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세상이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재혼의 경우 당당하게 얘기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MBN ‘돌싱글즈’라는 프로그램만 봐도 세상이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한 번의 아픔을 겪은 남녀가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연애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많은 시청자의 응원을 받고 있다. 이제는 돌싱, 재혼이라는 단어도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스며들다 보니 재혼하려는 비율도 높아졌다.
젊은 나이일 때 빨리 정리하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 데 동의해
30대 ‘돌싱남’ 김모(38)씨는 결혼한 지 3년 만에 이혼을 했다. 그는 “특별히 큰 문제나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사소한 것으로 거의 매일 싸우다 보니 서로에게 지쳐갔다”라며 “나는 아내의 잔소리가 싫었고 아내는 나의 프리(free)함이 싫다고 했다. 나는 부부간이라도 어느 정도 개인 시간은 존중해 주는 것이 좋은데 아내는 늘 무언가를 함께하기를 원했다.
늘 같이 일어나서 같이 먹고 같이 잠들기를 바랐지만 나는 하루에 한 시간만이라도 내 시간을 갖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아내는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것들이 싸움의 불씨가 되어 결국 남들이 말하는 ‘성격차이’로 헤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젊은 나이이니 빨리 정리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하는 게 좋겠다라는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자녀 육아로 남편과 이혼…재혼은 할 것 같다”
40세 싱글녀 정모씨는 “육아 때문에 많이 싸우게 됐다. 친정 어머니가 오셔서 아이를 봐주셨는데 아무래도 같이 생활하다 보니 엄마도 남편도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겼다”며 “처음에는 이해하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나중에는 장모와 사위 간인데도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남편한테 ‘아이를 생각해서 참아라, 엄마가 안 봐주시면 누구한테 맡길 거냐. 혼자 벌어서 우리 가족 먹여 살릴 수 있냐’는 등 협박 아닌 협박을 했는데 같이 사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갈등의 골이 더 깊어져 이혼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내 나이 40세인데 앞으로 혼자 살아갈 날이 막막하다”라며 “좋은 상대가 나타나면 재혼하고 싶다”고 밝혔다.
남성은 ‘자녀를 잘 키운 것’, 여성은 ‘동안(童顔)’을 가장 많이 봐
이처럼 재혼에 대한 생각이 자유로워지면서 재혼 상대를 만나기 위한 노력들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11일 재혼 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는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와 공동으로 지난 4일∼9일 전국의 (황혼)재혼 희망 돌싱남녀 534명(남녀 각 267명)을 대상으로 전자메일과 인터넷을 통해 ‘재혼의 필수 조건은 아니나 상대가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으면 호감도가 부쩍 높아질 것 같습니까?’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질문에 대해 남성은 응답자의 28.1%가 ‘자녀를 잘 키움’을 꼽았고, 여성은 27.0%가 ‘동안’이라고 답했다. 이어 남성은 ‘동안(25.1%)’ ‘패션 감각(18.4%)’ ‘동향(13.1%)’ 등으로 답했고, 여성은 동안 다음으로 ‘선호하는 종교(23.6%)’ ‘반려동물에 호의적(20.2%)’ ‘자녀를 잘 키움(14.6%)’ 등의 순을 보였다.
손동규 온리유 대표는 “어머니로서 자녀를 잘 키웠다는 것은 품행이 반듯하고 솔선수범의 생활자세를 가졌다고 볼 수 있으므로 남성으로서는 호감을 느끼게 된다”라며 “최근에는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하다가 헤어지는 황혼 이혼자가 증가하고 또 여성들도 남성의 외모·이미지를 중시하므로 상대가 너무 나이 들어 보이지 않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재혼할 경우 상대방의 자녀가 모두 성인이었으면 좋겠다”
53세 싱글녀 박모씨는 이혼한 지 6년 정도가 됐다. 그는 “남편의 무관심과 배려 없는 행동 때문에 이혼했다. 아들 2명이 있는데 한 명은 대학생, 한 명은 고3으로 막내만 대학에 들어가면 자유롭게 살고 싶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으니 ‘좋은 분과 연애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로 필라테스를 열심히 하고 있다. 너무 아줌마 같아 보이거나 자기관리가 안된 모습으로 보이기 싫어 운동도 열심히 하고 피부과도 주기적으로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들도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생활하며 즐겁게 살라고 말해 힘이 된다. 다만 재혼을 하게 되면 상대방의 자녀들도 대학생 이상이었으면 좋겠다. 재혼해 사춘기 자녀들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성인이 된 자녀들이 엄마로서 인정하지는 못하더라도 서로 존중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배우자가 자녀에 너무 집착하면 남편으로서 재혼의 의미를 찾을 수 없어
한편 ‘재혼상대로서 어떤 단점이 있으면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배우자감으로 부적격입니까?’에 대해서는 남녀 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남성은 ‘자녀에 집착’으로 답한 비중이 30.0%로서 가장 앞섰고, ‘빚(23.2%)’, ‘나이차(17.6%)’ 및 ‘비선호 직업(13.1%)’ 등의 순이고, 여성은 27.7%가 지목한 ‘(돈에) 인색’이 첫손에 꼽혔다.
그 뒤로는 ‘가부장적(25.1%)’, ‘자녀에 집착(19.0%)’ 그리고 ‘노안(老顔: 12.0%)’ 등의 순이다. 이경 비에나래 총괄실장은 “남성들은 배우자의 관심과 응원을 받고 싶어 하는데 배우자가 자녀에 너무 집착하면 남편으로서는 재혼의 의미를 찾을 수 없으므로 후회하게 된다”라며 “대부분의 여성들은 재혼 조건으로 경제력을 중시하는데 배우자가 돈에 너무 인색하면 재혼을 잘못했다는 회한에 빠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