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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불을 지켜라” 현대 야구단 살리기 팬들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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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불을 지켜라” 현대 야구단 살리기 팬들이 나섰다
  • 최진철 기자
  • 승인 2008.01.21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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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유니콘슨, 매각 사실상 실패 최대위기
야구팬들 성금계좌 개설등 성금 보내기 전개

선수협도 현대위해 10억 모금해 지원 선언
KBO “8개 프로구단 유지위해 총력 기울일것”
감독-코칭스태프도 호소문 발표등 적극동참

현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2차 이사회(18일)를 앞두고 프로야구 각 구단 사장들이 올 시즌을 8개 구단으로 운영한다는 큰 원칙에 합의했다.

KBO는 16일 오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사장단 간담회를 갖고 “어려움이 있겠지만 8개 구단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자”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KBO 신상우 총재와 하일성 사무총장을 비롯해 김응룡(삼성) 이경재(한화) 김용휘(현대) 하영철(롯데) 신영철(SK) 김진(두산) 김영수(LG) 사장 등 KIA 조남홍 사장을 제외한 7개 구단 사장들이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각 구단 사장들은 “현대가 공중분해되고 7개 구단으로 줄어들면 프로야구가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에 공감하고. KBO와 구단들이 공동 협력해 8개 구단 유지의 방안을 찾아보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하일성 사무총장은 “최종적인 결정은 18일 이사회에서 하겠지만 일단 ‘8개 구단 유지’라는 큰 틀에 대해 긍정적인 논의가 오갔다. 8개 구단 유지를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많이 있는데 앞으로 남은 기간 KBO도 연구하고 각 구단도 노력하자는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남은 과제는 현대 유니콘스의 올시즌 운영자금을 마련할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관리구단 형태로 운영하거나 현대가에 지원을 요청하자는 의견. 시민구단 운영 등 각양각색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의 문제 등이 있어 체계적인 논의와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 현대 살리기에 팬도 나섰다

한편 현대 유니콘스 매각이 사실상 실패로 끝나자 팬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현대 유나콘스 살리기에 나섰다. 네이버에 ‘유니콘스에 희망의 뿔을’이라는 카페를 개설한 박정현(28)씨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부터 중구 명동과 강남역,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앞에서 현대 해체 위기를 극복하고 8개 구단 체제 유지를 위한 서명 운동을 벌였다.

박 씨는 충남대 사회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울산이 고향인 롯데 팬이다. 현대와 큰 인연은 없었지만 8개 구단 체제가 이렇게 무너지는 것을 볼 수만은 없다는 일념으로 카페를 개설했고 순식간에 야구팬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이날 서명 운동에 불을 지폈다.

프로야구선수협회가 이틀 전 현대 선수단을 살리기 위해 10억원을 내겠다고 선언한 뒤 팬들도 지갑을 열고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기탁 중이다.

박정현 씨는 카페를 통해 은행 4곳에 현대 살리기 성금 계좌를 개설했고 전국 각지 야구팬은 십시일반 성금을 보내며 현대 살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박 씨는 “오늘 서명 운동을 준비하느라 은행 계좌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늦어도 내일이나 모레께 모금액을 게시판에 공개할 예정이다”이라고 말했다.

“카페를 개설한 그 자체에 내가 말하고 싶은 모든 게 담겨 있다”고 말한 그는 “오늘 전국에서 촛불집회를 위해 모인 야구팬과 토론을 거치겠지만 일단 내일 KBO 이사회에서 8개 구단 유지에 관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움직이는 야구팬 ‘왜?’

현대 인수 문제가 처음 대두됐을 때만 해도 그 누구도 해체를 예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해체는 ‘최악의 경우에 하는 일’로 뒤켠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시한폭탄이었고 시간 내에 해결하지 못하는 바람에 지금 터지기 일보 직전에 이르렀다.

KBO는 지난 1년간 인수 작업에 나섰지만 뚜렷한 결과는 커녕 오히려 농협, STX, KT에 차례로 차이며 최악의 위기에 놓여있다. 인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협상 과정이 드러나면서 KBO는 ‘외줄타기’를 거듭해야 했다. 팬들이 KBO에 실망한 것은 협상력의 부재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같은 실수를 3번이나 반복한 점이 결정타였다.

◆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일동 호소문 발표

15일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1천만 야구팬 및 한국야구위원회 신상우 총재와 7개 구단 사장단 여러분께’란 제하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손민한 선수협회장은 “무조건 8개 구단으로 가야한다는 데 선수들이 뜻을 모았다”며 “현대를 위해 10억 원을 모금해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이숭용 현대 주장은 “연봉을 포함해 현대 선수단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KBO에 일임하겠다”며 “어떤 결과에도 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올 시즌 연봉을 백지위임한 셈이다. 이 자리에는 김동수, 정민태, 장원삼, 김수경 등 현대 간판 선수가 함께 해 비장함을 더했다.

이는 오는 18일 현대 유니콘스의 운명을 최종 결정할 수 있는 KBO 이사회를 앞둔 8개 구단 선수단의 열정과 희생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상우 총재를 비롯해 각 구단 사장단이 한 자리에 모이는 KBO 이사회는 현대와 관련해 세 가지 정도의 방안을 도출해 낼 것으로 보인다.

◆ 방법은 다양, 명쾌한 해답은 없어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는 방법은 위탁관리다. 쌍방울이 SK로 넘어가기 전 전례가 있는데 당시 KBO는 긴급자금으로 쌍방울 전지훈련비 등을 댔다.

이번 현대사태에도 같은 케이스가 가능하다. 야구규약 38조에 따라 KBO 총재가 현대 선수단을 일시 보유,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KBO는 각종 예산을 줄여 확보한 자금으로 현대를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조치는 시즌 중에 30일 이상 발동되지 못한다. 그야말로 한시적인 조치다. 쌍방울 사태 당시, KBO는 SK에게 운영자금을 되돌려 받았다. 그러나 현대의 경우는 그것까지는 힘들어 보인다.

현대라는 이름을 통해 자금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위해 스폰서 확보가 필수다. 메인 스폰서에 크고 작은 광고를 붙여 운영비를 마련한다. 유니폼과 운동장 광고 등이 영업대상이 된다.

현대가의 도움이 있다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동안 ‘나몰라라’했던 현대가지만 현대 살리기 여론이 일고 있는 만큼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가에서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 역시 쉽지 않다.
이와 함께 선수 팔기 등으로 운영자금을 구할 수 있다. 이는 결정적으로 팀 가치를 떨어뜨린다. 인수기업을 찾는 데 악재가 된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7개 구단의 대승적인 결단이 있으면 가능한 방법도 있다. 7개 구단이 현대 운영비를 갹출, 팀을 운영하는 방법이다. 이 방안에는 스폰서 물색도 병행된다. 즉 운영비의 대부분은 타 구단의 갹출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광고로 채우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합의까지 가기에는 걸림돌이 많다.

무엇보다 그룹의 눈치를 보며 운영비를 타내는 구단 사정상 갹출금까지 얻기는 힘들다. 결국 어느 방안도 쉬운 게 없다. KBO가 인수기업을 찾아내는 게 최상의 방법이다. 문제는 그 때까지 어떻게 현대를 끌고 가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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