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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의 시사타깃]여러분은 서점을 몇 번이나 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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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의 시사타깃]여러분은 서점을 몇 번이나 가시나요?
  • 김용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14.12.03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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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김용훈 칼럼니스트)

왕년에 한번쯤 춘삼월 봄, 혹은 천고마비 가을이 오면 왠지 모를 고독함과 허전함에 동네 책방을 어슬렁거리며 책 한권 잡고 읽고 싶다는 충동감에 서점도 제법 호황기가 있었다. 인산인해(人山人海)는 아닐 지어도 최소한 끊임없이 서점 문턱을 들락거리며 새로움에 갈망과 유행에 거스르지 않으려는 개인의 노력이 있었다. 
 
학생들은 상급학교 진학에 대비해 전문서점이나 동네서점을 일주일에 서너 번 찾아가고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은 혹시 좋은 정보가 없는지 여러 곳을 발품 팔아 대학입시에 관련된 서적과 함께 기출문제를 몇 권씩 사서 가방에 낑낑대며 집으로 가는 모습도 낯설지 않게 볼 수가 있었다. 
 
그런 서점이 서서히 사라지고 서점에 가서 산다는 것은 뭔가 희귀한 고서나 찾을 법한 이유나 있어야 가는 것처럼 그밖에 이유를 찾기 어렵다. 디지털기기가 발달하면서 이제 책은 멋스러운 액세서리에도 끼지 못한다. 그래도 대학 캠퍼스에 시집한권 문학소설한권을 옆구리에 끼고 낭만을 즐기던 남녀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근사한 커피숍이나 공원 등에서 연인을 기다리거나 지인을 기다리면서 지루한 시간을 달래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되지 못하니 책은 찾아보기 힘든 진짜 귀한 존재가 돼 버렸다. 
 
한번만 클릭하면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발품을 팔아 어렵게 책을 찾을 이유도 없고 이미 인터넷에 원하는 책의 종류에 대한 많은 정보와 서평마저 돌아다니니 굳이 심각하게 무엇을 고를까 주머니 사정을 고려할 고민도 없다. 할인도 제각기라 적립카드와 제휴카드 그리고 인터넷 대형서점에서는 파격적인 적립 포인트도 나오니 책 사는데 부담이 되거나 어려움이 없어졌다. 
 
낡은 책장에 낡은 서적과 함께 신간 몇 권 있는 것으로 찾아오는 손님에게 과시할 수 있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지금의 책 시장의 꼴은 정말 눈뜨고 볼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게다가 전자책이라는 책의 새로운 버전과 함께 보는 것도 싫은 사람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고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설명까지 곁들어주는 주석까지 있으니 책은 배우는 것 또는 신문화를 생각하는 기회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말은 왠지 구슬프게 들리기까지 한다. 
 
사정이 그러하다보니 책 시장은 서점은 없는데도 포화상태를 이루어 전문 작가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유명인이나 연예인들이 끄적댄 글들을 취합하여 모아 낸 책은 그나마 본전치기를 하고 있다. 일반적인 학습서나 자기계발과 문학전집 등은 인터넷쇼핑몰에 세권씩 한 세트에 몇 천 원씩으로 나오니 그 책을 쓴 사람도 파는 인터넷서점도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읽기의 중요성과 배움의 중요성은 아직도 염원한데 그것을 습득하는 수단과 방법이 예전과는 다르게 여러 종류와 수단이 있으니 굳이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책을 들고 다니며 배우고 알겠다는 의지와 열정을 태우는 사람은 왠지 구닥다리 꼰대들이나 하는 짓으로 보거나 스타일 십을 생각해서라도 책은 피해야할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읽기 수단이 틀렸다는 신 혁명적인 문화 패러다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출판사와 작가들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것도 어쩌면 일리 있는 말이지만, 책은 분명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수많은 정보들과 그리고 전자책에서 볼 수 없는 묘한 심리적 묘사와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남는 시간”이 아니고 “반드시”라는 목표와 목적의식이 분명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언제든 인터넷을 켜면 고를 수 있는 혹은 눈에 띄는 것으로 선택되는 활자들은 대부분이 지식이라기 보단 얄팍한 정보와 가십거리에 가깝기 때문에 깊고 깊은 책의 문맥을 정독할 수 있는 기회도 얻기 힘들며 그럴 가능성도 확률이 떨어진다. 
 
필자의 글은 출판업계를 활성화시키려는 의도로 작성된 칼럼이 아니다. 또 전자책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글들은 모두 쓰레기나 싸구려 글 밥이라고 매도하려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종이책이라는 무겁고 버거운 만큼 읽음에도 그 눈빛과 책임감이 간단하게 접할 수 있는, 매체와는 다르고 수용하는 마음가짐 역시 다르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그렇다고 서점에 널려 있는 두텁고 큰 책을 반드시 사서 읽으라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다만 한번쯤 꼭 자신 앞에 인터넷이 아닌 발품을 팔아 책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자신의 목적의식이 인터넷 앞에서 선택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과 함께 부디 사라지는 종이책의 탄생의 비장함을 잊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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