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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20배 빠른 ‘진짜 5G’ 진짜 물 건너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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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20배 빠른 ‘진짜 5G’ 진짜 물 건너갔나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2.11.21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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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픽사베이
@픽사베이

정부가 이동통신 3사의 5G 28㎓ 주파수 할당을 아예 취소하거나 이용 기간을 단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8일 28㎓ 대역 기지국 설치 이행률을 점검한 결과 SK텔레콤에는 이용 기간 10%(6개월) 단축, KT와 LG유플러스에는 할당 취소 처분을 각각 통지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2018년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기지국 의무 수량 대비 구축 수량이 10% 미만이거나, 평가 결과 점수가 30점 미만이면 할당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이 조건에 미흡했기 때문이다. 28㎓ 대역에서 SK텔레콤은 30.5점, LG유플러스는 28.9점, KT는 27.3점을 각각 받는 데 그쳤다.

SK텔레콤 5G 가입자 추이.[사진 SK텔레콤 IR]
SK텔레콤 5G 가입자 추이.[사진 SK텔레콤 IR]

KT와 LG유플러스는 평가 결과 점수가 30점 미만에 해당해 할당 취소가 통보됐다. 평가 점수 30점을 겨우 넘긴 SK텔레콤은 내년 11월 30일까지였던 28㎓ 대역 이용 기간이 6개월 줄어 내년 5월 31일 만료된다. 내년 5월 31일까지 당초 할당 조건인 1만5000개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할당이 취소된다는 점을 통지했다.

결국 기지국 수가 당초 주파수 할당 조건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주파수를 회수한 셈이다. 정부가 통신사에 나눠준 주파수를 법적으로 회수한 건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대형 이통사가 28㎓ 주파수를 반납할 위기에 처하면서 ‘진짜 5G’를 기다리는 통신 소비자의 기다림도 더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28㎓ 주파수는 정부와 이통3사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LTE보다 20배 빠른’ 대역이다. 품질 논란을 빚고 있는 지금의 5G 서비스보다 빨라 ‘진짜 5G’로도 불린다. 

현재 5G 고객이 쓰는 주파수는 3.5㎓ 대역이다. 이통3사는 3.5㎓ 전국망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3.5㎓는 LTE보다 3~4배 빠른 속도로, 28㎓ 주파수보다 속도가 느리다. 

이통3사 커버리지 맵 현황.[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통3사 커버리지 맵 현황.[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제는 28㎓ 대역의 경우 일반적인 5G 서비스로 이용하기에는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초고주파 대역은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성이 약해 저주파 대역 대비 훨씬 촘촘하게 기지국을 깔아야 한다. 더 많은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8㎓ 대역 주파수는 기지국 사이에 낙엽 하나만 있어도 송신이 원활하지 않다”며 “건물, 시설 등 장애물이 많은 도심에 기지국을 설치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28㎓ 대역이 속도가 빠른 건 사실이지만, 파장의 도달 범위가 짧고 장애물을 피하기 어려워서 일반 고객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때문인지 이통사는 기지국 구축에 소홀했다. 2018년 주파수 할당 당시 이통3사는 28㎓ 기지국을 4만5000대 설치하기로 약속했지만, 실제로 구축한 건 2000여대다(2022년 8월 기준). 이중 지하철 와이파이용 기지국이 1526개로, 일반 기지국은 전국에 531개뿐이다. 통신 소비자가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삼은 기지국이 대부분인 셈이다. 28㎓ 대역을 지원하는 단말기도 국내에 출시한 적이 없다. 

결국 투자에 미흡한 통신사들은 주파수 반납이란 철퇴를 맞게 됐다. 문제는 소비자들이다. 빠른 속도를 마케팅으로 내세운 이통3사에 속아 5G로 전환했다. LTE보다 값비싼 요금제를 받은 이들 3사의 실적은 덕분에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2019년 2조9540억원이었던 3사 합산 영업이익은 2020년 3조318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4조38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할당이 최종 취소되면 해당 대역 중 1개 대역을 두고 신규 사업자 진입을 추진한다. 신규 사업자에게 28㎓ 주파수가 공급될 경우 잔여 1개 대역은 일정기간 경과 후 경쟁을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할당 취소된 2개 사업자 중 1개 사업자에게는 주파수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간 경쟁을 통한 5G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인데 현실적으로 주파수를 쓰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LTE보다 20배 빠른 진짜 5G를 일반 소비자가 쓰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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