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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정쟁으로 본 역사자료와 통치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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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정쟁으로 본 역사자료와 통치자료
  • 이인제 국회의원
  • 승인 2014.02.11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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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시사캐스트)

NLL대화록의 진실과 국정원선거개입의 실체에 관한 정쟁이 끝을 모르는 무더운 장마처럼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로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다.

그러나 어느 정당, 어느 국회의원이 이를 부끄럽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정쟁과정에서 국가기록원에 마땅히 있어야 할 노무현, 김정일 사이의 회담 대화록 실종사실이 밝혀졌다.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다. 이 실종사건은 그 자체가 국가기강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를 의미한다.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고소, 고발이 전혀 불필요한 사건이다. 변사체가 발견되면 바로 수사에 들어가 범인을 찾아내지 않는가. 대화록 실종의 실체를 밝히는 수사에 일체의 정치적 고려를 해서는 안 된다.

수사를 미적대다 보니 벌써 잡음이 커지고 있다. 야당 일부 강경파들이 검찰수사를 가로막으며 특검을 하자고 덤빈다. 특검 수사는 국민의 세금을 많이 써야 하고 시간이 걸린다. 굳이 특검으로 갈 필요가 어디 있는가.

남북정상회담은 노무현 개인 자격으로 이루어진 회담이 아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격으로 국가의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국가안보, 남북관계 그리고 민족의 장래를 걸고 열린 회담이다.

그래서 그 대화내용을 녹음했다가 한자도 빠트리지 않고 두 개의 대화록을 만들어 하나는 국가기록원에, 다른 하나는 국정원에 보관하였다. 두 개를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는 역사자료(史草)로 국가기록원에 보관하고, 하나는 후임 대통령의 통치자료로 국정원에 보관한 것이다. 사초는 대통령도 함부로 볼 수 없다. 봉건왕조시대 임금도 사초를 열람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전임 대통령이 북의 정상과 나눈 대화 내용은 후임 대통령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필요성 때문에 남북관계 전략을 수행하고 대통령의 통치를 직접 뒷받침하는 국정원에 또 한부의 대화록을 보관한 것이다.

실제로 후임 이명박 대통령이 노, 김 사이에 이루어진 10월 4일 합의를 지키라는 압력에 시달리다 그 합의 배경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대화록을 열람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참모들을 통해 NLL과 관련한 대화내용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일부 언론이 정상회담 대화록을 만들고 보관하던 측근 보좌관이 전에 검찰수사에서 했다는 진술을 보도하고 있다. 그 내용이 해괴하다. 후임 대통령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국가기록원에 있는 대화록은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만일 그런 지시를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국가기록원에 있는 대화록은 대통령도 접근 불가능한 역사자료로서 대통령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국정원 보관 대화록과 별개로 보관해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터무니없는 지시가 분명하다.

사람들은 국정원에 또 한부가 있는 것을 알면서 굳이 국가기록원에 있는 대화록을 없앨 이유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이 의문을 뒤집어 의심을 갖는 것도 가능하다.

국가기록원의 문건을 없애기로 했을 때, 국정원의 기록도 없애기로 하지 않았을까. 만일 국정원이 청와대로부터 파기지시를 받았더라도 비밀정보기관의 특성상 그 지시에 응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 부당한 지시에 따라 대화록을 파기했다면, 그 사실은 바로 다음 정권에서 밝혀질 수밖에 없고, 가담자들은 모두 감옥에 갈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수사는 이런 의문들에 대하여도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제 NLL대화록을 둘러싼 정쟁은 끝내야 한다. 실종사건의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대화내용에 대한 해석은 국민에 맡기면 된다. NLL과 관련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내용은 모두 나와 있는 것 아닌가.

음원파일을 공개하자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래서 더 나올 내용도 없으려니와 나라의 체면만 깎이고 정쟁만 더 깊어질 뿐이다.

이제 냉정을 찾고 민생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떻게 하면 실물경기를 살릴 수 있을까. 세금이 안 걷히고 지방재정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고 난리인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놓고 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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