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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에 SPC 회장 고개 숙여 사과...질책과 지적 겸허히 받아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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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에 SPC 회장 고개 숙여 사과...질책과 지적 겸허히 받아들여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2.10.25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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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SPC그룹의 파리바게뜨가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이 됐다.[사진 SPC]
SPC그룹의 파리바게뜨가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이 됐다.[사진 SPC]

지난 10월 15일 오전 6시께 경기도 평택 소재 SPL(SPC그룹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배합기에 몸이 끼어 사망했다. 심각한 인명사고였지만, 사건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심각했다. 회사 내 매뉴얼은 2인 1조 근무였는데, A씨는 다른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계엔 덮개를 열면 기계가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장치조차 없었다. 사고를 예방할 인프라가 없었다는 게 확인되면서 SPL의 모회사인 SPC를 향한 공분이 쏟아졌다. 

사고 후 회사 측의 대처는 화를 더 키웠다. 사망한 A씨를 기계에서 꺼낸 건 구급대원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이었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는 4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함께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들 중 일부를 다음날 바로 현장 작업에 이들을 투입했다. 해당 작업장을 폐쇄하지 않고 곧바로 작업을 재개하면서 매정한 기업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SPC.[사진=참여연대]
SPC.[사진=참여연대]

A씨 장례식장엔 파리바게뜨 빵을 두고 가면서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SPC그룹은 “통상 상을 당한 회사 직원에게 제공되는 상조 지원품 중 하나”는 입장을 밝혔지만, 해당 직원이 빵을 만들다가 사망했다는 점에서 무신경한 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허영인 SPC 회장이 공개 사과에 나섰지만, 효과는 적었다. 10월 21일 허영인 SPC 회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검하고 안전 경영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전사적인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는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과 이틀 만에 계열사인 경기 성남시 샤니 제빵 공장에서 40대 직원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허 회장의 재발 방지 약속이 무색해졌다.

여론은 더욱 악화해서 ‘SPC그룹 불매운동’으로 확산했다. 일부 국민들이 SNS 상에서 ‘SPC 불매’ 헤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을 올리고 SPC 그룹 브랜드를 불매하겠다는 게시물을 전파하고 있다.

SPC그룹 입장에선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SPC삼립은 ‘포켓몬빵’ 인기에 힘입어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성장한 8149억원을 기록하면서 처음 8000억원을 돌파했다. 만약 불매운동이 확산하면 지금 같은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렵다. 자본시장은 SPC 그룹의 매출 하락도 우려한 탓인지 투자심리가 쪼그라들었다. 그룹의 상장 계열사 SPC삼립 주가는 24일 전장보다 4.3% 하락한 6만8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한 주 동안 전주 대비 11% 하락(7만8800원→7만1400원)하더니 이날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SNS에 SPC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다.[사진 커뮤니티 캡처]
SNS에 SPC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다.[사진 커뮤니티 캡처]

정치권도 관련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출근길 약식 회견에서 “법이나 제도, 이윤 다 좋지만 사업주나 노동자나 서로 상대를 인간적으로 살피는, 최소한의 배려는 하면서 사회가 굴러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강동석 SPL 대표이사는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정부는 SPC그룹에 대해 강력한 산업안전보건 기획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식품·원료 계열사의 전국 현장을 대상으로 현장의 유해·위험요인뿐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체계 등 구조적 원인을 점검·개선지도하며, 이번주 중 감독대상을 특정해 불시에 감독할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고 발생 이후 SPC 측의 미흡한 사후 대처가 아니었다면 이런 전방위적인 공세에 시달리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면서 “진정성 있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당분간 불매운동의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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