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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월급 빼고 다 오른다”...할증에 탄력 요금까지 치솟는 택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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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월급 빼고 다 오른다”...할증에 탄력 요금까지 치솟는 택시비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2.09.16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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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픽사베이
@픽사베이

직장인 김모(33)씨는 요즘 직장에서 야근이 잦다. 그는 아직 차가 없어서 심야 시간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와야 하는데 택시 잡기가 수월하지 않아 애를 먹는다. 그는 “프로젝트 준비로 새벽 12시를 넘겨 퇴근하기가 일쑤인데 택시가 잡히지 않아 힘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그 시간에는 버스, 지하철 운행이 안 되기 때문에 택시 밖에 이동 수단이 없는데 택시를 호출하면 매번 근처에 차가 없다는 거절 메시지가 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택시가 잡히지 않는 이유는 택시 운전기사의 급격한 감소 때문으로 낮은 처우 탓에 법인택시 기사 수가 6년 새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데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밤에 일하는 걸 꺼리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2년 전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운행을 막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타다 금지법’) 개정안 통과 이후 1만2000명에 달하는 타다 택시 기사가 업계를 떠난 데 있다. 기사 수 급감에 대한 별다른 해답을 찾지 못한 서울시가 택시 요금을 올리는 미봉책을 또다시 꺼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범 심야기본료 1만원이 넘는 시대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중형택시 기본 요금은 기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오른다. 심야 할증 요금은 두 구간으로 나눠 오를 전망이다. 오후 11시~오전 2시는 기본 요금 대비 40% 할증(6700원 안팎)된다. 오후 10~11시, 오전 2~4시는 20%(5800원 안팎) 오르는 방안이 유력하다. 동시에 기본 거리는 현행 2㎞에서 1.6㎞로 400m 줄인다. 거리요금 기준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조정한다. 요금 미터기가 더 빨리 오르기 시작하고, 오르는 속도도 더 빨라지는 셈이다. 일반 택시 요금이 오르면 모범택시도 요금을 올려야 한다. 중형택시와 모범택시 운임·요율 수준에 적정한 차이를 둬야 한다는 국토교통부 훈령 때문이다. 서울시는 모범택시 기본료를 기존 65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심야 할증률 40%를 적용하면 기본료만 1만원(9800원)에 육박하게 된다.

심야 4600→6700원…‘택시대란’ 잡겠다고 요금인상 꺼내든 서울시

@서울시 제공.
@서울시 제공.

직장인 강모(35)씨는 “요즘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제한이 없어서 회식도 많고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도 많은데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회식이나 저녁 모임이 있으면 술을 마시기 때문에 차를 안 가지고 나오는데 요즘 같아서는 차를 가지고 나와서 대리운전을 부르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식 후 강남역에서 서울역까지 택시를 타면 거리요금은 1만1700원, 다만 실제 배차요청에는 심야할증 20%가 붙어 1만4000원가량 예상운임이 적용된다”며 “카카오T를 비롯해 우버택시(UT), 반반택시, 마카롱택시, 티머니온다 등 다른 택시 앱도 대체로 1만4000원 정도의 요금을 내지만 실제 배차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심야시간 택시비가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기사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각종 할증요금에 더해 최대 4배 운임이 가능한 탄력요금제 때문이다. 심야시간 택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란 상태에서, 정부가 ‘택시요금 인상을 통한 공급 확대’를 정책 기조로 삼은 탓이기도 하다. 서울 중형택시의 경우 심야시간에는 기본료가 3800원에서 4600원으로 800원 오르고, 거리에 따른 요금도 100원에서 120원으로 오른다.

또한 카카오블랙이나 우버블랙과 같은 고급택시는 기본요금이 6000원, 8000원 식으로 비싸고, 최대 4배까지 요금을 올려받을 수 있는 탄력요금제를 적용한다. 한 모범택시 운전사는 “요즘 모범택시가 제일 싸다”며 “같은 그랜저, K9으로 운전하며 카카오블랙 호출을 받아 3배씩 더 받는 건 기사로서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심야 시간엔 개인택시 기사들이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 큰 이유

jtbc 자료화면.
jtbc 자료화면.

‘택시 운송원가 분석 및 요금체계 개선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택시 하루 운행 대수는 2016년 2만127대에서 2021년 1만3883대로 31.0% 줄었다. 법인택시 기사 수는 2016년 6월 3만6024명에서 지난 6월 2만868명으로 42%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승객이 줄면서 젊은 층 기사들은 배달·택배업계로 대거 일자리를 옮겼다.

심야 시간엔 개인택시 기사들이 운전대를 놓아 더욱 문제가 커졌다. 개인택시 비율은 서울시 전체 운행 대수의 69.3%에 달한다. 이들의 오후 10시 이후 심야 운행률은 심할 경우 10.1%까지 떨어졌다. 평상시에도 운행률이 20~30%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고령층(60세 이상) 택시 기사 비중이 2016년 53.3%에서 2020년 69.4%로 크게 늘어난 탓이 크다”며 “체력이 많이 필요한 심야 운행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연구원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기본요금 인상 ▲단거리 서비스 요금제 도입 ▲물가연동제 도입 ▲요금 상하한제 도입 등을 시에 제안했다. 

서울 심야 승차난 해소위한 택시요금 인상 가능성에 시민 반응 엇갈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이런 가운데 택시요금 인상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택시 기사가 약 30%, 운행 차량이 약 40%가 줄어든 것이 낮은 택시 요금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우리나라 택시비가 많이 싸다. 택시 기사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OECD 국가 평균 택시요금은 안되더라도 80%수준은 돼야 기사가 유입된다”고 말했다. 또 “요금 올려도 탈 사람은 타고, 택시를 안 탈 사람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일찍 귀가할 것”, “요금 올려봤자 배달이나 대리보다 싸다”는 등의 반응도 있었다. 반면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안 오르는 게 없다”, “무슨 10시부터 할증인가. 식당들 10시 전에 마감하라는 얘기”라며 요금 인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택시 기사가 부족한 게 아니고 밤에 일하지 않으려는 기사가 많은 게 아니냐”, “우버랑 타다 활성화해라”는 등의 반응도 다수였다. 심야 할증 인상에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이전에 택시 기사로 근무했다는 한 시민은 “택시요금은 올려도 심야 탄력 요금은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기사는 승객이 호출료로 얼마를 지불했는지 모른다. 탄력 요금 적용 이익은 택시 기사가 아닌 회사가 챙겨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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