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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대통령 외신 인터뷰 리스크…국내 증시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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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대통령 외신 인터뷰 리스크…국내 증시 흔든다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3.04.24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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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여파로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가 국내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와 관련한 민감한 외교 이슈들을 자극하면서 한-중, 한-러 관계가 격랑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관한 이슈로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은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 고집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전제 조건이 달려있긴 했지만,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정부 방침이 달라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자 러시아가 즉각 발끈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무기 공급은 그것이 어느 나라에 의해 이뤄지든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반러 행동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외교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향후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러시아에 달려 있다”면서 맞대응했다. 정제된 언어로 점잖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로벌 외교 환경을 고려하면 상당히 수위가 센 발언들을 주고 받았다. 

중국과의 관계 역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의 ‘역린’인 대만 문제를 건드리고 나섰기 때문이다. 로이터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와 남북 관계의 유사성을 거론했다.

중국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었다고 보고 있다. 하나의 중국은 대만이 큰 의미에서 중국의 일부라는 것이다. 대만을 미수복지역으로 보는 중국 측의 관점이다. 윤 대통령이 대만 해협의 긴장 상황을 두고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언급한 것도 문제가 됐다. 

아모레퍼시픽 주가 현황. [자료=네이버증권]
아모레퍼시픽 주가 현황. [자료=네이버증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 자신의 일”이라며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으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이다.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이며,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북한은 주권국이며 두 나라 모두 유엔 회원국”이라며 “그러나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이며, 중국 핵심이익 중의 이익으로서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 스스로의 일이며, 다른 사람이 말참견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역시 수위가 꽤 높은 경고 메시지였다. 

그러자 한국 외교부도 맞받아쳤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을 했다”며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했다. 이어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발언을 두고도 “언행에 신중을 기하라”고 지적했다. 우리 외교부가 이렇게 강도 높은 표현과 단어를 써가며 중국 외교 당국을 비판한 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드문 일이다. 

LG생활건강 주가 현황. [자료=네이버증권]
LG생활건강 주가 현황. [자료=네이버증권]

한-중, 한-러의 관계 악화는 해당 나라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한국 기업들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1일 아모레퍼시픽(-8.53%), LG생활건강(-8.13%) 등 화장품주와 호텔신라(-7.95%), F&F(-5.61%), 신세계(-3.75%) 등 의류·면세점주, GKL(-10.42%), 파라다이스(-10.40%), 롯데관광개발(-6.66%) 등 카지노주도 줄줄이 급락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중국 정부의 판호(자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가 다시 막힐 수도 있다는 우려에 데브시스터즈(-7.45%), 넥슨게임즈(-10.25%) 등 게임주도 하락했다. 데브시스터즈와 넥슨게임즈는 지난달 중국에서 판호를 발급받았다.

한때 러시아에서 자동차 시장 점유율 2위까지 올랐던 현대차그룹 역시 긴장 수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생산 시설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관계 악화는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러시아 시장의 철수할 가능성이 커졌고, 러시아 현지에 진출해 인기가 상당한 식품기업들도 우려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중국은 리오프닝 기대감이 컸는데 중국이 외교와 경제를 엮어서 전개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고려하면 당분간은 관련 기업의 실적 반등 기대감은 접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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