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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기업TALK] 동백기름이 키운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로 꽃피고 ‘코스메칩’으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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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기업TALK] 동백기름이 키운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로 꽃피고 ‘코스메칩’으로 도약
  • 황최현주
  • 승인 2023.03.31 09: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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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여성 CEO 윤독정 여사 재조명… ‘맞춤형 화장품’ 새 역사 창출 
5세대 설화수. 사진=아모레퍼시픽

(시사캐스트, SISACAST=황최현주) 아모레퍼시픽의 한방화장품 설화수는 1960년대 탄생됐다. 환갑을 훌쩍 넘긴 것이다. 산업화가 막 추구되던 시기에 탄생된 설화수는 그 당시부터 현재까지 고급 한방화장품의 대명사로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뷰티 시장서는 ‘고급’이라는 명칭만 내세워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고객 마음을 기꺼이 움직여야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맞춤형 화장품과 코스메칩, 로봇, 전문경영진 영입 등 글로벌 뷰티기업으로의 초석을 다시금 다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K-뷰티를  선도 글로벌기업으로 자리매김에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모태 개성상인 윤독정 여사와 태평양상점 

설화수가 고급 한방화장품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만 설화수가 탄생되기까지의 역사를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단순히 아모레퍼시픽의 뷰티라인의 한 축으로만 여겨질 수 있는 이 제품은 사실 서경배 회장의 조모 윤독정 여사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윤독정 여사는 일제강점기 당시 동백기름을 팔러다닌 개성상인이었다. 흔히 송상으로 불리기도 한 개성상인은 개성과 함경도 등 북쪽 중심으로 상권을 형성했고, ‘베니스 개성상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외국과의 교역도 활발하게 한 조선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상단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이 방문판매에 강한 이유가 어쩌면 윤 여사 덕분일지도 모른다. 당시 국내는 외국 신문물의 유입으로 ‘모던걸’이라는 유행어가 유행했다. 머리에 비녀로 쪽을 진 여인이 아닌, 파마를 하거나 단발을 하고 양장에 굽 있는 구두를 신고 활보하는 여인들이 늘고 있었다.

동백기름은 파마를 한 모던걸이든, 비녀로 쪽을 지고 있는 여인들이든 모두에게 필수품 중 하나였다. 냄새가 없고, 잘 마르지 않아 여인들의 머리를 탄력있고, 윤기있게 만들어줬고, 고가라서 돈 푼 좀 만지는 여인이거나 반가의 여인들 외에는 구경조차 하지 못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제치하라는 뒤숭숭한 시국에서도 여인들은 아름다움은 포기하지 못 했다. 그런 여인들에게 윤 여사는 단순히 동백기름 장수가 아닌, 좋은 친구였다. 남녀유별은 없어졌지만, 여인들의 바깥출입은 여전히 엄중한 잣대로 규정돼 있었고, 그녀들은 바깥 돌아가는 사정을 윤 여사를 통해 알기도 했던 것이다.

윤독정 여사는 서경배 회장의 조부 서대근 씨와 혼인해 슬하에 故서성환 전 회장 등 3남 3녀를 낳았다. 서성환 회장은 이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1938년 창성상점이라는 가게를 내고 이 당시 ‘창성당 제품’이라는 이름을 넣고 동백기름 등 미용제품을 팔았다. 당시 최고급 제품에는 흔히 ‘당급(堂級) 화장품’이라 불렀는데, 제품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모든 제품에 ‘당’자를 쓰면서 고급이미지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6남매를 키워야 했던 윤 여사는 생활력이 강해야 했다. 창성상점은 훗날 태평양상점에서 1945년 태평양화학공업사로 바뀌었고, 지난 2006년 아모레퍼시픽이라는 기업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미용분야는 흔히 여성만의 전유물로 느끼기 쉽다.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은 여성적 느낌이 있는 아모레와 남성적 느낌의 태평양을 합하는 것으로 남녀의 장벽을 허물어뜨리고자 한 의지를 드러냈다. 

윤 여사의 일을 자녀들 중 가장 많이 챙긴이는 차남 서성환 회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뷰티산업의 가능성을 본능적으로 깨닫게 되면서 당시 가내수공업 형태로 만들고 있는 제품 생산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서성환 회장은 “우리 회사의 모태는 나의 어머니이시다”며 “우리 회사는 여성이 키운 기업이다”는 말로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낸 적도 있다. 더불어 손자인 서경배 회장 역시도 “할머니는 아름다움과 건강의 선구자”라는 말로 존경심을 표했다. 애석하게도 윤 여사는 손자 서경배 회장이 태어나는 것을 보지 못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여사가 작고한 4년 후 서경배 회장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서성환 회장, 윤독정 여사, 서경배 회장.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간행물 '세상을 바꾼 아름다운 이야기)

글로벌 뷰티시장에 눈 뜬 서성환 회장… 화장품에 인삼을 품다 

수십년 전 만해도 일본이나 유럽에서 들어오는 화장품들이 고급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여성들은 하루 끼니를 굶는 한이 있더라도 좋은 화장품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모레는 고급화장품으로 통하고 있는 해외 화장품과 경쟁해야 했고, 그 결과 1960년 설화수가 탄생됐다.

‘눈 속에서 피운 빼어난 꽃’을 뜻하는 설화수는 서성환 회장이 화장품 사업 시찰을 위해 프랑스를 찾고 나서 곧바로 개발돼 판매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럽의 산업화 영향 등으로 프랑스는 코코 샤넬 등을 바탕으로 뷰티산업이 안착돼 있었다. 더욱이 인근에 있는 모로코 등에서 생산하는 질 좋은 장미 등 꽃으로 만든 화장품이 전 세계 여성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글로벌 향수 산지 그라스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된 서성환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식물을 생각했고, 그 결과 인삼을 떠올리게 됐다. 조선의 인삼은 예로부터 중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효능 등 극찬을 받았다. 왕실에서 사신을 파견하거나 조공을 할 때 인삼은 필수였다. 값도 달라는대로 받는 것이 가능했고, 실제 무역을 할 때도 인삼이 빠지면 다른 물품들도 거래가 거의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성환 회장은 ‘몸에 좋은 인삼을 피부에 발라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화장품과 연계한 연구와 개발 등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 한방과학연구센터의 모태가 된 당시 아모레퍼시픽 연구진은 인삼의 모든 부위에서 나오는 모든 추출물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를 거듭해 1960년대에 인삼 성분이 들어간 설화수 브랜드의 모태가 되는 ABC 인삼크림을 출시했다. 

이어 1972년 인삼의 유효 성분인 사포닌을 추출하는 데 성공하고, 1974년 사포닌을 화장품 제형 안에 안정화시킨 진생삼미 크림을 출시했다. 인삼 속 사포닌을 상품화했다는 데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제품이다. 이것이 설화수 브랜드 탄생의 모태인 것이다.  

설화수의 기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인삼 사포닌에 대한 심층 연구가 이루어지며 피부에 구체적인 작용을 하는 성분들이 하나씩 발견되기 시작했다. 노화를 방지하는 성분, 피부 미백에 도움이 되는 성분, 피부 방어력을 높이는 성분 등, 설화수는 이러한 연구 끝에 활성뷰티사포닌, 진세노믹스™를 탄생시켰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6남매를 돌보면서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던 윤 여사의 삶의 의지가 설화수라는 브랜드명의 배경이 된 것과 무관치 않다”며 “실제 중국에서도 엄청난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한국 화장품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아모레서시픽 전경. 

중국시장 대신 북미‧유럽 눈길… 신성장 동력은 ‘맞춤형 화장품’

그러나 현재 설화수의 중국 내 인기는 지난 2014년 사드배치 등 여파가 지속됨에 따라 시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단 설화수 뿐만 아닌, 한국산 화장품 시장 전체 부정적 여파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중국에서는 한국제품 불매 운동 등이 전개됨에 따라 설화수를 본 딴 아류제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현재도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시장 여파를 묵묵히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아모레퍼시픽은 4분기부터 면세와 중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원차이나 전략’을 펼치면서 면세채널 내 중저가 제품판매를 선제적으로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가는 분위기 반등이 있을 것을 점치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낮은 기저와 설화수의 리브랜딩 효과 등으로 경쟁사와 다르게 3분기에 이어 올 4분기에도 면세 매출이 전분기 대비 29.5% 증가할 것이다”며 “면세매출의 불확실성을 중국법인의 구조조정 효과가 충분히 상쇄하는 것으로 주가 하방 경직성을 높여줄 기대와 지난 2019년 대비 지난해 해외 사업의 감각상각비 약 1560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올해 해외법인의 경우 1302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 회복 가능성을 장기간ㆍ예의주시하고 있다. 때문에 북미나 일본, 유럽 등 시장을 중심으로 재편해 움직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모레퍼시픽 미국법인은 2021년 기준 99%의 매출성장과 영업익 10% 초반 수준을 달성했을 것과 올해 해외법인은 1302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아모레퍼시픽 총매출은 1조878억원, 영업이익은 570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신성장 동력으로 ‘맞춤형 화장품’을 꼽았다. 이것은 개개인의 피부 상태와 니즈 등을 고려해 제조와 판매 등을 하는 것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이를 먹거리로 결정했다. 맞춤형 화장품은 개개인의 피부 상태와 니즈 등을 고려해 제조와 판매 등을 하는 것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이를 먹거리로 결정했다.

차세대 화장품 업계를 이끌 맞춤형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뷰티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CES에 참가해온 아모레퍼시픽은 올해까지 4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했다.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고객 맞춤형 기술은 '톤워크'와 '코스메칩'가 대표적이다. 로봇공학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은 톤워크는 인공지능과 로봇팔 기반 맞춤형 메이크업 스마트 제조 시스템 솔루션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정밀하게 얼굴의 색상을 측정하고, 로봇팔을 활용해 맞춤형 파운데이션·쿠션·립 제품을 제조한다. 안면인식 기술과 색채학 연구를 적용해 최적의 맞춤 컬러를 제안해준다.

생활가전 부문 혁신상을 받은 코스메칩은 효능 성분이 들어있는 액티브칩을 꽂아 맞춤형 스킨케어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기기로, 자체 개발한 미세 유체 채널 기술을 적용해 소량의 물과 효능 성분을 균일하게 조합할 수 있으며, 고객은 바뀌는 피부 고민에 즉시 대처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주총을 통해서도 글로벌 시장을 새롭게 재정비하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올해 주총에서 아모레퍼시픽은 김승환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016년 아모레퍼시픽 입사 후 전략기획과 인사 업무, 해외 사업 확장 등을 주도한 글로벌 사업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인사이다. 지난 2021년 지주회사 대표로 선임된 후 직급제를 폐지하고, 보상제도 정립, 사내소통 확대 등 조직혁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해외 사업과 신사업 확장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이재연 전 존슨앤존슨 사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고, ‘디지털 전문통’으로 알려진 박종만 부회장을 통해 기존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유통채널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글로벌 뷰티사업의 정통성과 역사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는 중이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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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2023-04-01 17:35:49
또 전문가 추천라구먼
월 폭락 징조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