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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이슈] 다시 꾸는 ‘10만전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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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이슈] 다시 꾸는 ‘10만전자’의 꿈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3.05.29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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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1년 2개월만에 7만원을 웃돌았다. [사진=픽사베이] 

한국 증시의 근간인 반도체주의 분위기가 좋다. 지난 5월 26일 삼성전자는 1500원(2.18%) 오른 7만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가 7만원을 웃돈 것은 지난해 3월29일(7만200원)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이다. SK하이닉스도 전일 대비 5.51% 급등한 10만920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1만500원까지 뛰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는데, 이 회사 주가가 장중 11만원을 넘은 건 지난해 5월 25일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뉴욕증시에서 강세를 나타낸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 폭등이 영향을 미쳤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의 진정한 수혜자로 엔비디아가 꼽히면서 업황 개선 기대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는 AI 학습에 필수 반도체로 여겨진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향한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삼성전자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증권]
삼성전자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증권]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근 랠리를 견인한 건 외국인 투자자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10거래일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조7710억원, 1조2016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9.67%, SK하이닉스 주가는 25.2%나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개인투자자가 가장 좋아하는 종목 중 하나다. 이 때문에 ‘10만전자’의 등극을 기대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2021년 초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파죽지세로 올라 사상 첫 9만원을 돌파하며 10만원 턱밑까지 간 적이 있다.  이때 ‘10만전자’를 외치면서 많은 개인투자자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가 됐는데, 주가가 5만원대까지 투자자들의 타격이 극심한 상황이다.

다만 실제로 ‘10만전자’로 등극하기 까진 많은 걸림돌이 있다. 일단 두 회사의 실적이 별로 좋지 않다.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95.47% 급감한 6402억원을 나타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조8639억원 이익에서 3조4023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당장 올해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반기엔 업황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외부 변수가 너무 많다. 최근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제재한 건 악재다. 

SK하이닉스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증권]
SK하이닉스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증권]

중국 정부가 미국 마이크론을 제재하자,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당장은 나쁠 게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마이크론의 반도체 수요를 한국 업체가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론 중국 정부가 외산 제품을 자국 기업 제품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선 악재다. 

중국 정부는 5월 21일(현지시간)의 일이다.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사이버정보국(CAC)은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를 발견했다”면서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중단 결정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이 소식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폐막하던 날 발표됐다. G7 정상은 폐막 전날 중국을 향한 견제 내용을 담은 별도의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G7의 견제에 따른 보복 조치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중對中 수출 의존도가 매우 큰 한국 반도체 산업은 마이크론 제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론의 메모리 반도체를 중국 현지 반도체 업체 또는 한국 반도체 업체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장은 악영향이 없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그렇지만 중국 당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판매를 금지한 게 중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도 우세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 자는 “무엇보다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꾀하고 있는 상황에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제품 역시 중국 기업 제품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이 ‘양자택일’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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