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9:47 (금)
[트렌드포커스] 뜨거운 메타버스는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상태바
[트렌드포커스] 뜨거운 메타버스는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3.04.30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지난해 2월 출범한 디즈니 메타버스 부서가 1년 만에 팀을 해산한다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2월 출범한 디즈니 메타버스 부서가 1년 만에 팀을 해산한다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메타버스 산업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관련 기술을 개발하던 기업들이 하나둘 손을 떼기 시작하면서다. 대표적인 기업이 월트디즈니컴퍼니다. IT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디즈니는 최근 메타버스 부서를 폐쇄하고 50명 정도 되는 팀 구성원을 모두 정리 해고했다.

디즈니 메타버스 부서는 지난해 2월에 출범했는데, 1년 만에 팀이 해산한 것이다. 메타버스는 디즈니가 보유한 콘텐츠 IP 와 디즈니랜드 등 오프라인 공간을 가상세계 안에 구현할 새 성장동력으로 꼽혔다. 이 팀을 출범시켰던 밥 체이펙 디즈니 전 CEO는 “메타버스는 스토리텔링의 우수성, 혁신 및 고객 집중이란 디즈니의 전략을 추구하기 위해 완벽하게 부합하는 장소”라고 추켜세웠지만,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디즈니만 메타버스 사업에 손을 뗀 게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메타버스 사업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그간 상당한 돈을 투자해 혼합현실 도구 키트 ‘MRTK’, 가상현실 작업 공간 프로젝트 ‘알트스페이스VR’, 가상현실 헤드셋 ‘홀로렌즈’ 같은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왔다. 특히 알트스페이스VR은 가상현실 공간에서 아바타로 대화와 게임을 하고 파티를 할 수 있는 SNS 앱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들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알트스페이스VR 사업 부서와 MRTK 부서가 모두 정리 대상이 됐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사진=제페토]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사진=제페토]

창업 17년 만에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이름을 바꾸면서 메타버스 사업에 사활을 건 메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직원 1만1000명을 해고하면서 메타버스 관련 부서를 대폭 축소했다. 최근엔 1만명 추가 감원을 발표하며 메타버스 관련 개발자를 상당수 정리해고할 예정이다. 메타에서 메타버스의 전략 핵심 부서라 할 수 있는 리얼리티랩스가 십수조원대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리티랩스는 지난해 137억2000만 달러(17조8703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102억 달러)에 이어 2년 연속 적자행진이다. 그만큼 메타버스가 많은 기술 개발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메타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면서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불과 몇년 전엔 산업을 가리지 않고 새 먹거리 사업으로 추앙받던 걸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Meta(메타)’와 ‘우주, 경험 세계’를 뜻하는 ‘Universe(유니버스)’의 합성어로, 가상현실 플랫폼을 의미한다. 기존의 가상공간은 현실과 괴리된 방식으로만 존재했는데, 메타버스는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다. 가상공간의 분신인 아바타를 통해 현실과 결부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메타가 개발한 VR기기 메타퀘스트 프로.[사진 메타 홈페이지 캡쳐]
메타가 개발한 VR기기 메타퀘스트 프로.[사진 메타 홈페이지 캡쳐]

게임 세계와 같이 캐릭터를 설정하고 제품을 구매하거나 콘텐츠를 이용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있는 공간이란 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큰 호응을 얻었다. 온라인 게임 ‘로블록스(ROBLOX)’나 네이버의 ‘제페토(Zepeto)’ 등이 대표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이용자 수를 끌어 모았다. 근태 관리를 가상 오피스에서 진행하는 ‘메타버스 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부쩍 늘어났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엔데믹 전환 국면을 맞으면서 오프라인 활동이 늘어나면서 메타버스를 향한 수요도 크게 줄어들게 됐다. 그사이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리면서 메타버스를 향한 기술적인 관심도 줄어들게 됐다.

IT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관련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현재의 디지털 기술로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소통을 대신할 순 없다”면서 “메타버스와 일상생활을 연계한 활동을 위해서는 주요 ICT 기술 발전과 유기적 연동이 필요한데 아직은 그런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메타버스 산업이 반등할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혁신 기업 애플이 AR·VR 기기를 출시하면 침체된 메타버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애플은 자체 AR 헤드셋과 스마트 글래스, 전용 운영체제(OS)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T 업계 관계자는 “한때 콩나물 머리라고 조롱받던 블루투스 이어폰을 대세로 바꿀 만큼 IT 산업의 영향력이 큰 애플이 만든 기기라면 메타버스 대중화가 빨리 이뤄지게 될 것”이라면서 “조만간 공개될 거란 설만 많은 애플이 실제로 관련 기기를 출시해야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