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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횡령 또 횡령…금융계 만연한 모럴 해저드 언제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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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횡령 또 횡령…금융계 만연한 모럴 해저드 언제 사라지나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2.09.12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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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픽사베이
@픽사베이

최근 검찰이 약 700억원 규모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우리은행 직원과 공범인 동생이 빼돌린 돈을 찾아냈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임세진 부장검사)는 최근 우리은행 직원 전모씨와 공범인 동생이 차명으로 보관하던 수십억원 상당의 횡령금을 찾아내 법원에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추징보전은 범죄로 얻은 재산을 재판하는 동안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다.

수사기관이 그간 동결한 자금은 66억원 가량이었다. 검찰은 이에 더해 이들 관계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1억원 상당의 현금과 고가품을 확보했고, 수십억원 상당의 은닉 재산도 추가 확인했다.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 전씨는 지8년간(2012년 6월~2020년 6월) 8회에 걸쳐 총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엔 600억원대 횡령사고로 알려졌지만, 출자전환주식 횡령 등 5건의 추가 횡령 건을 발견해 피해 금액이 불어났다.

우리은행 전 직원의 횡령 내역.[자료=금융감독원]
우리은행 전 직원의 횡령 내역.[자료=금융감독원]

이 사건은 국내 금융업계의 내·외부의 감시 및 감독 체계의 총체적 부실이 수면위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거액의 돈이 직원 개인 계좌로 흘러가는 동안 우리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금융감독원의 감독체계는 무용지물이었다. 심지어 이 횡령 사건이 수년에 걸쳐 일어났음에도 책임관리자인 은행부터 감독당국까지 몰랐다는 사실에 여론의 비난 목소리가 컸다. 더 황당한 건 횡령을 저지른 직원이 1년 동안 파견 허위보고 후 무단결근한 사실을 은행이 전혀 알지 못할 정도로 내부 시스템이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난 우리은행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8월엔 7년 동안 고객통장에서 3억원 가량을 빼돌린 혐의로 농협 직원이 경찰에 고발됐다. 지난 6월 경기 광주 지역농협에서는 스포츠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회삿돈 약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30대 직원이 구속됐고, 또 회삿돈 76억 원을 횡령해 가상화폐 등에 투자한 경기 파주시의 지역농협 직원은 지난 7월 검찰에 송치됐다.

2017~2022년 업권별 횡령사고 현황.[자료=양정숙 의원실]
2017~2022년 업권별 횡령사고 현황.[자료=양정숙 의원실]

금융업계에선 이런 횡령사고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무소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78개 금융기관에서 총 327회, 1704억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금융권 횡령 사고로 인한 피해액은 매년 커지는 추세다. 017년 144억원에서 2018년 112억원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19년에는 131억원, 2020년 177억원, 지난해 261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우리은행 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고가 터지면서 8월까지 876억원으로 2017년 대비 6배 이상 늘었다.

횡령 규모가 가장 큰 금융권은 은행으로 894억원에 달했다. 금융사별 횡령액은 우리은행이 716억원으로 최다였다. 그 다음으로 단위농협 153억원, 하나은행 69억원, 수협 68억원, 신협 61억원, NH농협은행 29억원, IBK기업은행 27억원, KB손해보험 12억원, 삼성생명 8억원, 신한은행 7억원 등의 순이었다. 투기 성향이 강해진 사회 분위기에 자신의 행위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횡령범의 특성도 맞물려 범죄액수는 더 커지고 있다.

고객의 돈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겨야 할 금융권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횡령 범죄가 반복되는 이유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서다.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금융권은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시스템을 두고 있다. 한 부서에서 3~5년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순환근무를 하거나, 불시 점검도 수시로 진행한다. 금융감독원의 주기적인 감독도 받는다. 상장사의 외부감사를 맡는 회계법인 역시 횡령 방지 시스템 중 하나다. 이렇게 꼼꼼히 시스템을 마련해놓고도 사고를 방지하거나 제대로 적발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선 횡령 범죄의 형량이 낮은 점을 문제라고 꼬집고 있다. 형법은 횡령죄를 두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형법은 업무상 횡령죄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업무상 횡령으로 인한 재산상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땐 특경법이 적용된다.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한다. 하지만 법조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횡령범들이 5~8년 안팎의 유기 징역을 받는데 그친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 산업은 무엇보다 고객의 신뢰를 먹고사는데, 이런 일이 또 벌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고강도 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과 문제점을 파악해 내부 통제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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