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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기업TALK] 삼두마차 탄 고려아연, 도약의 50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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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기업TALK] 삼두마차 탄 고려아연, 도약의 50년 그리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4.08.2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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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이현주 기자)

국내 수많은 기업들이 100년 기업을 향한 장거리 마라톤을 이어가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올해로 반백살을 맞으며 장수기업 반열에 올랐다. 고려아연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존 논현동 사옥에서 종로로 본사 이전을 결정했다. 종로는 고려아연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1974년 최기호 선대회장, 최창걸 명예회장 등 총 7인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종로구 서린동 33번지를 본점으로 사업의 물꼬를 텄다. 약 6년간 성장 기반을 다진 후 1980년 논현동 사옥으로 이전해 50년 가파른 성장을 이룩했다. 고향으로 돌아와 새롭게 둥지를 튼 고려아연은 다시금 미래 50년 청사진을 그리며 새 도약을 알렸다.

고려아연 ci.
고려아연 ci.

1974년에 설립된 고려아연은 국내 대표 비철금속제련 기업으로, 주력제품인 아연을 비롯해 금, 은, 동 등 18종의 비철금속을 생산해 납품한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어설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아연 시장 점유율은 9% 가량으로,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고려아연은 여전히 순항 중이다. 올해 2분기에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액은 3조 581억 원, 영업이익은 268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8%, 72.6% 증가했다. 주력 사업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한 것이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앞서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납) 등 비철금속 제련업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미래 성장 전략으로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를 제시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사업 ▲자원순환 사업 ▲2차 전지 소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로드맵이다.  

신사업 기반은 일찍부터 다져졌다. 고려아연은 지난 2018년 호주 자회사인 SMC 제련소 안에 125MW급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했다.

2014년 SMC 사장을 역임했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친환경에 방점을 찍고 기술개발과 공정 개선에 주력해 SMC를 만성 적자의 늪에서 탈출시켰다. 나아가 2018년에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7000만 달러(한화 약 937억 원)를 기록하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다. 

친환경 경영으로 세워진 SMC 태양광발전소는 고려아연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물론,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시발점이 됐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듯, 고려아연은 2021년 호주에 신재생에너지 전문 자회사 아크에너지를 설립하고, 현지 신재생에너지 개발 전문업체 에퓨론을 인수하며 신사업 육성에 팔을 걷어부쳤다.

고려아연은 오는 2050년까지 제품 제조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100% 그린 메탈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린 메탈 생산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고려아연은 SMC제련소 연간 전력 수요의 25%를 태양광 발전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4월에는 아크에너지를 통해 호주 퀸즐랜드주에 건설 중인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 지분 30%를 확보했다. 923MW의 발전 용량을 갖춘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는 내년 8월 상업 운전에 들어간다. 고려아연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호주 자회사인 썬메탈에 공급하고, 썬메탈은 이를 RE100 달성 및 그린 메탈 생산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연간 사용 전력의 3분의 1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게 된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수소 사업에도 시동이 걸렸다.

호주 퀸즐랜드 타운즈빌에 위치한 그린에너지 허브 ‘SunHQ’ 착공식 현장. 사진=고려아연
호주 퀸즐랜드 타운즈빌에 위치한 그린에너지 허브 ‘SunHQ’ 착공식 현장.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은 SMC 태양광발전소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소와 연계한 1MW급 PEM수전해기를 운영해 연간 140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수소연료전지 트럭의 연료로 사용하는 Sun HQ 그린수소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실증사업을 시작으로 신재생 에너지 기반의 수소 인프라를 개발하고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호주에서 28만 톤의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이 중 100만 톤 이상을 암모니아로 전환해 국내로 운송할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고려아연은 한화임팩트, SK가스와 한·호 컨소시엄의 본계약을 체결하고 2030년까지 호주로부터 연간 100만톤 이상의 그린 암모니아를 한국으로 수출하는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호주에 암모니아 공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고려아연, 한화임팩트, SK가스가 한국-호주 수소(한•호 H2) 컨소시엄 본계약을 체결했다.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한화임팩트, SK가스가 한국-호주 수소(한·호 H2) 컨소시엄 본계약을 체결했다. 사진=고려아연

아울러 고려아연은 미국 암모니아 분해 기술기업 아모지에 3000만 달러(한화 약 390억 원)를 투자하고, 향후 10년간 호주에서 그린 암모니아 공급 공동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모지는 그린 암모니아를 수소로 변환하는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아모지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가 더해졌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운송·저장하기 쉬운 형태로 만들어주는 화합물로, 수소로 재분해해 활용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암모니아를 이용해 국내에서 그린 수소 활용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의 목표는 친환경 녹색제련소를 구현하는 것이다. 화석연료가 아닌 신재생에너지와 그린 수소를 활용해 제련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신사업  기대감 속 녹색제련소의 밑그림이 선명해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진-고려아연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또 다른 축인 자원순환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자원순환 사업은 폐전기·전자제품에서 금속자원을 뽑아 상업화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올해 3000억 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가운데 제강분진과 이웨이스트(E-Waste) 리사이클링은 사업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고려아연의 자회사 스틸싸이클은 지난 2022년 제강분진 리사이클링 업체 GSDK를 인수했다. 제강분진은 전기로의 고철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 폐기물로, 아연과 철 분말 성분 등 가치 있는 자원이 함유돼 있다. 스틸싸이클은 철강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제강분진 등에서 아연 제련의 재료가 되는 조산화아연(HZO)을 추출해 고려아연의 2차 원료로 공급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자원순환 사업 확장의 거점으로 미국을 점찍었다. 북미 지역은 버려지는 자원의 양이 많아 금속 회수율이 높고 원재료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또 자원순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사업을 펼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고려아연은 2022년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업체 이그니오 홀딩스를 인수했다. 이그니오 홀딩스는 전자폐기물에서 유가금속으로 제련 가능한 중간재를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그니오 독자기술로 추출한 2차 원료를 통해 동 제련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생산된 동은 자회사 케이젬으로 전달해 친환경 동박 생산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자원순환 사업 확대를 위한 M&A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모습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4월 고철, 폐기 알루미늄, 구리 등을 거래하는 미국 트레이딩 업체 캐터맨을 5500만 달러(한화 약 741억 원)에 인수했다. 폐기물 조달 문제를 해소하고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캐터맨을 통해 폐기물을 확보한 후 이그니오에서 원료를 추출하는 밸류체인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아연은 추가적인 M&A를 통해 자원순환 사업 규모를 늘리고 2033년까지 매출 6조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 ‘인터배터리 2024’ 부스 조감도.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인터배터리 2024’ 부스 조감도. 사진=고려아연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마지막 핵심 축은 2차전지다. 고려아연은 니켈제련, 황산니켈, 전구체로 이어지는 2차전지 밸류체인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2017년 황산니켈 자회사 켐코를 설립하며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진출했다. 2022년에는 LG화학과 함께 합작법인 형태로 '한국전구체 주식회사(LPC)'를 설립했다. 2차전지 핵심소재인 전구체는 중국 의존도가 70%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 배터리 소재 업계에서 전구체 국산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고려아연도 LG화학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 전구체 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한국전구체주식회사(KPC) 전경. 사진=고려아연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한국전구체주식회사(KPC) 전경. 사진=고려아연

지난 3월 연간 2만 톤 규모의 전구체 생산 공장을 완공하고 시험 가동 2주 만에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켐코로부터 황산니켈을 공급받아 전구체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양사의 기술력이 합을 이뤄 단기간에 전구체의 특성을 구현해냈다. 시운전 과정에서 세계 최대 용량의 반응기를 사용하는 등 공정능력을 높이는 새 공법을 적용한 점도 주목할 만 하다. 경쟁사 대비 고품질의 전구체를 생산하고 생산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내 양산 목표도 실현 가능해 보인다.

고려아연-켐코 올인원 니켈제련소 기공식 현장.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켐코 올인원 니켈제련소 기공식 현장.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은 전구체 생산 전 단계인 니켈 제련에서부터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고려아연은 탄소배출이 적은 친환경 니켈 제련 기술을 개발했으며, 오는 2026년까지 4만 톤의 고순도 니켈을 국내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5063억 원을 투자, 울산 온산공단에 연간 약 4만20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건설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고려아연이 생산하게 될 고순도 니켈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기준을 충족해 가격 경쟁력 확보는 물론 경제안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인원 니켈 제련소 상업생산은 2026년부터 시작된다. 이를 기점으로 고려아연은 2033년까지 연간 황산니켈 9만 톤, 동박 6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의 삼두마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50년간 닦아온 제련 기술력은 구동력이 되어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사업 ▲자원순환 사업 ▲2차 전지 소재 사업을 이끌고 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고려아연은 2033년 시가총액이 현재의 7배인 70조 원에 이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두마차에 올라 탄 고려아연의 미래 50년 여정에 기대감이 실린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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