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기업TALK] 참치부터 배터리까지 동방에서 이룬 원양어선의 꿈 동원그룹
2차전지‧소재 미래먹거리 성공적 확보 동원시스템즈… 동원산업 4분기 매출 2조 예측
(시사캐스트, SISACAST=황최현주 기자) 집은 가난했지만, 너무도 영민한 머리를 가진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서울대에 진학하는 것이 집안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고 공부했지만, 자신의 진로를 상담한 담임선생의 말을 듣고 서울대 진학을 포기하고 부산수산대(현 부경대학교)에 진학했다. 그에게 부산에서의 유학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쓰러져가는 판자촌이 자취방이었고, 막사와 같은 곳이 강의실이었기 때문이다.
비전도, 돈도 없었던 청년에게 학교 졸업 후 성장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원양어선 선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선원 경력도 없는 초짜였지만, 당시 국내 최대 원양어선으로 평가받고 있던 '지남호' 실습 항해사로 승선해 국제 바다를 누볐다. 그 결과 청년은 해산물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돈이 될 수 있을만한 어종을 구분하는 눈도 생겼다.
청년은 1969년 동원산업을 설립한 김재철 명예회장이다. 동원산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동원참치’이다. 국내서 월등한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동원참치는 김재철 회장의 노력과 안목이 없었다면 재계 역사에 남겨질 수 없었을 것이다.
‘2차전지 라이징 스타’ 동원스시스템즈… 확실한 캐시카우 성장 기대
그러나 참치 하나만을 가지고 기업을 성장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참치로 성공한 동원그룹은 지주사 동원산업을 필두로,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동원홈푸드, 더반찬& 등과 같은 계열사 및 브랜드를 설립하는 것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갔고, 1993년 포장재 사업을 시작한 동원시스템즈를 통해 2차전지 양극박 생산 및 원자재 공급, 무균충전음료사업 등 소재부문 B2B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알루미늄, 캔, 연포장 등 식품 포장재 제조 기술을 활용해 지난 2016년 2차전지 소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알루미늄을 얇고 고르게 펴는 기술과 참치캔 등을 제조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투자와 R&D, 기업 인수합병 등을 더해 양극박, 원통형 캔, 셀파우치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첨단 소재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차전지 사업이 현재까지도 세계적 주목을 받고있는 것에 따라 동원시스템즈의 성장 가능성 역시도 낙관적이다. 올 3분기 동원시스템즈의 매출액은 348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82억원으로 20.7% 늘었다. 펫푸드·레토르트파우치, 식품캔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수출로 영업이익이 성장한 것이다.
실제 동원시스템즈는 지난 3월 참가한 ‘인터배터리 2024’를 통해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동원시스템즈는 양극박과 원통형 캔, 셀파우치 등 제품 다변화와 수요처 확대 등을 구상하는 것으로 올해 매출 700억원 달성을을 목표로 설정했다. 특히 초고강도 양극박과 46파이 차세대 원통현 캔 등 독자개발한 제품을 공개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동원시스템즈가 지난 2022년 자체 기술을 통해 개발한 국내 최고 수준의 초고강도 양극박은 인장강도가 30㎏f/㎟로 기존 제품보다 약 15% 강해 안전성과 품질면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초고강도 양극박을 고객사 니즈에 따라 맞춤형으로 생산해 2차전지 주요 제조업체로 공급을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충남 아산시에 원통형 배터리 캔 공장을 증설해 연간 5억개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으며,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캔으로 꼽히는 46파이(지름 46㎜) 배터리도 지난 8월부터 양산되고 있다. 46파이 배터리 캔은 기존 21700(지름 21㎜, 높이 70㎜) 배터리 대비 용량이 5배 이상 높아 기존 제품을 대체할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식품 연포장재 및 레토르트 파우치를 생산하며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셀파우치도 전시 공간을 따로 마련해 기술력을 선보였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원통형 캔, 각형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보관 밀도가 크고, 자유롭게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어 폼펙터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조점근 동원시스템즈 대표이사는 이날 “동원시스템즈는 수년 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2차전지 소재 포트폴리오와 독자기술을 확보했다”며 “올해를 기점으로 2차전지 소재 사업 부문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남은 4분기와 내년 1분기 실적 역시도 평타 이상은 달성 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2차전지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을 증명하 듯 동원시스템즈는 올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 출신 정용욱 부사장을 선임했다.
정 부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에서 해외영업과 마케팅을 다년간 총괄한 경험과 폴란트 생산법인장, 유럽지역 대표를 지낸 경력을 보유한 2차전지통으로 알려져 있는 인사이다. 그는 향후 2차전지용 알루미늄 양극박 배터리캔과 셀파우치 제조를 성공하며 동원시스템즈가 계획하고 있는 신사업에 탄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포장재∙산업용 필름 등을 생산하는 소재사업부문에는 글로벌 화학기업인 듀폰코리아 대표이사 출신의 신동만 부사장을 총괄임원으로 선임한 것도 동원시스템즈의 글로벌 사업 활동에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본 것이다.
동원산업 주주환원 진심… 증권가, “남은 4분기 실적 양호” 평가
연 1회 현금배당을 실시해왔던 지주사 동원산업은 주주가치 제고에 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내년부터 반기 배당을 통해 연 2회 현금배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지난해 17.6%였던 배당성향을 30%까지 점진적 확대를 꾀한 것이다.
동원산업은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던 적은 유통 주식 수를 늘리기 위해 무상증자 혹은 주식배당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총주주수익률(TSR)을 4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이다.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5% 이상으로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동원그룹은 수산·식품·소재·물류 등 중심 사업을 기반으로 각각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육상 연어 양식, 2차전지 소재, 스마트 항만 물류 사업 등 중장기 신사업을 적극 육성하는 동시에 전 사업 영역에 AI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지난해 기준 0.44배 수준에서 1배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탄탄하게 수립돼 있는 사업계획이 뒷심을 발휘할 것이라는 증권가의 호평도 잇따르고 있다. 흥국증권은 지난 10일 동원산업에 대해 “올 4분기는 전분기 부진을 만회하는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어가 회복에 따른 마진 개선으로 별도 부문의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며 "식품(동원F&B)·포장(동원시스템즈)·물류(동원로엑스) 등 대부분 자회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세전이익과 지배주주 순이익 역시도 전분기와 달리 양호하게 증가할 것임을 밝히며 일회성 비용의 소멸과 더불어 특별한 일회성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을 이유로 내세우며, 기업가치 재평가의 기대심리를 부추겼다. 그가 지목한 일회성 비용은 계열사 스타키스트 법인의 2244억원 잡손실을 의미한다.
흥국증권은 동원산업의 올 4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2%와 31.8% 늘어난 2조2000억원, 1200억원으로 추정했다.
동원산업의 최근 5년간 실적은 안정적 흐름을 띠고 있다. 지난 2019년 매출 2조6826억원, 영업이익 1936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8조9486억원, 영업이익 4647억원으로 4년 만에 각각 233.58%, 140.03% 증가했다.
총 주식 수는 3602만1895주로 최대주주는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지분 59.88%) 외 특수관계인 18인이 지분 87.85%를 갖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 1.37%로 유통 물량은 약 10% 정도이며, 지난 2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5813억원, 투자부동산 2561억원이다. 부채비율 124.21%, 자본유보율 1만522.15%로 우량한 재무 상태를 자랑한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