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8:25 (목)
인수위-참여정부 대충돌 정부조직 개편 ‘빨간불’
상태바
인수위-참여정부 대충돌 정부조직 개편 ‘빨간불’
  • 박지순 기자
  • 승인 2008.02.13 12: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盧 “인수위 개편안은 참여정부 철학 훼손”
인수위 “오만과 독선의 발로” 즉각 반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새 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 공포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로써 정부 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현 정부와 인수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으며 신정부 출범과 동시에 각료 인선이 안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여정부의 정부조직은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고, 민주적이고 신중한 토론 과정을 거쳐 만든 것”이라며 “굳이 떠나는 대통령에게 서명을 강요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떠나는 대통령이라 하여 소신과 양심에 반하는 법안에 서명을 요구하는 일이 당연하다 할 수 있겠냐”며 “참여정부가 공을 들여 만들고 가꾸어 온 철학과 가치를 허물고 부수는 것이라면, 여기에 서명하는 것은 그동안 참여정부가 한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바꾸는 일에 동참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의 이유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의사를 미리 밝히는 이유에 대해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넘어왔을 때 재의를 요구한다면 새 정부는 아무 준비도 없이 낭패를 보게 될 것”이라며 “국회에서 통과된 법만 믿고 새 정부 구성을 준비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그야말로 발목잡기를 했다고 저에게 온갖 비난을 다 퍼부을 것 같아 그래서 미리 예고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인수위의 대(大)부처 주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뒤 여성가족부 확대 개편과 과학기술부의 부총리급 격상, 국가균형발전위 신설 등 참여정부의 정부조직에 대해서도 “과연 옳은 일인지, 부처의 철학이 무언지 따져는 봤느냐”며 반문했다.

이와 더불어 노 대통령은 “인수위가 현 대통령이 재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부처 공무원들에게 현 정권이 한 정책의 평가를 요구하고, 새 정부의 정책을 입안하여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권한 범위를 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거부권 시사 발언으로, 새 정부 출범 전 정부조직 개편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편안이 통과돼도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개정안은 15일 이내에 다시 국회에서 재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재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통과된다. 하지만 여기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새 정부 출범(2월25일) 전에 정부조직 개편이 완료되기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새 정부가 출범한 3월 이후에나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 개편작업이 완료되지 않으면 각료 인선이 끝났다고 하더라도 조각 명단을 발표할 수 없다는 게 인수위의 입장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방침은 오히려 국회의 개편안 심의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노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대통합민주신당으로서는 통일부를 존치시키는 선에서 한나라당과 타협해 개편안 처리에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 연휴 전 개편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새 정부 ‘발목잡기’로 비쳐져 4·9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한나라당과의 합의로 처리한 개편안에 대해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신당과 한나라당이 합의할 경우 어렵지 않은 일이다. 양당 의석 수(267석)가 재의결 정족수(199석)를 훨씬 넘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시작된 임시국회에서는 개편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논란이 빚어졌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통합신당 의원들은 통일부 폐지 등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통합신당 최성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인수위 관계자의 출석을 요구했다. 같은 당 문희상 의원도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아니라 인수위 관계자들과 논의하는 게 옳다”면서 “인수위의 개편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수위가 국보위나 점령군처럼 졸속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인수의의 개편안은 조직개편을 통해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한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노 대통령이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거듭 비판한 데 대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이 전했다.

주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인수위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말하고 이 당선인은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정부조직 개편의 필요성과 배경, 내용 등을 소상히 설명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 당선인은 국회 유인태 행정자치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국회 협조를 부탁했다고 주 대변인은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