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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IFE] 60대 이상 시니어 ‘황혼 이혼’ 증가...가치관 변화 '내 삶'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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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IFE] 60대 이상 시니어 ‘황혼 이혼’ 증가...가치관 변화 '내 삶'도 중요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3.02.15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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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은 삶을 위해 더 이상 참지 않아”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최근 가치관 변화로 황혼 이혼을 고려하는 60대 이상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가치관 변화로 황혼 이혼을 고려하는 60대 이상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성모(68세) 할아버지는 최근 아내와의 이혼을 결심했다. 평생 한눈 안 팔고 열심히 돈을 벌었는데 어느 날 아내에게 맡겨놨던 통장 잔고를 보니 돈이 하나도 없었다. 생활비로 다 썼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할머니를 할아버지가 다그치자 “내 명의로 작은 상가 하나 샀다”고 말했다. 이후 할아버지는 아내에게 배신감과 소외감을 느꼈다. 성모 할아버지는 “아내는 내가 하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걸 말하면 잔소리를 하며 사사건건 반대했다”며 “돈 모으느라 그런 줄 알고 이해했는데 결국 나랑 상의 한마디 없이 본인 명의로 상가를 샀다는 말을 듣고는 더 이상 신뢰를 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혼 상담소를 찾는 시니어 남성들 10년 전과 비교하면 7.4배↑

[자료=통계청]
전체 이혼은 줄고, 황혼 이혼은 늘고 있다. [자료=통계청]

가정과 행복에 대한 가치관 변화로 60대 이상 시니어 남성 중 ‘황혼 이혼’을 고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미 여성은 남편의 폭력이나 외도를 더 이상 참지 않고 황혼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제 시니어 남성들도 먼저 이혼 얘기를 꺼내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혼인 건수는 줄어드는 데 반해 황혼 재혼은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해 전체 혼인 건수는 21만4000건으로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보다 10.7%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남녀의 황혼 재혼은 9938건으로 오히려 전년(9811건)보다 127건(1.3%) 늘었다. 4년 전인 2016년(8229건)에 비하면 무려 20.7% 급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혼 상담소를 찾는 시니어 남성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소에 접수된 60세 이상 시니어층의 이혼 상담 건수는 총 1154명으로 전체 연령대의 27.2%에 달했다. 이 가운데 남성은 426명(43.5%)으로 집계됐다. 상담소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시니어 남성의 상담률이 무려 7.4배나 뛰었다”고 설명했다. 

‘당신’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는 노인들 늘어나

[자료=통계청]
노년층 이혼 상담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자료=통계청]

올해 66세가 된 양모 할머니는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이혼을 준비 중이다. 20살에 결혼해 4명의 자식을 낳고 평생 가정을 위해 살았는데 이제 자식들 모두가 결혼하고 여유가 있게 되니 우울증이 찾아왔다.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왔는데 가부장적인 남편은 “먹고살 만하니 별 웃기지도 않은 병이 생겼다”며 타박을 줬다.

할머니는 “내 남은 생이 얼마나 길지는 모르겠지만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마음 편히 살고 싶다”면서 “평생 가족들 끼니 챙기고 자식들 뒤치다꺼리하느라 내 인생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덧 70세를 바라보니 나를 위해 한번 살아보지 않고 생을 마감하면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동안은 자식들에게 집중하느라 남편과 싸우더라도 참고 또 참았지만, 이제는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밝혔다.

이혼하자고 처음 말했을 때 할아버지는 “할 일 없으니 쓸데 없는 소리 한다”며 “늙어서 주책이다”라고 타박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그동안 묵혀왔던 속마음을 풀어놓으며 이제라도 하고 싶은 것 해보고 친구들과 만나 여행도 가고 평생 받아보지 못한 마사지도 받으며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60세 이상 노년층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결혼 생활에서 야기되는 괴로움이나 힘듦에도 힘껏 참았던 노년층이 이제는 개인의 행복을 찾기 위해 황혼이혼을 택하고 있다. 특히 이혼을 경험했던 이들이 서로를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황혼 재혼을 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때에 따라 자녀가 부모의 이혼을 권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최근 이혼과 재혼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 TV조선 우리이혼했어요 프로그램 화면캡처]
최근 이혼과 재혼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 TV조선 우리이혼했어요 프로그램 화면캡처]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혼 건수는 2만5206건으로 전년 동기(2만4358건) 대비 3.5% 증가했다. 특히 혼인 지속기간이 20년 이상 된 부부의 황혼이혼 건수는 올해 1분기 1만191건으로 전년 동기(8719건) 대비 무려 16.9% 늘었다. 올해 이러한 증가 추세가 지속된다면 2019년(3만8446건)과 2020년(3만9671건) 황혼이혼 건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황혼이혼 수치는 4년 이하 신혼부부 이혼 건수(4492건)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사회 전반적으로 이혼과 재혼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전국 시도 평균 이혼·재혼 연령을 살펴보면 지난해 평균 이혼 연령이 남성 49.3세, 여성 46세로 조사돼 1990년(남성 36.7세, 여성 32.6세)보다 크게 올랐다. 지난해 평균 재혼 연령도 남성 50세, 여성 45.7세로 1990년(남성 38.8세, 여성 34세)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황혼이혼과 재혼이 점차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개인 가치관과 인식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거에는 전통적 의미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불편하고 애로사항이 있더라도 참고 살았던 반면 현대에는 개개인 생활이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자녀 양육을 이유로 참고 살던 50대나 60대가 자녀가 장성한 이후 ‘이제는 각자의 삶을 살자’며 황혼 이혼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몰래 외도를 하는 대신, 외도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이혼할 때도 많다”며 “자녀가 부모의 이혼을 권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밝혔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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