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이현주 기자)
수많은 IT 기업이 즐비한 판교 테크노밸리에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다. 편안함을 주는 초록 빛깔로 판교를 밝히는 NHN 사옥, 플레이뮤지엄이다. 준공한 지 10여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트렌디함을 유지하고 있는 플레이뮤지엄. 이곳에서 재미있는 콘텐츠와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업의 역사는 2000년 네이버와 한게임이 합병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게임은 고스톱, 포커, 바둑 등 웹보드게임을 기반으로 게임 시장에서 덩치를 키웠다. 웹보드게임을 통해 포털 이용자 유입을 늘리고, 다른 게임사들의 PC게임을 퍼블리싱하며 한게임 포털은 국내 최대 이용자 수를 가진 게임 포털로 자리매김했다. PC에서 모바일로 플랫폼 변화가 일어난 2010년 이후로는 모바일 웹보드게임을 선보이며 시대 흐름을 쫓았다.
2013년 8월부터는 게임사업 부문의 한게임이 'NHN엔터테인먼트'로, 포털사업 부문의 네이버가 '네이버'로 인적 분할하며 독립된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NHN엔터테인먼트(현 NHN)는 출범 후 모태 사업을 주춧돌 삼아 사업 다각화에 주력했다. 이듬해인 2014년 한국사이버결제(현 NHN KCP)와 고도소프트(현 NHN커머스)를 인수해 결제, 커머스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으며, 2015년에는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PAYCO)'를 선보이며 핀테크 사업에도 진출했다. 당시 서비스 출시 27일 만에 결제 회원 100만 명을 돌파하며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NHN의 시선은 클라우드 사업에도 향해 있었다. NHN은 네이버, 한게임 서비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2014년 '토스트 클라우드(TOAST Cloud·현 NHN Cloud)'를 출시했으며, 판교 테크노밸리에 친환경 도심형 데이터센터 '토스트 클라우드 센터(TOAST Cloud Center·현 NHN Cloud Center)'를 설립했다. 이후로는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인프라 및 플랫폼 서비스를 비롯해 원격 데스크톱 솔루션, IP 카메라 서비스 등 클라우드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게임회사답게 초기에는 게임사에 특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금융, 공공, 커머스, 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합한 클라우드로 서비스 범위를 넓혀갔다.
특히 공공기관 클라우드 점유율 1위를 차지할 만큼 공공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21년 1만여 개에 달하는 공공분야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공공 클라우드가 충분하지 않기에 민간 클라우드 수요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국내 대표 CSP인 NHN클라우드는 기회를 잡기 위해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웠다.
NHN클라우드는 마이크로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했다. 지역 거점 데이터센터를 전국적으로 구축해 급증하는 지역 클라우드 전환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판교와 평촌을 비롯해 광주, 김해, 순천 등 지역 거점별 마이크로 데이터센터가 세워지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NHN클라우드는 2022년 공공부문 클라우드 전환사업에서 수요기관 기준 수주율 39% 기록하며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정부 공공 클라우드 수주 감소로 매출이 줄었지만,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광주에 '국가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면서 다시 성장세에 접어들었다. 국가 AI 데이터센터는 글로벌 상위권 수준 초고사양 컴퓨팅 지원을 도입한 국가전략 데이터센터로 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에 AI 연구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 AI 기술 구현의 요충지인 '국가 AI 데이터센터'를 통해 NHN클라우드는 AI 혁신의 지름길을 열어가고 있다.
NHN클라우드는 오는 2026년까지 연매출 8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공시장 선두를 지켜나가는 한편 민간시장에서도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NHN클라우드는 클라우드 서비스 200여 개, 마켓플레이스 상품 320여 개를 기반으로 고객사 5700여 곳을 확보한 상황. 공공·민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으로 잰걸음을 내고 있다.
모태 사업인 '게임', 비(非)게임 사업의 동력이 되다
클라우드와 같은 비(非)게임 사업들이 오르막길에 오르자 NHN은 캐시카우인 게임 사업으로 동력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NHN은 2022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매출 2조 원을 돌파했다. 당시 웹보드 게임 매출 상승이 주효했다. 게임 사업은 여전히 NHN의 탄탄한 뿌리다. 올해 2분기에는 비수기를 맞아 게임 사업 부문의 매출이 감소했지만, 웹보드게임은 비수기에도 전 분기 대비 매출이 소폭 상승했다. NHN은 우수한 웹보드 게임 운영 DNA를 글로벌로 확장할 계획이다.
NHN는 소셜 카지노 게임 '페블 시티'를 연내 북미를 포함한 타깃 국가에 출시할 계획이며, '우파루 오딧세이'는 지난 8일 일본과 대만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공개됐다. 우파루 오딧세이는 NHN이 지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약 8년간 서비스한 '우파루 마운틴'의 후속작으로 지난해 10월 국내에 먼저 출시됐다. 출시 직후 앱스토어 인기 게임 1위, 캐주얼 게임 매출 1위, 구글플레이 시뮬레이션 게임 매출 1위 등을 기록했다.
최근 2차 클로즈베타테스트(CBT)를 마친 '다키스트 데이즈'는 PC버전 출시를 희망하는 참여자 의견을 반영해 모바일, PC 버전 동시 출시를 검토 중이다. 출시 일정은 내년 1분기로 조정했다. 다키스트 데이즈는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미 등 글로벌시장에서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루트슈터 장르로, 시네마틱 영상 등 게임 모습이 일부 공개되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NHN은 국내에서 웹보드게임 신작을 꾸준히 선보이는 한편, 미드코어 게임 라인업을 구축해 글로벌 게임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게임 사업이 단단하게 뿌리내리면 비(非)게임 사업에서도 풍성한 열매가 맺어질 수 있다. NHN이 모태 사업에 힘을 싣는 이유다.
NHN은 올해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핵심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경영효율화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결제 및 광고 부문이 실적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NHN페이코는 포인트카드와 기업복지솔루션 등 오프라인 결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고, NHN KPC도 역대 최대 해외 가맹점 거래액을 기록했다. 이 밖에 클라우드 부문도 국가 AI 데이터센터 매출 반영이 본격화되고, 금융기관 '리전형 클라우드' 등 민간 매출 성장에 힘입어 상승곡선에 올라탔다.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NHN은 하반기에도 불투명한 경영변수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대비하는 한편, 게임 부문을 중심으로 본연의 사업 경쟁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게임 회사로 시작한 NHN은 10년 만에 연 매출 2조 원이 넘는 국내 대표 IT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사업 다각화를 진행해오며 외형 성장도 이뤄냈다. 이제는 NHN이 뿌려놓은 홀씨들이 꽃을 피울 때이다.
NHN은 창립 10주년을 맞은 지난해 8월, 미래 10년의 핵심 키워드로 '글로벌'과 '내실'을 제시했다. 그룹의 사업 무대를 글로벌 전역으로 확장하고, 전 사업 영역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함께 내실이 담보되는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청사진이다. NHN이 뿌린 홀씨들이 전 세계로 날아가 꽃을 피워낼 날이 머지 않아보인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