른’ 크기의 타호는 1994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기준 미국 내 대형 SUV 판매 1위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미국 대형 SUV 중 유일하게 1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바 있다.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에서 경호차량으로 자주 등장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타호는 1935년, 세계 최초의 SUV인 ‘서버번 캐리올(Suburban Carryall)’로 시작된 쉐보레의 유구한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 타호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네바다 주 경계에 있는 대형 호수 타호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쉐보레 서버번의 숏바디 버전이다.

물론 북미에는 타호보다 더 큰 서버번도 있다. 서버번의 숏보디 버전인 타호지만 국내 실정에는 누가 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형 SUV다. 이렇게 큰 모델이 국내 시장에서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싶지만 걱정은 넣어 두자. 3열 품은 큰 SUV 시장은 넉넉한 모델을 찾는 이들을 중심으로 작지만 탄탄하게 생태계를 구축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미 팰리세이드, 포드 익스페디션, 고급 대형 SUV인 에스컬레이드와 에비에이터 등이 대형 SUV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런 면에서 타호가 국내에 좀 더 빨리 들어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북미 브랜드 쉐보레가 그들의 장기인 대형 SUV를 통해 브랜드의 매력과 실력을 진작에 뽐냈어야 했다.

국내 출시되는 타호는 브랜드 최고 등급인 ‘하이컨트리(High Country)’ 단일 트림으로 판매되며, 2열 파워 릴리즈 기능이 적용된 캡틴시트와 3열 파워 폴딩 시트를 탑재한 7인승 모델이다. 

길이 5350㎜, 너비 2060㎜, 높이 1925㎜라는 크기에 22인치에 달하는 크롬 실버 프리미엄 페인티드 휠을 장착, 국내에서는 마주하기 어려운 풀사이즈 SUV다. 4세대보다 125㎜ 길어진 3071㎜의 휠베이스를 기반으로 1067㎜나 되는 2열 무릎 공간과 886mm의 3열 무릎 공간을 품었다. 여기에 기본 적재공간이 722리터, 2열까지 접을 경우 최대용량은 3,480리터에 달하는 등 성인 남성 7명이 좌석을 가득 채워도 각자 짐을 트렁크에 실은 채 편안하게 장거리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만한 크기다.

5m와 2m를 훌쩍 넘는 길이와 너비를 알고도 마주한 실물의 첫 인상은 압도적이다. 곡선이라고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직선과 큰 면들이 안 그래도 큰 차체를 더 크고 시원스럽게 강조한다. 크고 두꺼운 보닛과 가로로 시원하게 쭉쭉 뻗은 가로 줄로 채운 커다란 앞 그릴, 날렵하게 새로 디자인한 헤드램프와 ‘ㄷ’자로 꺾어 만든 주간주행등이 대범함과 트렌디함을 두루 섭렵했다. 22인치 휠이 18인치로 보이는 커다란 휠 하우스와 차체, 앞에서 느낀 다부지고 세련된 디자인을 뒤에까지 훌륭히 이어 완성했다.

따로 여닫을 수 있어 실용성을 챙긴 뒷 유리 아래로 길다란 크롬 가로 바가 폭넓은 차체를 더 크고 시원하게 강조한다. 범퍼 아래 4개의 배기구가 덩치만큼 시원한 출력의 대배기량 엔진을 암시한다. 대형 SUV 타호는 어느 한 부분이 특별히 돋보이기 보다 커다란 덩치와 그에 어울리는 비율,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 등 전체적인 실루엣과 존재감이 탁월하다.

전동으로 드나드는 발판을 딛고 실내로 들어선다. 커다란 차체만큼 실내는 광활하다. 차체에 비해 군더더기 많던 미국 차 실내는 옛날 이야기다. 커다란 문 안쪽을 활용해 만든 2층 수납함은 물론 곳곳에 사물함이 차고 넘친다. 넓은 센터패시아의 빈 공간에도 여닫이 문을 달아 수납함을 챙긴 꼼꼼함도 보인다.

미국에서도 가장 고급인 하이 컨트리 트림답게 편의장비는 차고 넘친다. 10.2인치 터치 모니터는 무선으로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비추고 1열 시트는 열선과 통풍, 2열 독립 시트는 열선까지 기본이다. 2열 승객을 위해 1열 머리받침대 뒤로 12.6인치 모니터를 달고 블루투스 무선 헤드셋까지 마련했다.

곳곳에 자리잡은 8개의 USB 포트는 대형 SUV답게 기기 확장성에도 신경 썼다. 탄탄한 중저음과 다부진 음압이 돋보이는 10개 스피커의 보스 오디오와 디스플레이 룸미러, 3존 자동 에어컨,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2개의 220V 파워 아울렛 등 현존하는 거의 모든 장비들로 풍성하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파워트레인은 6.2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 변속기. 크고 높은 차체만큼 운전자세가 높다. 도로 위 거의 모든 차들의 지붕이 눈 아래에 펼쳐진다. 시야는 시원하지만 워낙 큰 차체와 높은 보닛 탓에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 누르고 당겨 쓰는 버튼식 기어의 D 버턴을 누른다.

가속 페달에 무게를 더하면 대형 SUV답게 진득하고 묵직하게 풋워크를 시작한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답게 반응이 일정하고 소리가 매력적이다. 426마력의 최고출력과 63.6kg.m 토크는 커다란 차체를 여유롭게 밀어 댄다. 10단 변속기는 톱니를 바꿔 물며 최적의 효율과 출력 구간을 찾기 위해 분주하지만 운전자가 느끼지 못할 만큼 매끈하고 부드럽게 변속하고 가속한다.

스티어링 휠 록투록은 약 세 바퀴. 부드럽고 다소 뭉툭한 핸들링은 크고 육중한 차체에서는 장점으로 부각된다. 이 같은 핸들링 특성 덕에 더 여유롭고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V8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매력적인 소리를 내며 속도계 바늘을 꾸준하고 힘있게 밀어 붙인다. 부드러운 엔진 반응과 꾸준히 터져 나는 출력 성향이 타호의 덩치와 무게에 흡족하게 어울린다.

업계 최초로 17개 모드로 엔진 실린더를 비활성화/활성화하는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Dynamic Fuel Management)이 적용됐다. 8개 전체 실린더를 비활성화할 수 있는 DFM 시스템은 4개 실린더만을 비활성화했던 기존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AFM) 대비 보다 더 정확하고 부드럽게 폭넓은 영역에서 작동되며, 이를 통해 6.4km/ℓ라는 준수한 복합연비를 확보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하체감각이다. 순간순간 노면 상황에 최적으로 대응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댐퍼와 에어스프링 조합인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이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 모델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탁월하다. 7인승 SUV답게 기본적인 승차감은 부드럽고 안락하다.

여기에 묵직하고 끈적하게 노면을 쥐고 달리는 능력을 더해 높고 큰 SUV답지 않은 차분함과 고급스러움이 도드라진다. 정숙한 실내와 완성도 높은 하체가 쉐보레의 대형 SUV 다루는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게다가 이 고급스럽고 비싼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은 국내에 최고급 트림만 들어오는 덕에 모든 타호에 기본이다. 고속에서는 공기역학과 효율성을 위해 차체를 20mm 낮춰 달리다 오프로드 모드에서는 필요에 따라 25에서 50mm까지 높여 오프로드 능력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출시 전부터 타호를 기다리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쉐보레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의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어른 7명이 짐 싣고 여유롭게 떠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대형 SUV에 대한 갈망이었다. 존재감 넘치는 덩치와 매력적인 디자인, 2인 차박도 넉넉히 소화할 수 있는 실내, 차고 넘치는 편의 장비,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감성과 출력 성능, 여유로운 핸들링과 더 여유롭고 고급스러운 하체감각 등을 고려하고 경험하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차값과 상품성이다. 큰 차 잘 만드는 쉐보레의 장기가 이번에 제대로 빛을 발한 것이다. [시사캐스트]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크크맨(이병진)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크크맨(이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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