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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들 “힘있는 의원님 잡아 직급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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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들 “힘있는 의원님 잡아 직급 상승”
  • 황선달 자유기고가
  • 승인 2008.01.24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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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갈아타자 경주는 시작

“집권 한나라의 공천심사위원장 누가될까” 관심
“총선까지 시간없다” 될성부른 주군찾기 본격나서

이명박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이 대통령직인수위 구성 20여일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된 지난 16일 오후 각 정부부처는 생존게임에서 살아남은 부처와 폐지가 결정된 부처와의 표정이 비교되면서 언론보도가 이어졌고, 그에 따른 산하기관 및 외청들의 운명에 대해서도 상세한 보도가 일제히 이어졌다.

18부에서 13부로 축소된 정부조직에 맞게 공무원 수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7천여 명 정도의 공무원 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실제 축소 인원이 이 보다 더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무래도 정부 통폐합 및 폐지 등으로 인해 고위직이나 상대적으로 갈 자리가 마땅치 않은 공무원들의 사직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인수위원회의 큰 프로젝트 중 하나인 정부조직개편안이 결정됨에 따라 국회는 정부조직법 처리를 두고 한나라당과 그 외의 당의 힘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통일부 등 몇 개의 부처가 정치적 합의를 위한 대안용 폐지결정일 뿐, 결국 정부조직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의 과정을 통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부의 재구성과 함께 국회는 당장 이번 주부터 총선 정국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을 시작으로 공천 심사위원회가 그 윤곽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다른 당보다 관심을 끄는 당은 당연히 집권에 성공한 한나라당이다. 과연 누가 공천심사위원장이 되며, 누가 위원에 들어갈 지가 초미의 관심사이자, 정부조직개편안과 함께 최고의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보좌진 사회에서도 공천심사위원회 구성문제는 아주 큰 이슈이다. 자신들의 입지와 전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모시는 의원과 정치적 동반자 입장인 보좌지들에게는 의원의 정치적 생명이 곧 자신의 밥줄과 같기 때문이며, 큰 뜻을 품고 정계진출을 시도하는 보좌진들의 경우, 누가 공천심사위원이 되느냐에 따라 공천이냐 낙천이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입신양명을 위한 행동과는 별도로 주군 모시기에 바쁜 보좌진들도 있다. 이들은 순전히 보좌직원이라는 직군에 만족하는 전형적인 공무원스타일의 보좌진들로서 될 가능성이 높은 총선 후보군을 찾아내 먼저 접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실예로 서울 동쪽 지역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모 인사의 경우, 최근 한 의원실의 보좌관이라는 사람이 연락을 해와 선거 때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한다.

찾지도 않았는데도 이렇게 먼저 선뜻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던지, 전화를 걸어온 자가 모시는 의원에 대해 알아봤더니 얼마 전 추문으로 곤혹을 치렀던 의원이라고 한다.

출마 예정자인 그 사람은 다시는 그 보좌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지인으로부터 들은 예기로 높은 신빙성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그 만큼 보좌진들의 생사를 위한 전략이 다양하게 구사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좋은 예인 것 같아서 언급을 한 것이다.

머잖아 야당이 될 통합신당의 재선의원을 보좌하고 있는 A보좌관은 오는 3월말 보좌관직을 그만 둘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에 모시고 있던 의원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그만두는 것이다. 현재 모시고 있는 의원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국회라는 곳이 인간성 높은 분위기는 아니기에 냉정한 정치현실 상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 처럼 자의적으로 자신의 입지에 변화를 주려는 보좌진들이 어디 이들뿐 이겠는가마는 중요한 것은 선거를 치르고 난 다음 이들 대부분은 소정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회의원은 물갈이가 돼도 보좌진의 경우는 어지간해서는 물갈이가 되지 않는 곳이 국회이기 때문에, 선거 기간이나 선거 후 보좌진 임용시기에 이들은 말(당)을 바꿔 타거나, 주군(의원)을 바꾸는 술수를 통해 다시 국회에 등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냥 주군을 바꾸거나, 말을 바꿔 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신의 직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야만 진정한 성공이기 때문이다. 4급 보좌관의 경우야 4급이 최고 직급에 속하지만, 다른 직급의 보좌진들은 옮길 경우 한 직급씩 신분 상승을 해야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자리를 옮길 경우에도 올라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고민한다고 한다.

반면에 어떻게든 국회 보좌진으로 남기를 바라는 게 최고의 꿈인 사람은 직급이 낮아지더라도 이를 감수한다고 한다.

17대 국회에 민주당 모 의원 보좌관으로 들어왔던 서울대 출신 K보좌관이 있었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프라이드 때문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꽤 눈이 높게 놀았던 모양이다.
 
결국은 좌천 비슷하게 짤리고 말았는데, 몇 달 후 한나라당 초선 의원실에 5급으로 재 입성을 했단다. 그러나 개 버릇 남 주지 않는다고 결국 얼마 못가 또 다시 짤리고 또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6급으로 들어왔다고 했었다. 지금은 어찌 됐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그만 두었을 것 같다.

이 처럼 보좌진이라고 해도 그 자리가 위를 향해 머무는 자가 있는 반면, 그냥 현상 유지만으로도 행복한 자가 있는 곳이 또한 이곳 국회다. 이제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새 정부가 들어서 논공행상으로 인사가 만사가 되는 시즌에 보좌진들은 논공행상이 아닌 생존을 위한 머리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영하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기온이 뜨거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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