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선 넘는 고객 갑질에 자영업자들 "장사하기 힘들다"
“아무리 손님이 왕이라지만 고객 갑질 계속 참아야 하나요”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5년 차 택시 기사 김모(56) 씨는 13년간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운전을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책상에 앉아서 종일 일했는데 이제는 운전하면서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 택시를 몰게됐다”며 “실제로 해보니 너무 좋은 분들도 많지만, 목적지에 내려주고 서비스를 평가받는 ‘별점 리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 전 승객이 12800원의 요금이 나왔는데 현금을 줄 테니 12000원만 받으라고 해서 안된다고 했더니 별점으로 보복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비스업을 하기 때문에 최대한 상냥하고 친절하게 고객을 대하려고 하는데 리뷰나 별점을 빌미로 부당한 요구를 하면 기운이 빠진다”라고 덧붙였다. 별점 리뷰란 소비자가 플랫폼에서 서비스 이용 후 제공받은 서비스에 대해 별점으로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 별점 스트레스까지 겹쳐 너무 힘들어요”
지난 6월 서울 사당동에 있는 한 김밥집 50대 점주가 소비자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고객은 구매하고 하루가 지난 새우튀김 3개 중 1개의 색이 이상하다며 환불을 종용했다. 점주가 하나만 환불해 주겠다고 하자 고객은 앱(쿠팡이츠)에 비방 리뷰를 남기고 전화해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그 와중에 ‘쿠팡이츠’ 고객센터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서비스에 더 신경 써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만을 전달했다. ‘블랙컨슈머’에 대한 플랫폼의 소극적인 대처가 최악의 사태로 치달았다고 볼 수 있다. 블랙컨슈머는 악성 민원을 통해 사업자를 괴롭히는 소비자를 뜻한다. 이러한 갑질에도 외식업체 점주나 택시 운전기사 등 플랫폼에서 서비스나 용역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별점 리뷰에 목을 매는 이유는 별점 리뷰가 매출과 직결되는 데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 기사에게 배차를 지정할 때에는 '평균 별점'과 '승객과 기사의 거리' 등을 포함한 30여 가지 요소가 함께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택시는 비슷한 거리에 택시기사가 여러 명 있으면 해당 AI 요소들을 고려해 승객을 배정한다는 것이다.
악성리뷰에 좌절 “잘못 없어도 사과 원하면 사과해”
경기도에서 피자 배달업체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이 동네에 피자 가게가 많아 배달 경쟁이 치열한데 다른 가게에서 다 하니까 리뷰 이벤트를 안 할 수가 없다”라며 “손님들에게 음료수나 감자튀김을 서비스로 제공하더라도 좋은 리뷰가 쌓이면 매출로 이어지니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리뷰 이벤트에 대해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플랫폼 내부에 리뷰 이벤트에 대한 별도의 지침은 없다”며 “업주들이 자체적으로 하는 이벤트로 알고 있으며 이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용인에서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0)씨는 소상공인들이 악성리뷰로 생계까지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악성리뷰에 소상공인들은 죽어 나간다”라면서 “배달 식당이 맛없어서 문 닫는 사례는 많지 않다. 후기, 악성리뷰, 댓글, 무분별한 욕 때문에 문을 닫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악성리뷰가 달리면 전화를 걸어 사과한다. 환불하고 다시 보내달라고 말하면 그렇게 해줘야 한다. 그걸 수용하지 않으면 리뷰를 심하게 단다. 그 리뷰가 며칠을 가는데 그동안에 받는 스트레스는 말도 못한다. 이런 악순환이 몇 번 되면 문을 닫게 된다”고 호소했다.
전문가 “예약금·선지급 당연시하는 문화 정착해야”
최근 대규모 음식을 예약 주문한 뒤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예약 부도)’도 문제가 된다.
서울 논현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44)씨는 요즘 대량 주문 문의가 오면 우선 한 차례 의심부터 한다. 지난달 한 중년여성이 카페로 들어와 “아이가 수능이 끝나서 학원에서 축하 파티를 해주려고 한다”며 “케이크 5개와 음료 10잔을 주문하고 내일 찾으러 오겠다며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고생했을 아이들을 생각해 정성을 다해 준비했는데 다음 날 오후 전화로 ‘다른 어머님이 준비를 해서 필요가 없어졌다. 미안하다’라고 한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예의 없는 사람이 있다 보니 이제는 주문이 들어오면 의심부터 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장어집을 운영 중인 이모(60)씨는 “올해 초 50명의 단체 손님 예약을 받았다”라며 “등산 동호회 모임이라고 해서 사람 많은 토요일 저녁에 자리를 비워뒀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어 50마리를 준비해 달라고 해서 깨끗하게 손질해 놓고 서비스도 양껏 준비했는데 연락도 없이 오지 않았다”며 “주문자에게 전화를 해보니 핸드폰이 꺼져 있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최근 대규모 음식을 예약 주문한 뒤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 피해 사례가 끝없이 이어지지만 이를 보완한 제도나 문화가 뒷받침되어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노쇼 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더불어 소비자와 점주 양측에게 예약금 제도가 문화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