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주식 투자 열풍에 대출·카드 리볼빙까지 ‘빚투’ 늪에 빠진 직장인들
“개인 신용 악화를 넘어 가계 소비 위축과 사회적 부실 우려돼”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아름 기자)
반도체 주식의 급등을 계기로 주식시장에 뛰어든 직장인들 가운데 빚을 내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개인의 신용관리 문제가 새로운 금융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가 상승세를 보이자 나만 소외될 수 없다는 심리로 투자에 뛰어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소액의 신용대출로 시작하지만, 수익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투자금을 늘리고,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또다시 돈을 빌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신용대출·카드 리볼빙으로 투자금 마련
빚투에 빠지는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심리 가운데 하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다. 다른 사람들이 좋은 투자 기회를 통해 이익을 얻는데 자신만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이다. 애초에 투자 계획이 없었던 사람도 주변의 수익 사례를 자주 접하다 보면 지금이라도 매수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생긴다.
기업의 실적이나 주가 수준, 향후 시장 전망을 분석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수입에 집중하게 된다. 결국 자신의 소득과 자산 규모, 부채 상환 능력은 뒷전으로 밀리고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우선순위가 된다.
기존에는 여윳돈이나 예·적금 해지 자금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미 대출이 있는데 더해 추가 대출을 받는 것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을 확정하기보다 다시 돈을 빌려 저점 매수에 나서고, 주가가 반등하면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반등 시점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만약 투자 손실이 있는데 대출이자까지 더해진다면 재무 상황은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
고정 지출에 대출이자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
매달 일정한 급여를 받는 직장인이라도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생활비, 교육비 등 고정 지출이 많다. 만약 여기에 주식 투자를 위해 받은 신용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까지 더해지면 가계의 운영은 힘들어진다.
특히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 각각의 상환일과 이자율을 맞추기 어렵다. 한 금융기관의 대출을 갚기 위해 다른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돌려막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거나 리볼빙 잔액이 계속 증가하면 신용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신용점수가 단순히 금융거래를 위한 숫자가 아니라 개인의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개인 부채 위험이 가구 구성원에게 전이될 수 있어
빚투는 가족관계와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계 자금이 투자 손실로 줄어들면 배우자와의 경제적 갈등이 일어날 수 있고, 생활비나 자녀 교육비를 둘러싼 의견 충돌도 커질 수 있다.
직장생활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주가 변동을 확인하느라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투자 손실에 대한 걱정으로 일상적인 업무 수행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무엇보다 투자 손실이 커질수록 직장인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제공하는 월급마저 대출 상환을 위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26년 가계부채 분석도 개인의 부채 위험이 가구 구성원에게 전이될 수 있다”라며 “가구주가 연체 상태에 놓인 경우 다른 가구원의 연체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라고 지적했다.
“투자 규모 늘리기보다 가능한 범위에서만”
최근 빚투의 위험성은 투자 손실 자체보다 ‘손실 이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다. 은행권 대출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이용하고, 카드 결제 부담이 커지면 리볼빙으로 상황을 미루는 방식이 이뤄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자신의 실제 상황 능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 결국 투자 수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시작한 빚투가 오히려 직장인의 경제적 기반을 뒤흔드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주식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상승가에 무리하게 투자 규모를 늘리기보다 자신의 상환 능력부터 점검해야 한다”라며 “투자금과 생활비를 명확히 구분하고,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만 투자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만약 손실이 발생했더라도 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