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슬의 Well-Life]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면 안 돼?”에 대한 나의 답
(시사캐스트, SISACAST= 박이슬 문화평론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면 안 돼?”
몇 해 전, 한 직장 상사가 면담 중 내게 건넨 말이다.
그 시절 나는 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 주어진 일만으로 만족하지 못했고,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찾아 헤맸다. 맡은 업무를 조금이라도 더 완벽하게 해내고 싶기도 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대로 살다가는 내가 도태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늘 여건이 받쳐주지 않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예산과 인력은 부족했고,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해 나는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그 모습을 본 상사는 안쓰러움과 걱정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그냥 쳇바퀴처럼 살아도 돼.”
그 말은 오랫동안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처음에는 서운했다. ‘상사라면 더 잘해보자고 독려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됐다.
정말 다람쥐 쳇바퀴처럼 사는 건 나쁜 걸까? 아니면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걸까?
우리는 흔히 다람쥐 쳇바퀴를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받아들인다. 단조로운 일상, 무기력한 반복, 벗어나고 싶은 굴레를 상징한다. 하지만 다람쥐에게 쳇바퀴는 생존의 기술이다. 에너지를 소모하고 근육을 단련하며, 안전하게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인간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지하철에 몸을 싣는 직장인,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를 등원시키고 장을 보는 부모, 묵묵히 가게 문을 열고 하루 장사를 준비하는 자영업자들…. 겉으로 보기엔 단조로운 반복 같지만, 그 반복이야말로 우리를 지탱하는 근육이 된다. 반복은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기초 체력이다.
하지만 쳇바퀴만으로는 삶이 입체를 갖추기 어렵다. 안정적인 반복은 평온을 주지만, 성장은 새로운 길에서만 찾아온다. 반복 속에서 생존을 유지하고, 새로운 도전 속에서 배움과 변화를 얻는다.
나는 그 사실을 여러 번 몸으로 느꼈다. 어느 해에는 야근과 주말 근무를 불사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몸은 지쳤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은 내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반대로 한동안은 변화를 멈추고, 묵묵히 주어진 일을 반복하며 내 호흡을 다듬었던 시기도 있다. 그 시기의 반복이 없었다면, 다시 도전할 체력과 여유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삶은 결국 두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 같다.
하나는 안정의 쳇바퀴, 다른 하나는 도전의 쳇바퀴다.
하루하루를 묵묵히 반복하며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고, 또 다른 시기에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내딛어야 한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오래 달릴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살아도 된다. 하지만 그 쳇바퀴가 내 전부가 되지 않게 하자.
때로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안정을 누리고, 때로는 쳇바퀴를 벗어나 미지의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 삶. 그 균형이야말로 우리를 지치지 않게 하고, 후회 없는 하루를 만든다.
어쩌면 내 상사가 전하고 싶었던 말도 결국 이것이었는지 모른다.
“조금은 쉬어가도 괜찮아. 하지만 멈추진 말아라.”
삶은 결국 쳇바퀴와 모험 사이의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