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5 15:34 (금)
[인터뷰] “열심히 살다 너무 지치고 소진됐다는 건… 방향을 바꾸라는 신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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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열심히 살다 너무 지치고 소진됐다는 건… 방향을 바꾸라는 신호예요”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2.11.11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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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떠날 수 없는 관계는 없습니다」 저자, 임상심리전문가 임아영 작가(上)
"'지금부터는 좀 더 나를 위해 살아도 괜찮구나'하고 생각하시길"
“안정적 애착?… 각자 독립적 존재지만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신뢰를 심어주는 거죠” 

(시사캐스트, SISACAST= 권현경 기자)

「떠날 수 없는 관계는 없습니다」 저자, 임상심리전문가 임아영 작가를 지난 4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권현경 기자
「떠날 수 없는 관계는 없습니다」 저자, 임상심리전문가 임아영 작가를 지난 4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권현경 기자

“‘남들은 이것보다 더 열심히 사는데, 나는 뭘 얼마나 했다고 징징대나’ 같은 자기 비난의 목소리가 시시때때로 울렸지만, ‘남은 남이고, 나는 나다. 내가 처한 상황과 나의 체력, 에너지를 고려했을 때 이게 최선이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그제야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내려놓고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해야만 하는 일 대신에 하고 싶은 일들을 위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남겨두고자 했습니다.”(「떠날 수 없는 관계는 없습니다」 279쪽)

할 일은 많은데 뜻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고,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크게 성과도 없는 날들이 반복되면 몸과 마음은 지칠 수밖에 없다. 해야 할 일을 하는데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나면 정작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는 남아 있지 않다. 삶에는 정해진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머리로만 이해할 뿐 마음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 해’, ‘이렇게 행동해야 해’라고 자신을 옥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하지 않을까.

사람의 마음을 깊게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임상심리전문가 임아영 작가는 「떠날 수 없는 관계는 없습니다」(쌤앤파커스, 2022년)를 출간했다. 임 작가는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10년 정도 일했다. 주로 수련생 트레이닝하는 수련감독자이면서 환자들 보면서 심리 평가하거나 상담하는 일을 했고, 지금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열심히 살다가 ‘뭘 위해 이렇게 살아왔지?’ 하는 지점에 온 사람들에게 임아영 작가는 “그 와중에 이만큼 버티느라 수고했다”며 "지금부터는 좀 더 나를 위해 살라"고 조언했다. 임 작가를 4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우리는 어떻게 나를 발견하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임 작가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지금부터는 좀 더 나를 위해 살아도 괜찮구나’ 하고 생각하시길”

임아영 작가는 "있는 그대로의 삶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책 앞장에 적어줬다. ⓒ권현경 기자
임아영 작가는 "있는 그대로의 삶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책 앞장에 적어줬다. ⓒ권현경 기자

Q. 책 제목이 「떠날 수 없는 관계는 없습니다」 인데요, 이 책을 통해 독자들과 어떤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으셨어요?

“관계성 속에서 나라는 사람이 형성되는 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타인의 기대, 자기 자신에게 부여하는 기대 등에서 자유롭기가 어렵죠. ‘나는 이런 사람 되어야 해’하고 열심히 열심히 살았는데 어느 날, ‘이게 나를 위한 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 같고, 그 과정에서 좀 많이 지치고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책을 읽고 ‘지금부터는 좀 더 나를 위해 살아도 괜찮구나’ 하고 생각하시길 바랐어요.

결국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 거지 내가 다른 사람 인생을 살아 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자기를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쓰게 됐어요. 병원에서 만나는 분들에게 해줄 수 없는 얘기들이라 아쉬움이 있었어요. 더 많이 들어드리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위로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는데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Q. 많은 분이 “인간이 변하나요?”라는 질문을 하신다고요. 주로 작가님께선 어떤 답을 하시고 그러면 질문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저는 변하기도 하고 변화하지 않기도 한다고 말씀드려요(웃음). 제가 만나는 분들은 상담소나 병원에 오신 분들이라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할 때 오시거든요. 좌절감이나 위기감이 있을 때 오세요. 저는 오히려 반문해요. ‘이 자리에 어떻게 오시게 되셨나?’, ‘뭘 바라고 오셨나?’ 물으면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고 다르게 살고 싶다’고 하세요. 바라시는 대로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 다르게 살 수 있다, 연습하면서 그럴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씀드리죠. 생뚱맞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는 건 아닌 것 같고 기존에 내 안에 있었지만 나도 모르고 있었던 부분을 키워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반응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변화하기 힘든가요?’(웃음) 라고 하시기도 하시고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던데요?’ 하신 분도 계시고요. 대체로는 다르게 사는 방법을 찾아보자, 할 수 있다,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음을 가지고 하는 일이에요. 믿지 않으면 힘든 일이죠. 동의하시는 분들은 실제로 힘을 얻으시는 것 같기도 해요.”

◇ “안정적 애착요?… 각자 독립적 존재지만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신뢰를 심어주는 거죠” 

임 작가는 10년 정도 종합병원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만나왔다.  ⓒ픽사베이
임 작가는 10년 정도 종합병원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만나왔다. ⓒ픽사베이

Q. 10년 정도 종합병원에서 일하셨는데 그때 만난 분들은 어떤 분들이시고, 어떠셨어요?

“아동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이었어요. 질환으로 발병하는 데 여러 가지 요인이 있어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스트레스가 상호작용한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기폭제가 되는 생활사 사건은 시험에 낙방하거나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회사에 들어가서도 세대 간의 갈등도 심한 것 같아요. 

노인층은 인지기능 저하로 동반되는 우울증, 은퇴하시고 앞으로 삶에 대한 고민이 많으셨고요,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이 가고 안쓰러웠던 층은 제 연령대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어린 청년층들이었어요. 사는 게 너무 각박한 힘든 세대고,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방황하는 끼인 세대 같아서요. 굉장히 열심히 사는데, 사는 게 힘들다 보니 많이 우울해하고, ‘내가 무엇이 부족한가?’ 하는 생각도 많이 하고, 그러다 보니 자기가 타고난 환경도 탓하게 되는 거죠. 금수저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도 호소하는 것 같고요.  

제가 일한 병원은 사회 관련 사업을 많이 했는데 병무청과 연계해서 군대 가기 어렵거나 군에 적응하지 못한 분들이 와서 심리 검사받고 치료받으시는 분들도 많이 봤어요. 그분들도 사는 게 힘들고 무기력하죠.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사회 진출하거나 대학에 진학하거나 해야 하는데, 그 어디도 편입되지 못한 은둔형 청년도 굉장히 많아요. 지금은 부모 세대가 젊으니까 그들을 돌보지만 부모 세대가 늙고 청년층이 노년층을 부양해야 할 때가 되었을 때, 이 친구들이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한 채로 살다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Q. 상담하실 때, 라포(rapport)형성이라고 하죠. 내담자와 상호신뢰 관계를 만드는 게 어려울 것 같아요? 

“네, 신뢰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아요. 관계에서 어려움을 경험하시는 분들은 상담을 길게 보거든요. 저도 상담하는 사람이지만 상담을 많이 받기도 해요. 상호신뢰 관계를 맺는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내담자와 상담자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에 힘을 얻는 것 같아요. 50분 내내 그런 것도 아니고, 매번 그런 것도 아니에요. 매번 어긋나기도 하고, ‘선생님 저를 이해 못 해주시네요.’ 삐치기도 하고, 우여곡절 끝에 만남의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그 경험을 하고 나면 ‘우린 서로 다르지만 통할 수 있는 부분이 있구나’, ‘마음이 안 맞는 순간이 있지만 맞는 순간도 있지’, 그러면서 유연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Q. 책을 보다 보니, 부모와 자식 사이 애착 관계라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많은 부분에 원인이 되기도 하던데요, 애착이라는 게 어떤 것이고 왜 중요할까요?

임 작가는
임 작가는 "한정 없이 엄청난 사랑을 퍼부어 주는 게 좋은 안정적 애착이 아니라 ‘우리 각자 독립적 존재이지만 서로 마음 주고받는 관계야’하고 신뢰를 심어주는 게 안정적인 애착 관계"라고 설명했다. ⓒ픽사베이

“엄마 아빠가 사랑해서 태어난 게 저는 존재 이유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태어난 아기가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살려면 엄마 아빠가 사랑해서 나를 낳았고, 나도 그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껴야, ‘나는 충분히 살만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기본적인 신뢰 관계나 애정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관계가 사람을 힘들게 하는 요소가 돼요. 제가 만나온 대부분이 그런 부분에 결핍을 말씀하시죠.

요즘 육아 프로그램 많이 있잖아요. 많이들 시청한다고 하는데 저도 ‘우리 엄마가 그래서 내가 그랬구나(웃음)’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런데 원망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하고, 제일 경계해야 할 태도예요. 사실은 애착 관계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독립성이에요. 무한 사랑을 퍼부어 주는 게 좋은 안정적 애착이 아니라 ‘우리 각자 독립적 존재이지만 서로 마음 주고받는 관계야’하고 신뢰를 심어주는 게 안정적인 애착 관계죠. 자칫 오해하면 한계 없이 애정을 다 자식에게 쏟아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워요.

진정한 안정 애착을 경험한 사람들은 우리는 독립적이기 때문에 이해하는 게 아름다운 시도이고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 감사한 순간이라는 걸 알아요. 잘 채워지지 않고 결핍이 있으면 계속 갈구하다가 자기에게 해가 되는 관계인데도 끊어내지 못한다거나 사람을 피한다거나 어렸을 때 맺어온 관계 패턴을 반복하게 됩니다.”
 
Q. 안정적 애착은 언제 형성되나요?

“보통은 발달적 관점에서, 생후 3년까지라고 말씀들 하세요. 일차적으로는 그 시기라고 하는데, 첫 번째 기회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관계를 계속 맺으면서 살아가잖아요. 매번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가정에서 잘 채워지지 않았더라도 학교 가서 또래나, 선생님, 친척, 이웃과도 안정적 애착 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 루트가 있는 사람들은 안정감을 경험하고 보완할 방법이 있죠.”

☞ (하편) "혼자 사는 데 만족감 키우기 위해선… ‘이 시간 만큼은 여유 있게’ 곳곳에 마련해 놓으세요"으로 이어집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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