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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추모 “인간 노무현의 ‘운명이다’, 그리고 1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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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추모 “인간 노무현의 ‘운명이다’, 그리고 1년” 출간
  • 김세영 기자
  • 승인 2011.05.22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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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런 느낌을 조금이나마 알지 않을까 싶다. 마치 심장이 ‘쿵’ 하고 내려 앉은 듯 오늘처럼 생생하고 저릿하고 어지럽고 당황스럽고 깜깜해지는 느낌... . 바로 2009년 5월 23일 토요일이 그랬다.

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5년 임기를 잘 마쳐내고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고향마을로 내려가 무소유 농민의 꿈을 이루려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눈도 귀도 입도 닫은 채 소통의 끈을 놓아 버렸다.

그런 그가 다시 돌아왔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의 일부분 글귀인 ‘운명이다’라는 이름의 자서전으로... .

국민의 안녕과 평등을 위해 인권운동을 쉼 없이 펼쳤던 인간 노무현의 출생에서 서거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했던 인생역정 전체를 기록한 이 책은 그의 평생을 관통하는 대역사 드라마다. 자서전이라지만 저자 본인이 없는 관계로 고인이 남긴 저서와 미발표 원고, 자필메모, 편지, 인터뷰, 영상 등을 두루 살펴 일대기로 정리하고, 빈틈은 유족과 지인들의 인터뷰 및 구술 기록을 토대로 출생부터 서거까지를 일목요연하게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자서전의 정리자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의 상황을 정리했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상임이사가 감사의 말을 썼다.

이 책의 매력은 노무현 자신의 오래된 일기장을 마주한 듯 담담하게 써 내려간 문체와 인생사 곳곳에 등장하는 낯익은 주변 인물들에 있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었다는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워낙 올록볼록했던 삶의 이력을 가진 터라 노무현의 자서전에는 역사드라마처럼 등장인물이 참 많다.

그런데 그의 일생을 다룬 이 책을 놓으며 조선조 소현세자가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백성은 물론 적국에까지도 촉망받을 정도로 백성을 위해 개혁에 힘썼지만 아버지 인조의 비윤리적인 처단에는 그저 담담히 독배를 들이켰던 소현세자. 현 권력가 아버지 밑에서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쳐 보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가 노무현의 인생역정과 중첩되는 까닭일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바보스럽다고 할 만큼 인간적이었던 노무현의 길지 않은 인생은 성공이 99할이었고 좌절이 1할이었으나 결코 실패는 없었다. 밑바닥에 중심을 두고 백만 번 천만 번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처럼 그는 늘 다시 일어나줬고 다시 제자리를 찾았지만 마지막 단 한 번을 일어나지 못했다. 그의 중심이자 핵심인 가족과 국민을 누군가가 억지로 그의 몸에서 빼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마저도 운명으로 담담히 받아들였다.

비록 그의 육신은 떠났지만, 자신의 꿈을, 결국은 국민의 꿈이었던 ‘사람 사는 세상’을 펼쳐보고자 했던 젊은 청년 ‘노무현’의 굴곡 많았던 삶의 한 자락 한 자락은 서거 1주기를 맞아 국민들의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 꽃보다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다.

도서출판 돌베개가 출간한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양장본/반양장본)’가 3주째 베스트셀러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비단 1권의 자서전만이 아니다. 300만 촛불집회를 이끈 단합의 힘, 양심과 신념, 원칙을 중시한 사람됨, 수많은 노란 풍선과 노란 국화 꽃잎의 운집, 천상(天上)의 마을이 될 뻔했던 봉하마을, 그리고 밝은 미래를 위해 일어서야 한다는 소신이 그것이다.

자서전은 말한다. 국가원수의 죽음으로서만이 아닌 수많은 누군가를 위해 밝은 세상 만들고자 피 끓었던 한 사람의 ‘청년운동가 노무현’, 자전거에 손녀를 태우고 달리며 한없이 맑은 미소를 머금었던 소탈한 인간으로서의 ‘노무현’을 기억할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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