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A, 線을 말하는 여성화가 4인의 특별한 시선 ‘유영하는 선(線) Floating Lines’전 개최
(시사캐스트, SISACAST=황최현주 기자) S2A는 다음달 8일부터 7월 5일까지 ‘유영하는 선(線) Floating Lines’ 전시를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세대에 속한 네 명의 여성 화가 박인경(1926), 차명희(1947), 김미영(1984), 엄유정(1985)의 ‘선’을 중심으로 한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조망한다.
S2A는 글로벌세아 그룹 계열사 세아상역㈜이 운영하는 문화사업 공간이다. 지난 2022년 개관됐다.
네 작가에게 ‘선’은 회화의 중심 구조이자 감각적 리듬과 미적 질서를 이끄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1세대 여류 화가 박인경의 수묵 추상에서 출발한 조형 언어는 차명희의 존재론적 선 회화로 이어지고, 김미영의 반복과 변주가 어우러진 리드미컬한 붓질은 엄유정의 유연한 형태들로 확장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서로 다른 시대와 예술적 맥락 속에서 ‘선’을 매개로 구축된 네 작가의 조형적 연속성과 세대 간의 차이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조형적 흐름 위에서 이번 전시는 시대와 세대를 넘어 동시대 여성 작가들이 공유하는 추상성(Abstractness)에 대한 감각적 교류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각기 다른 시공간의 토양에서 성장한 네 작가는 ‘선’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조형 수단을 통해 감각과 사유, 존재와 생명성에 대한 직관적 탐구를 이어간다. 이들은 ‘선’이 지닌 자유로움과 해방성을 바탕으로, 시대·세대·문화·주제·매체·도구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현대 추상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어온 ‘선’과 ‘드로잉’, 그리고 여성 작가들의 작업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에게 주류화되고 제도화된 시각의 틀을 다각화하고, 그 서사를 보다 풍성하고 확장된 시선으로 재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먼저 ‘살아있는 선’이라는 주제를 담은 박인경 작가는 1926년 일제강점기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미술과를 졸업했다. 1949년 제1회 국전에서 입선하며 한국 화단에 이름을 올린 1세대 여성 화가이다. 1958년, 예술적 동지이자 인생의 반려자인 고암 이응노(顧菴 李應魯, 1904–1989)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한 그녀는 이후 평생을 디아스포라의 삶 속에서 예술혼을 이어갔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2000년대 이후의 최근작들로, 더욱 단순해진 구성과 여백, 그리고 리듬감 있는 유기체적 붓질이 특징적이다. 그리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선’을 그릴 수 있다는 작가는 서울 도화동 고향의 산을 닮은 프랑스 보쉬르센의 산자락에서 백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예술과 삶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묵묵히 붓을 든다. 작가는 올해 아트바젤 홍콩에서 고(故) 이응노 화백과 2인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존재의 흔적’을 주제로 한 차명희 작가는 서울대 동양화를 전공한 뒤 전통 회화의 정신성을 바탕으로 동시대적 추상을 꾸준히 탐구해온 중견 여성 작가이다.
그녀에게 회화란 단순한 재현이나 내러티브 전달이 아니라, ‘선 긋기’라는 행위 자체에 있다. 물감이 마르기 전 물기를 머금은 화면 위에 더해지는 목탄의 선은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조형적 긴장을 형성하며, 이는 곧 작가 존재의 흔적으로 나타난다. 작가의 몸짓과 제스처에서 비롯된 이 선에는 호흡, 리듬, 감성, 그리고 느낌이 고스란히 스며든다. 마치 숨 쉬고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화면 위에 존재하는 이 선은, ‘살아 있음에 대한 증명’이자 ‘삶의 한 형식’이라 할 수 있다.
‘다감각적 풍경’을 주제로 한 김미영 작가는 한국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회화를 수학하며, 동양화의 기법과 서양화의 재료를 결합한 고유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다채로운 색채는 리드미컬한 붓질과 어우러져 독특한 마티에르를 형성하고, 이는 관람자에게 ‘눈으로 그림을 만지는 듯한’ 촉각적 인상을 남기며 다감각적인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유연한 붓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리듬감 있는 제스처 속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자연의 생명력과 ‘기운생동(氣韻生動)’의 순간을 체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특유의 반복과 변주의 선이 돋보이는 Snow Ball 유화 시리즈부터, 펜 드로잉 페이퍼 작업까지 감각과 운율이 흘러넘치는 다감각적 풍경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영하는 세계’의 엄유정 작가는 주변 세계와 작은 대상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대상의 고유한 형태 이면에 숨겨진 다양한 특성에 주목한다. 자연, 사물, 인간을 둘러싼 세계를 유연하게 바라보며, 회화,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그리기를 시도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Night Moves 시리즈에서는 제주도의 여름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비물질적 실루엣이 점차 덩어리감 있는 얼굴 형상인 Night Face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부피가 녹아내리는 빙하의 형상인 Glacier로 변주된다. 유영하는 선과 형태의 흐름 속에서 각각의 독립된 형상들은 서로 교차하고 순환하며, 관람자는 끊임없이 변모하는 추상적 감각 속에서 오히려 세계의 충만하고 해방된 존재감을 경험하게 된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