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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PICK]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막지 못한 이유는? 여전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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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PICK]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막지 못한 이유는? 여전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2.09.20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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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사각지대로 밀리는 피해자들, 범죄자 양산하는 현행법... 제도 개선 이뤄져야

(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신당역 역무원 살해 사건 피의자 전주환(31).
신당역 역무원 살해 사건 피의자 전주환(31).

지난 14일 밤 9시께 여성 역무원 A씨(28)는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흉기로 A씨를 살해한 범인은 A씨의 입사 동기인 31살 전주환. 그가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A씨에게 만나달라며 보낸 문자와 전화는 350여 건에 달한다. 끈질긴 연락, 때때로 이어진 강요와 협박. 스토킹 덫에 걸린 A씨는 지난해 10월 전씨를 스토킹, 불법촬영 및 협박 등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전씨는 계속해서 A씨를 괴롭혔다. 결국 A씨는 지난 1월 전씨를 상대로 경찰에 두번째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때 전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며 범행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경찰은 구속 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전씨는 지난 2월과 6월 기소됐지만, 기소 이후에도 A씨에게 합의를 강요하며 지속적인 연락을 취했다. 그에게는 이미 징역 9년이 구형된 상태였으며, 1심의 선고 공판일은 지난 15일, 전씨가 살해 혐의로 검거된 날이다.

'구속영장을 기각하지 않았더라면...'

이번 사건으로 이전 내막이 밝혀지면서 대중들은 구속영장 기각을 문제삼고 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가해자는 보복범죄를 계획할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사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전씨가 보복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일까, 스토킹을 가벼운 범죄로 치부한 것일까.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상 구속을 시킬 수 있는 사유는 ▲일정한 주거가 없을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때 ▲도망갈 염려가 있을 때 뿐이다. 재범에 대한 우려는 구속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다만,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에 대한 위해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를 보아도, 구속사유에 해당되는 것이 없을 경우 기타 고려사항만으로 구속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대중이 원하는 건, 제도의 개선이다. 피해자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범죄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촉발제가 되어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19일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2차 스토킹 범죄나 보복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송석준 의원이 대표발의한 '스토킹범죄 처벌법' 개정안은 △스토킹범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질 우려가 있고 스토킹범죄의 예방을 위해 긴급을 요하는 경우 경찰관의 긴급응급조치와 법원의 잠정조치 중에 스토킹범죄 행위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고 △스토킹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수사당국으로 하여금 2차 스토킹범죄나 보복범죄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반의사불벌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 더 이상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범죄

문제의 본질을 깨닫고 변화를 만들어 나갈 필요는 있다. 다만 그 변화가 좀 더 빨리 이뤄졌더라면 A씨는 오늘도 여느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며 꽃다운 나이를 살아가고 있을 터.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자아낼 뿐이다. [시사캐스트]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19일부터 30일까지 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에 대한 추모 주간을 갖는다. 추모주간 동안 공사 사업장 내 분향소를 설치해 피해자 넋을 기리고, 전 직원은 추모 리본을 달기로 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서울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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