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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 장편소설 ‘신사임당’ 현대인에게 최선의 삶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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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 장편소설 ‘신사임당’ 현대인에게 최선의 삶 제시
  • 이남일 기자
  • 승인 2008.06.20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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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 지음

신사임당은 예부터 ‘현모양처’의 귀감으로 여겨지고 있다. 페미니스트들로부터 가부장적 사회를 정당화하는 여성상으로 왜곡돼 배척의 대상이 되는 곤혹을 겪고 있기도 하다.
 
최근 5만 원 권 화폐의 주인공으로 신사임당이 선정되면서 다시 한 번 신사임당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놓고 찬반양론이 심한 대립을 이뤘다.

일부 여성 단체에서는 5만 원 권 화폐의 주인공으로 신사임당이 선정된 사실을 비판하며 재선정을 격렬히 요구했다. 그러나 신사임당이야말로 한국 여성을 대표하는 진취적 여성상이란 사실이 인정받았다며 기뻐하는 이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안영 장편 소설 ‘신사임당’은 신사임당의 일생을 작가다운 집요한 자료수집과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전개하고 있다.

신사임당의 전기적 성격의 소설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만을 다룬 것은 아니고 작가가 창조해낸 인물이 등장하는 등 상상적 요소가 일부 포함되고 있다. 그러나 상상으로 그려진 부분은 작가가 밝혀낸 신사임당의 진면목을 웅변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신사임당은 손녀와 딸, 아내, 며느리, 어머니로서의 모든 면에서 최고의 선을 추구한다. 손녀와 딸로서는 지극한 효성의 소유자이며 아내로서는 자신만 못한 남편을 존중하고 격려한다. 며느리로서 중용의 덕을 잃지 않고 친정일과 시댁일을 처리함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그리고 어머니로서는 자식들에게 성실과 신독을 좌우명으로 삼아 혼자 있을 때 더욱 자신을 살피는 것이 자신에 대한 진정한 존중임을 깨우쳐 준다.

신사임당이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시대를 앞서가는 진취적 안목이다. 그녀는 남녀 차별이 엄연한 시대에 태어났음에도 여자도 남자와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당시로는 파격적인 사고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신분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노비들도 자유의 몸이 될 때가 온다는 예언을 이미 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재산권도 인정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봉건적 시대에 7남매를 키우면서도 시간을 쪼개 예술혼을 불태우는 신사임당의 모습은 자아실현의 이상을 제시하는 듯하다.

안영의 ‘신사임당’은 신사임당이 살아온 길을 반추하며 최선의 삶이란 무엇인가를 극명히 제시한다.

위즈 앤 비즈, 312면,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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