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크맨의 카라이프] 익숙한 편안함의 새로운 얼굴, '렉서스 ES'
(시사캐스트, SISACAST= 이병진 기자)
자동차를 오래 타다 보면 결국 편안한 차에 마음이 간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부드럽게 움직이고, 오래 운전해도 피로가 적으며, 연료비 부담까지 크지 않은 차. 렉서스 ES는 이런 조건을 오랫동안 충실하게 지켜온 세단이다. 화려한 성능이나 유행을 앞세우기보다 조용하고 편안하게 달리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국내에서도 꾸준히 사랑 받았다. 특히 하이브리드 세단을 이야기할 때 ES를 빼놓기는 어렵다.
그런 ES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8세대 렉서스 ES다. 1989년 렉서스 브랜드의 출발과 함께 등장한 ES는 2001년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이후 2012년 출시된 ES 300h는 수입 하이브리드 세단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번 신형은 그 역사를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하이브리드뿐 아니라 순수 전기차까지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S가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는 방식이다.
더 크고, 더 날렵하게
새로운 ES는 첫인상부터 확실히 달라졌다. 이전 모델이 부드럽고 단정한 고급 세단이었다면 신형은 한층 날렵하고 대담하다. 앞모습에는 렉서스 특유의 모래시계 모양 그릴을 새롭게 해석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커다란 그릴을 강조하는 대신 차체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다듬었다. 가늘고 날카로운 조명과 매끈한 차체 표면도 새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옆모습은 길고 낮다. 지붕선이 뒤쪽으로 부드럽게 내려가면서 세단 특유의 우아함에 역동적인 느낌을 더했다. 차체 길이는 5140mm, 너비는 1920mm,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는 2950mm다. 이전보다 각각 165mm, 55mm, 80mm 커졌다. 이제 길이만 놓고 보면 5m를 넘는 제법 큰 세단이다. 차체가 커진 만큼 실내 공간에도 여유가 생겼다. 특히 뒷좌석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반가운 변화다.
뒤쪽에는 좌우로 길게 이어지는 조명을 적용했다. 앞뒤 디자인이 모두 간결해지면서 차체가 한층 넓어 보인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변화도 곳곳에 담겼다. 차체 옆면을 매끈하게 다듬고 뒤로 갈수록 폭이 자연스럽게 좁아지도록 설계했다. 하이브리드에는 연비를, 전기차에는 주행거리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디자인과 효율을 함께 챙긴 셈이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두 가지 선택
이번 ES의 가장 큰 변화는 파워트레인이다. 국내에는 하이브리드 ES 350h와 순수 전기차 ES 350e, ES 500e가 함께 출시됐다. 하이브리드 네 가지와 전기차 다섯 가지 등 모두 아홉 가지 세부 구성을 마련했다. 운전자의 생활 방식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ES 350h에는 새롭게 개발한 6세대 2.5리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들어간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움직이면서 연료 소비를 줄이고 부드러운 주행을 돕는다. 복합연비는 앞바퀴굴림 모델 기준 19.4km/ℓ다. 이전보다 차체가 커졌는데도 높은 연료 효율을 확보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처음으로 사륜구동도 추가됐다. 뒷바퀴를 별도의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평소에는 효율적으로 달리다가 미끄러운 도로나 눈길에서는 뒷바퀴의 힘을 조절해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사륜구동 모델의 복합연비는 18.3km/ℓ다. 연비를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앞바퀴굴림을, 다양한 도로 상황에서의 안정감을 원한다면 사륜구동을 선택하면 된다.
하이브리드의 매력은 여전히 편리함에 있다. 별도로 충전할 필요 없이 주유만 하면 된다. 그러면서 도심에서는 전기모터의 도움으로 조용하게 움직이고 연료도 아낀다. 충전 시설을 이용하기 어렵거나 장거리 이동이 잦은 운전자에게는 여전히 현실적인 선택이다.
순수 전기차는 조금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ES 350e는 앞바퀴를 움직이는 전기차로, 74.69kWh 배터리를 탑재했다. 국내 인증 기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78km를 달릴 수 있다. 복합 전비는 6.0km/kWh다. 전기차 특유의 조용한 움직임과 높은 에너지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전자에게 어울린다. 최대 150kW급 급속충전을 지원하며 정해진 조건에서 배터리 잔량 10%부터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28분이 걸린다.
ES 500e는 앞뒤 바퀴를 모두 움직이는 사륜구동 전기차다. 합산 최고출력은 347마력으로 ES 350e보다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앞뒤 바퀴에 전달하는 힘을 주행 상황에 맞춰 조절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가속하거나 방향을 바꿀 때보다 안정적인 움직임을 돕는 장치다. 국내 인증 기준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프리미엄 트림 기준 435km다.
두 전기차의 성격은 비교적 분명하다. ES 350e가 효율과 주행거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ES 500e는 넉넉한 힘과 사륜구동의 안정감에 무게를 뒀다. 물론 실제 주행거리는 날씨와 도로 상황, 운전 습관에 따라 달라진다. 자신의 주행 환경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용하고 편안한 것이 실력
렉서스 ES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조용하고 편안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ES 역시 이 장점을 이어가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모두 수용하도록 차체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고, 차체의 강성을 높여 불필요한 진동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승차감을 좌우하는 서스펜션도 손봤다. 앞쪽은 노면의 충격을 보다 부드럽게 받아들이도록 구조를 개선했고, 뒤쪽에는 ES 최초로 5링크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바퀴의 움직임을 보다 정교하게 제어해 편안함과 주행 안정성을 함께 높이기 위한 변화다. 일부 모델에는 도로 상황에 맞춰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전자제어 장치도 마련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옆 유리 주변의 틈새를 줄이고 차음재를 보강해 바람 소리와 도로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억제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엔진의 진동과 소음을 줄이는 기술을, 전기차에는 전기 구동계에 맞춘 차음 구조를 적용했다. 전기차는 엔진 소리가 없지만 타이어와 바람 소리는 여전하다. 결국 조용한 차를 만드는 일은 파워트레인만 바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렉서스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부드러운 주행 감각도 그대로 이어간다. 운전자가 운전대를 돌리거나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차가 자연스럽게 반응하도록 다듬었다. 빠르고 자극적인 움직임보다 운전자가 예상한 만큼 정확하고 편안하게 움직이는 데 집중한 것이다. 실제 완성도는 도로에서 확인해야겠지만 ES가 추구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
실내는 이전보다 훨씬 간결해졌다. 복잡한 버튼과 장식을 줄이고 넓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운전석에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인치 중앙 화면을 배치했다. 화면은 커졌지만 모든 기능을 화면 안에 숨기지는 않았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보다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평소에는 실내 장식처럼 보이다가 손을 가까이 가져가면 작동 표시가 나타나는 숨김형 스위치다. 깔끔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최근 자동차들이 커다란 화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접근이다.
실내 조명과 소재도 새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직접 조명과 간접 조명을 조합해 은은한 공간감을 살렸고, 대나무를 활용한 장식으로 따뜻한 느낌을 더했다. 고급스러움을 번쩍이는 장식보다 소재의 질감과 빛의 조화로 표현한다. 차체가 커진 덕분에 실내 공간에도 여유가 생겼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의 편안함까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ES의 성격과 잘 어울리는 변화다.
전기차 ES 350e의 최상위 VIP 트림에는 뒷좌석 편의장비를 더욱 풍성하게 마련했다. 등받이 조절 기능과 오른쪽 발 받침, 마사지 시트 등을 적용했다. 장거리 이동에서 뒷좌석 승객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한 구성이다. 운전하는 즐거움뿐 아니라 누군가에게 운전을 맡기고 이동하는 시간까지 고려한 셈이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변화
새로운 ES에는 다양한 안전•편의장비도 적용됐다.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살피고 충돌 위험을 줄이도록 돕는 운전자 보조 기능을 강화했다. 앞차나 마주 오는 차의 위치에 따라 빛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헤드램프도 마련했다. 필요한 곳은 밝게 비추면서 다른 운전자의 눈부심은 줄이기 위한 기술이다.
국내 운전자를 위한 연결 서비스도 새롭게 준비했다. 렉서스 커넥트를 통해 길 안내와 차량 상태 확인, 원격 공조 제어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음성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거나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수입차를 선택할 때 국내에서 얼마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는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전기차를 위한 유지관리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고전압 배터리에는 10년 또는 20만km 보증이 제공되며 전기차 전용 정기점검과 소모품 교환 서비스도 운영한다. 전기차는 엔진오일을 교환할 필요가 없지만 배터리와 충전 시스템, 전기 구동계의 관리가 중요하다. 오랫동안 차를 보유하려는 운전자라면 이런 지원도 살펴볼 만하다.
ES가 변하지 않은 이유
새로운 ES는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차체는 커졌고 디자인은 한층 대담해졌다. 하이브리드에 사륜구동이 추가됐고 이제는 순수 전기차까지 선택할 수 있다. 실내에는 새로운 디지털 장비와 고급 소재가 들어갔다. 하지만 ES가 오랫동안 지켜온 기본적인 성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렉서스는 모든 운전자에게 전기차가 정답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충전 환경이 부담스럽다면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면 되고, 집이나 직장에서 편하게 충전할 수 있다면 전기차를 고려할 수 있다. 연료 효율이 중요할 수도 있고, 강한 힘과 사륜구동의 안정감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차가 운전자의 생활 방식에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1989년 처음 등장한 ES는 렉서스의 시작을 함께했다. 국내에서는 하이브리드 세단의 인기를 이끌며 브랜드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번 8세대는 전기차까지 품으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다. 자동차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사람들이 좋은 세단에 기대하는 가치는 의외로 단순하다. 편안하게 앉아 조용히 달리고 필요할 때 충분한 힘을 내며 오랫동안 믿고 탈 수 있는 자동차. 렉서스 ES는 그 기본을 오랫동안 지켜왔다.
신형 ES는 모습은 달라지고 선택지는 넓어졌다. 하지만 편안한 차를 만들겠다는 생각만큼은 그대로다. 새로운 ES가 반가운 이유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