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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헷갈리는 '여우 정치'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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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헷갈리는 '여우 정치' 행보
  • 이상희 기자
  • 승인 2011.03.22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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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3 개각 당시 MB정부가 국무총리에 ‘정운찬’ 카드를 꺼내들자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경제학 박사는 다음날 자신의 블로그에 <사람들이, 정운찬을 잘 모르는 것 같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운찬의 별명이 ‘여우’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학자라서 어리버리한 데가 있기는 하지만, 그는 조순이나 이수성보다는 훨씬 무서운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우 박사는 “(정운찬 총리 지명 이후) 각 집단에서 나온 코멘트들을 한 번씩 봤는데, 정운찬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정운찬은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 유형이다. 다만 미필적 고의, 사람들을 살짝 오해시키면서 거짓말은 정작 하지 않은, 그런 일을 아주 잘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서울대 교수 전체를 놓고 그가 미필적 고의를 하는 것을 보았고, 서울대 학생 전체를 놓고 하는 것도 보았다. 기가 막혔지만, 흐름은 그가 디자인한 대로 흘러갔다. 그래서 그의 별명이 여우”라고 단정지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행보가 거침없다. 초과이익공유제를 놓고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과 연일 설전을 벌어더니, 급기야 동반성장위원장 사퇴와 4·27 재보선 불출마를 언급했다.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을 놓고 친이-친박이 사즉필생으로 대충돌할 당시 정 위원장은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세종시 총리’, ‘아바타 총리’, ‘얼굴마담 총리’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학자출신이 과연 정치를 알겠느냐’는 일종의 냉소와 무시가 깔린 셈이다.

그런 그가 연일 동반성장위원장 사퇴를 놓고 ‘미필적 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 위원장은 최 장관과 한나라당 중진들이 연일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쏟아내자 “나보고 일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냐. MB정부의 동반성장 의지를 의심케 한다”며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렸다.

언론은 즉각 ‘정운찬 사퇴’ 가능성을 속보로 전했고 청와대 일부 인사는 정 위원장의 문제제기 방식에 불만을 드러냈지만 동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 위원장은 21일 또다시 애매모호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이날 동반성장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내가 사퇴하는 것보다 동반성장(을)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정 위원장이 사퇴에서 한 발 물러섰다고 판단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정 위원장과 그 측근은 21일자 <조선일보>에 ‘정운찬 미행설’을 흘렸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3주전부터 검은색 소나타 차량이 정 위원장의 차량을 미행했고 3일 전부터는 흰색 쏘나타 차량도 그의 동태를 감시했다.

결국 정 위원장은 동반성장위원회 사퇴 언급→언론에 MB정부의 미행사실 폭로→동반성장위원장 직 사퇴 번복을 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퇴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우 박사는 2009년 9·3 개각 당시 “흐름은 그가(정운찬) 디자인한 대로 흘러갔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정 위원장이 ‘동반성장위원장 사퇴-재보선 불출마’ 카드를 꺼내들자 청와대가 서둘러 사태를 봉합하려고 했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곤혹스럽다”는 말로 당내 정운찬 비토층에 의중을 전달했다.

애당초 정 위원장이 염두에 둔 ‘강남을 보궐선거’의 무사 귀환을 위해 당내 길들이기에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편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 위원장은 스스로 잘못 설정한 개념과 전쟁 중인데, 이를 청와대와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총리를 지낸 어른의 행태가 아니다. 정(정운찬)이 응석을 부리고 있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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