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기업TALK] “라네즈 글로벌 원탑 뷰티?”… 태평양 누비는 K-뷰티 맏형 아모레퍼시픽

설화수가 이룬 글로벌 브랜드 라네즈로 완성

2024-11-13     황최현주 기자

(시사캐스트, SISACAST=황최현주 기자) 올 상반기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섬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아모레)이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축배는 아직이다. 중국발(發) 사업이 여전히 침체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너무 의존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아모레는 자연스럽게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시장에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결과는 성공적이라 할 만하다. 

아모레의 이번 실적 회복의 주역으로는 ‘라네즈’를 꼽을 수 있다. 1994년 당시 20대 여성을 타킷으로 만들어진 라네즈를 두고 아모레 역시도 ‘실적 상승의 주역’으로 평가하고 있다. 프랑스어로 눈(雪)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neige’라는 단어에서 정관사 ‘la’을 붙였다. 그 덕분일까? 북미를 비롯한 서구 유럽에서의 라네즈는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설화수, 오늘의 아모레를 키운 1등 공신

아모레하면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는 단연 설화수 이다. 한방화장품의 효시이자 열풍을 이끈 주역으로, 한 때 ‘엄마 화장품’으로 유명한 제품으로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현재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대중적 제품이지만, 한 때 백화점과 방문판매에 국한해 구입할 수 있었다.  

설화수가 아모레 원탑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이유는 서성환 선대회장의 혜안이 있었다. 만병통치약으로 인정받고 있던 인삼의 사포닌 성분이 사람에게 좋다는 것이 입증되자 선대회장은 “이렇게 좋은 인삼을 화장품에 함유할 방법은 없는 걸까?”라는 발상을 했고 곧 제품 연구개발, 제조, 판매로 이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설화수의 제품력은 멀리 중국에서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 장수들에 의해 전파되기 시작한 설화수는 당시 중국에서도 돈 좀 있는 자산가 부인들이 주로 구매했고, 이 시기 설화수를 통해 재미를 본 보따리 장수들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중국 여성들의 설화수 구매욕구가 확인된 아모레는 설화수를 중국에 수출하기 시작했고, 이 시기 설화수는 그야말로 ‘사고 싶어도 없어서 못사는’ 한국 화장품의 대명사가 됐다. 설화수가 중국에서 크게 히트되자 동종업계 역시도 고기능성 한방화장품을 출시해 중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동종업계 사이에서는 설화수를 두고 ‘K-뷰티 선구자’로 현재까지도 평가하는 이유이다.

중국 수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아모레의 시총 역시도 덩달아 높아졌다. 뷰티업계 최초 조 단위 시총을 이뤄냈고, 따라서 서경배 회장도 한 때 자산총액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설화수 인기는 2017년 우리나라가 THADD(고고도미사일) 배치로 인해 중국과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업계 모두가 ‘사드 리스크’를 앓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간 중국 중점의 사업을 해왔던 아모레는 조 단위 자산총액이 증발되는 등 비운을 겪었다. 

설화수를 선두로 재기를 노렸던 아모레였지만, 이미 반한감정이 뿌리 깊게 내린 중국에서의 활동은 쉽지 않았다. 아모레의 트라우마이자 아킬레스건으로 자리잡게 된 순간이다.

사드 리스크로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 했던 아모레는 K-문화 열풍에 몸을 싣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설화수를 고집하기보다는 서구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히트할 수 있는 제품으로 라네즈를 택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라네즈, 아모레 글로벌 분위기 180도 바꾸다

배우 이나영, 전지현, 송혜교 등 당대 탑 배우들을 광고모델로 전격 기용하면서 아모레는 20대 여성들의 마음에 빠르게 녹아갔다. 이지적이면서도 자기주도적 매력을 가진 여성들이 새로운 여성상으로 부각되었고, 라네즈는 그러한 여성 이미지에 상당히 부합되는 브랜드로 평가됐다. 

라네즈가 소비자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포인트는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 구성과 거부감 없이 통통 튀는 매력을 지닌 색감 덕분이다. 특히 보습력 강한 크림을 스킨에 함유한 ‘크림스킨’은 기초라인에서 다소 부족함을 느끼기 쉬운 보습력과 바쁜 아침 메이크업을 해야 하는 부담을 줄였다는 평가다. 

라네즈 역시도 한 때 중국 여성들로부터 선풍적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이를 빠르게 캐치한 아모레는 중저가 제품 라인 최초 라네즈를 명품화장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결정을 단행한다. 이 결정으로 유명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 당당히 매장을 오픈한 것이다.  

라네즈에 대한 아모레의 진심은 지난 9월 열린 세계면세박람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모레는 이 당시 고가 제품 라인인 설화수는 물론  헤라와 함께 라네즈를 대표 상품으로 선정해 박람회에 선보였다. 

박람회는 지난 9월 30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11번째로 박람회에 참가한 아모레는 라네즈의 미주 성과를 기반으로 글로벌 면세 시장의 고객 접점 확대와 본격적인 웨스턴 면세 시장 공략을 단행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 TR 디비전 박두배 상무는 이번 박람회를 두고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적인 신규 시장 진출과 기존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다국적 고객들이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를 사랑할 수 있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글로벌 면세 시장에서 매출과 수익 성장을 이어가는 사업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17개 국가 270개의 면세 점포에서 글로벌 여행 고객을 만나고 있다. 미국 대표 공항인 뉴욕 JFK국제공항 주요 터미널에 라네즈 매장을 입점시키며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면세 시장으로의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모레 관계자는 “많은 소비자들이 설화수가 서구에서 탁월한 매출을 자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유럽은 라네즈가 설화수보다 더 알려졌다”며 “일본 역시도 라네즈와 프리메라가 압도적이다”고 말했다.

아이돌 방탄소년단 맴버 진이 라네즈 크림스킨 홍보모델로 활약하면서 일본 쇼핑몰 큐텐에서는 전체 카테고리 판매 랭킹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진을 모델로 기용한 것도 인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라네즈가 가진 제품 경쟁력이 더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이다.

‘세대별 맞춤형 마케팅‧제품력’ K-뷰티 맏형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아모레가 업계 강자로 자리매김 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은 세대별 맞춤형 마케팅과 제품력을 내세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0~20대 에뛰드와 라네즈, 이니스프리. 20~40대 라네즈와 프리메라, 아이오페, 마몽드, 헤라. 40대 이상 설화수, 아이오페라는 이미지가 확고한 편이다. 특히 설화수와 아이오페는 탄력과 주름개선을 염두하고 탄생된 브랜드로, 출시 당시부터 현재까지 주름관리에 신경쓰는 30대 이상 여성들로부터 각광받고 있으며, 세계 최초 쿠션형 파운데이션을 전파했다. 

더불어 건강하고, 싱그러운 이미지도 부각되고 있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제주 녹차를 활용해 다양한 효능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으로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헤어라인 미쟝센의 경우 역시도 제각각 가진 모발 상태에 따라 취향껏 골라 사용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헤어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 결과 올 3분기 아모레의 실적은 긍정적으로 개선됐다. 올 3분기 아모레는 매출 1조681억원, 영업익 7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16% 상승됐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사업은 미주 매출이 108% 증가하고 EMEA에서 339% 매출이 확대되는 등 서구권의 눈부신 실적이 돋보인 결과이다. 코스알엑스의 실적 편입 효과와 함께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주요 브랜드가 세계무대 다양한 지역에서 고객 접점을 확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기타 아시아 지역 역시 활발한 신규 브랜드 진출과 함께 코스알엑스 편입 효과로 큰 폭의 매출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중국발 악몽을 조만간 떨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증권가의 평가를 통해 다소 아쉬운 부분을 접할 수 있다. 코스알엑스 매출회복과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회복이 우선돼야 하는 점이 부각됐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상승을 이끌었던 코스알엑스의 매출 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한 점이 아쉽다”며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코스알엑스의 매출 회복이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회복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분석했다.

남은 4분기, 내년 실적 증대를 위한 확실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인 만큼 아모레가 이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