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슬의 Well-Life] 고요 속에서 나를 돌보는 계절
“혼자의 시간, 성찰의 계절이 주는 회복의 지혜”
(시사캐스트, SISACAST= 박이슬 문화평론가)
우리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고 새로운 기운을 느낀다. 봄은 설렘과 시작의 계절, 여름은 뜨거운 열정의 계절, 겨울은 인내와 기다림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무엇보다 고요와 성찰의 계절이라 할 수 있다.
높아진 하늘과 서늘한 바람, 발끝에 밟히는 바스락 거리는 낙엽 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바쁘게 달려온 일상을 잠시 멈추게 한다.
잠시 가을의 고요 속에서 나를 두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계절적 감상이 아니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속도와 경쟁을 요구한다. 늘 스마트폰 알림에 쫓기고, 업무와 과제에 시달리며, 쉼조차 계획해야 하는 시대다.
그러나 쉼 없이 달리기만 하는 삶은 결국 지쳐버릴 수밖에 없다. 잠시 멈추어 고요 속에 자신을 두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가을의 고요함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작은 행복을 발견하게 한다. 아침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 늦은 저녁 창밖에 드리운 노을빛, 바람에 흩날리는 코스모스 한 송이. 바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면 쉽게 지나쳐버렸을 순간들이다.
하지만 잠시 고요 속에 머물면 이런 장면들이 마음속 깊이 새겨지고, 그것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작은 기쁨에 귀 기울이는 순간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회복의 시간이다.
이렇듯 혼자의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을의 고요는 더욱 특별하다. 문을 열면 찾아오는 적막은 때로는 외로움으로 다가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을 가장 따뜻하게 돌볼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되기도한다.
혼자의 고요 속에서 들려오는 것은 세상의 소음이 아니라 내 안의 목소리이며, 오늘의 피로를 내려놓고 내일의 길을 차분히 정리하는 힘은 그 고요한 순간 속에서 비로소 자라난다.
이러한 고요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에도 필요하다. 빠른 개발과 경쟁 속에서 지역 사회는 종종 휴식 없이 달려왔다. 그러나 가을의 고요는 공동체가 다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모여 작은 음악회를 열고, 골목길에서 열린 벼룩시장에서 담소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순간들. 그것은 공동체가 고요 속에서 다시 힘을 모으고 지탱하는 방식이다.
또한 혼자의 시간이 반드시 고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요와 나눔이 어우러질 때 삶은 더 풍성해진다.
집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보고, 바깥에서는 이웃과의 가벼운 인사나 지역의 문화행사에 참여하며 고요를 나누는 것으로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삶은 더욱 풍성해진다.
가을은 우리에게 잠시 멈춤을 권하며, 고요 속에 나를 두는 일은 비워내는 시간이 아니라 채워가는 시간이다. 혼자의 고요는 결핍이 아니라 회복의 기회이며, 스스로를 보듬고 삶의 균형을 되찾게 하는 지혜다.
계절이 건네는 이 메시지를 마음에 새길 때, 우리는 다가올 겨울을 더욱 따뜻하고 든든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올 가을, 잠시 고요 속에 자신을 두어 보시길 권한다.
그 시간이 당신의 내일을 더욱 단단히 지탱해 줄 것이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