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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어업 동원·사조...한국 불법조업국 지정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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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어업 동원·사조...한국 불법조업국 지정 위기
  • 최치선 기자
  • 승인 2014.05.14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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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 훼손, 대외신인도 추락...미국의 확정 결정에도 영향

(시사캐스트, SISACAST=  최치선 기자)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해적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기니 벨리즈 캄보디아 등과 함께 한국을 불법조업국(IUU)으로 지정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불법조업국(IUU)은 ‘Illegal(불법), Unreported(비보고), Unregulated(비규제) 조업국가’의 약칭으로 말 그대로 불법조업을 일삼는 국가를 뜻한다. 한국은 지난 몇 년간 원양어선 등이 남극해와 서부아프리카 연안 수역에서 제한량의 최대 4배를 남획하거나 선박 식별 표시 의무 등을 위반하면서 2012년 예비 불법조업국가로 지정됐다.

EU가 한국을 불법조업국으로 확정할 경우 국내에서 생산, 가공한 수산물의 EU수출이 전면 금지되며 한국 어선의 EU 내 항만 입항도 불가능해진다.

이들 지역에 대한 한국의 수산물 수출은 연간 1억달러선으로 비중이 큰 편은 아니다. 그러나 ‘불법조업국’이라는 딱지가 붙을 경우 국격 훼손과 대외신인도 추락이 예상된다.  

실제로 EU측은 지난달 2일 개최하기로 한 사전협의를 갑자기 비공개 화상회의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았던 서태평양 참치조업 문제를 제기하는 등 공세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심지어 우리 정부가 불법조업 처벌조항을 대폭 강화하고 어선위치확인장치(VMS)를 의무설치하도록 하는 등 EU 측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EU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는 동원과 사조의 불법어업행태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의 법률회사는 불법어획 주도 혐의로 동원산업을 고소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조카들을 앞세워 불법어획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동원산업은 지난해 아프리카 연안에서 불법어업 행위를 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우리정부에 문제없다는 내용의 위조공문을 보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그린피스 역시 동원의 참치 원양어선 ‘프리미어’호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라이베리아 수역에서 위조된 어업권으로 조업했다고 지적했다. 또, 동원이 라이베리아 수산청을 사칭, 프리미어호의 혐의가 없다는 내용의 위조 공문서를 정부에 제출한 의혹도 받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당시 한정희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서울사무소 해양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가 한국 어선을 보다 엄격히 규제해 불법어업 종결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한다”며 동원산업 선박의 어업허가 중단과 처벌을 요구했다.

동원 측은 해당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했지만, “우리가 조업권 사기를 당한 입장”이라고 말해 그린피스와 공방을 벌였다.

사조산업도 비슷한 실정이다.

사조오양 소유 오양 75호는 뉴질랜드에 있었던 가장 큰 규모의 어획물 무단투기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되며 뉴질랜드 국고로 압수조치됐다.

당시 데이비스 산더스 판사는 범행 선박에 몰수 명령을 내리고 이같이 조치했다. 오양 75호에 탑승했던 이대준 선장은 최근 수산물 불법 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브라이언 캘러한 판사는 “이 선장이 해양에서 수산물을 버리는 것을 묵과 했고 지시 감독을 결정적으로 했다는 증거가 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오양 75호는 2011년 노예선 논란으로 외신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한편, 그린피스는 지난해 6월 국내 참치업체들의 △어업방식 △불법어업 여부 △지속가능한 수산자원 이용 등을 평가해 지속가능성을 평가한 결과 동원은 ‘레드’, 사조는 ‘오렌지’ 등급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오렌지 등급은 현재 지속가능성은 낮지만 향상의 여지가 있다의 의미를 담고 있고, 최하위 등급인 레드는 지속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의미다.

이처럼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망신을 당하고 있는데도 해수부 내부에서는 뾰족한 대처 방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인용하면 손재학 해수부 차관은 이 같은 기류를 차단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로우리 에반스 EU 해양수산총국장과 장뤼크 데마트리 EU 통상총국장, 스티브 트렌트 환경정의연합(EJF) 사무국장 등을 잇따라 만나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전언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꼽히는 한국이 불법조업국으로 지정될 경우 다른 분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EU가 지정한 불법조업국은 기니 벨리즈 캄보디아 등이고, 한국이 속한 예비 불법조업국은 피지 파나마 스리랑카 토고 바누아투 가나 퀴라소 등으로 한국과 경제규모나 수준이 비슷한 국가는 없다.

사태가 이처럼 악화된 건 해수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게 해양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비 불법조업국가로 지정됐음에도 원양어선들의 불법 어로행위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우리도 대응을 잘 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EU가 약소국만 불법조업국으로 지정한다는 환경단체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한국을 본보기로 넣으려 한다”며 “지금으로선 불법조업국 지정을 피할 확률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EU가 한국을 불법조업국으로 지정할 경우 미국의 최종 결정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2008년부터 2년 단위로 불법조업국 보고서를 만들어 의회에 제출하는데, 작년 1월 제출된 보고서엔 한국이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나 이탈리아 멕시코 파나마 스페인 탄자니아 베네수엘라 등과 함께 불법조업국가로 열거돼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 보고서는 일종의 경고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며 국가 간 협의나 조치사항 등을 고려해 2015년 1월에 불법조업국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며 “최종 확정되면 바로 무역제재조치가 시행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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