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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주부들 “10만 원 들고 마트 가도 카트는 텅 비어 숨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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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주부들 “10만 원 들고 마트 가도 카트는 텅 비어 숨 막힌다”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3.01.09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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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물가 또 들썩… 신선·가공식품 안 오른 게 없어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고객이 마트 진열장 상품을 고르고 있다. @시사캐스트DB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트에 오신 분들이 이것저것 물건들을 많이 사셨는데 지금은 꽉 찬 카트를 찾기 힘들어요. 계산대에 올리는 물건도 꼭 필요한 물건으로 10개 남짓이에요.”(한 대형마트 계산원)

작년 내내 지속된 물가 상승 여파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대형마트다. 신선식품은 이상 기후에 가격이 널뛰고 있고 가공식품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때문에 지난 한 해 가격 상승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카트를 가득 채운 소비자들을 찾기가 힘들어졌고 대부분 필수품 위주로 산다”며 “예전에는 모양이 이쁘게나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궁금해서라도 하나씩 사는 분위기였는데 최근에는 사재기하는 분들을 찾기 힘들고 그때그때 소비할 수 있는 물건들만 산다”고 말했다.

계산대에 올리는 물건만 봐도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어

@통계청 제공.
@통계청 제공.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선 ‘주말 세일’이 한창이었다. 그런데도 카트를 절반 이상 채운 소비자들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신선식품 가격은 이상 기후에 널뛰고, 가공식품도 연초부터 가격 인상이 잇따르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안모씨(44)는 “새해가 되면 물가가 떨어질 줄 알았는데 작년보다 비싼 품목이 많아진 것 같아 평소 두 개 사던 것을 한 개로 줄이고 있다”며 “아이들 세 명이 매일 아침 달걀을 2개씩 먹는데 아무렇지 않게 사던 달걀도 요즘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주부 양모(35)씨도 “장을 볼 때 10만원 예산으로 보는 편인데 10만원으로 사는 물품은 우유(1L), 자연주의 동물복지 유정란(25알) 2판, 스팸(200g) 3개, 금산딸기(500g), 백오이 4개, CJ군만두, 해표 포도씨유(900mL) 정도”라며 “특별하게 고기를 산 것도 아니고 과일을 상자로 사는 것도 아닌데 금방 10만원이 넘으니 일주일에 2~3번 보던 장을 요즘은 최대 1번으로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몇 달 전 비슷하게 물건을 사도 이 정도의 가격은 아니었는데 상품가격을 따져보니 1년 만에 동일 품목 가격이 9.1% 뛰었다”며 “오이(53.8%), 달걀(20.4%), 포도씨유(18.6%), 스팸(16.0%)이 특히 비싸졌다”고 밝혔다.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계산원 김모씨는 “요즘 카트를 꽉 채워 계산하려는 고객은 찾기 힘들다”며 “계산대에 올리는 물건만 봐도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물류비 인상으로 버티기 힘들다”

@농산물유통정보 제공.
@농산물유통정보 제공.

신선식품은 작년 말부터 급등 추세다. 이상 한파로 인한 작황 부진이 1차로 영향을 준 데 이어 연초엔 설 연휴(21~24일) 수요 확대 요인이 더해졌다.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양파(141.4%), 부추(75.6%), 상추(67.0%) 등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가공식품도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가격 인상 흐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라면, 커피, 식용유, 포기김치, 통조림햄, 탄산음료, 우유, 과자 등 업계 전반이 가격을 올렸다. 기업들은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물류비 인상으로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금으로선 장바구니 물가 상승세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많지 않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수요가 몰리는 설을 앞두고 있어 신선식품 가격은 설까지 계속 오를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 전망”이라고 했다.

외식가격도 오름세 “경기가 안 좋아 가게도 한가해”

@농촌경제연구원 제공.
@농촌경제연구원 제공.

신선식품과 가공식품뿐 아니라 외식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100원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2769원이었지만, 1년 만에 11.9% 상승했다. 냉면 한 그릇은 이미 1만원을 돌파했다. 비빔밥도 한 그릇에 9923원으로 조만간 1만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붕어빵 4마리 1000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겨울 대표 길거리 간식 붕어빵은 1개에 1000원 하는 곳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자영업자들은 최근 1년간 가격을 많이 올렸어도 식자재 가격 인상폭이 더 커 손에 남는 게 별로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손님 줄어들 각오를 하고 모든 메뉴를 1000원씩 인상했다”며 “가격을 올렸다고 마진이 커지는 것도 아니고 경기가 안 좋아 그런지 가게도 한가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서민들의 살림살이 빡빡해…올해도 고물가 지속 우려

장바구니 물가만 오른 것이 아니다. 전기세와 택시 기본요금, 교통비까지 모두 오른다. 서울시는 올해 4월 하반기 지하철과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의 요금을 각 300원씩 인상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해 12월부터 택시 할증률도 기존 20%에서 20~40%로 올랐다.

서울 택시기사 박모(66)씨는 “할증료를 인상하면 손님들이 택시를 안타려고 한다. 가격 인상 이후 특별한 날을 제외하면 이용객들이 이전보다 현저히 줄었다”라며 “개인택시가 아닌 이상 가격을 인상했다고 하더라도 남는 게 없다”고 한탄했다. 이어 “할증료 인상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탁상공론”이라며 “나날이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빡빡해져만 간다”라고 덧붙였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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