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3세인 구본현 전 엑사이엔씨 대표에 대한 주가조작 혐의의 사법처리가 임박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중희 부장)는 지난 2007년 7월 탄소나노튜브 전문업체인 나노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엑사이엔씨 주가 시세를 조정해 114억원을 취한 혐의(주가조작)와 550억원 규모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횡령)를 받고 있는 구씨를 최근 두 차례 소환조사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해 조만간 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구씨는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사채업자와 저축은행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씨가 주식 어음 등을 담보로 사채업자에게서 자금을 당긴 뒤 이 돈을 차명계좌를 통해 저축은행에 예치해놓고 예금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의 형태로 원금의 4-5배에 달하는 투자금을 조달했다.
그 다음에 이 돈을 사채업자를 통해 수십개의 차명 계좌에 나눠 입금한 뒤 개미투자자들로 위장 소위 작전을 펼치는 수법이다. 만일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자동적으로 되팔아 원금을 보전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속칭 `스탁론`이라고 불리는 기법으로 저축은행은 주식을 담보 삼아 원금 손실에 대한 걱정 없이 이자비용을 챙길 수 있고 사채업자는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중간에서 마진을 떼어먹을 수 있어 주가조작에 종종 악용되고 있다.
구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주가가 크게 움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통해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한 바는 없다"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와 함께 2004년께부터 2009년까지 엑사이엔씨에서 현금 약 550억원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서도 "투자를 위해 사용한 돈이며 대부분 되돌려놨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는 있지만 증거가 워낙 많이 확보됐다"며 "지난해 엑사이엔씨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와 구씨의 진술을 토대로 구속ㆍ불구속 여부를 결정한 뒤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구씨를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씨는 주식시장에 횡령ㆍ배임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2월 엑사이엔씨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고 지난 1월 보유 중이던 회사 지분 18.25%를 전량 처분해 검찰 기소가 이 회사 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코스닥 시장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구본현씨가 최근 증권거래법 위반혐의로 사법처리가 초읽기에들어간데 이어 그동안 코스닥 종목에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냈던 또 다른 재벌 2~3세들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재벌 테마주를 형성하며 급등했던 각 종목들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재벌 2~3세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고 이들에 대한 혐의가 인정될 경우 구씨에 이은 추가 구속사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본현씨를 구속한 대검 중수부의 수사대상에는 구씨 외에도 코스닥 시장에서 이른바 ‘큰손’으로 불리는 A씨와 B씨 등 6~7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재벌 2~3세들이 일부 종목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내는 과정에서 내부자거래, 주가조작 등을 일삼은 사실이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었던 점을 지적하며 추가 구속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채업체, 저축은행까지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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