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어렵게 합격했는데...MZ세대 경찰·소방관이 현장을 떠나는 이유

2025-11-11     최기훈 기자

(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경찰

최근 ‘제복 입은 영웅’이라 불리며 젊은 세대의 선망을 받았던 경찰관과 소방관이 합격의 기쁨을 뒤로하고 줄줄이 현장을 떠나는 ‘줄퇴사’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임용 10년 차 이하의 MZ세대 저연차 공무원들의 이탈이 두드러지면서, 사회 안전을 담당하는 핵심 인력의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때 바늘구멍이라 불리던 공채 경쟁률마저 하락하며,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에서 제출된 자료를 보면, 젊은 경찰관과 소방관의 이탈 심각성이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10년 차 이하 경찰관의 의원면직자(자진 퇴직) 수는 2022년 155명에서 2023년 301명으로 불과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약 94%) 급증했다. 소방관 역시 같은 기간 98명에서 125명으로 늘어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체 퇴직자 중 저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2024년 상반기 기준, 전체 의원면직자 중 10년 차 이하의 비율은 경찰이 77.1%, 소방이 75.0%에 달한다. 즉, 퇴사를 선택하는 공무원 4명 중 3명은 현장에 배치된 지 10년도 채 안 된 젊은 인력인 셈이다.

이러한 공직 기피 현상은 채용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순경 공채 남성 경쟁률은 9.9대 1을 기록하며 20년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소방공무원 경쟁률 역시 지난해 13.8대 1에서 올해 11.5대 1로 하락했다. 이는 전반적인 공무원 인기의 하락세와 맞물려, 경찰·소방이라는 특수 직역의 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찰

청년들의 현장 이탈의 가장 큰 요인은 ‘업무 강도와 위험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보수’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경찰관과 소방관은 상시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예측 불가능한 사건·사고와 잦은 교대 근무 및 야간 근무로 인해 높은 수준의 직무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를 겪는다. 그러나 초임 공무원의 기본급은 민간 기업의 동년배 대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현장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사명감만으로는 현실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토로가 나온다. 특히 젊은 세대는 직업을 통한 '자아실현 욕구'와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중시하는데, 현재의 처우는 이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찰·소방공무원이 짊어지는 막중한 책임과 위험을 고려할 때, 현재의 보수 체계는 그 직무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낮은 보상 외에, 경직된 조직 문화 역시 MZ세대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MZ세대는 수직적인 위계질서보다는 수평적인 소통과 합리적인 업무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생명과 직결된 업무의 특성상 강한 상명하복이 요구되는 경찰과 소방 조직 문화는 이들의 가치관과 충돌하기 쉽다. 개인의 의견이 존중받기 어렵고, 경직된 조직 문화가 비합리적인 업무를 강요할 때 젊은 공무원들은 공직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

소방공무원들이

이들의 대규모 이탈은 결국 치안과 안전이라는 공공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져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온다. 따라서 정부는 사명감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정당한 보상과 안전한 근무 환경이라는 현실적인 유인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업무의 위험도와 특수성을 반영하여 기본급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현장 근무의 핵심인 위험수당, 초과근무수당 등을 대폭 증액해, 고강도 업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을 강화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찰·소방 직무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공안직 수준 이상으로 보수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시간 야간 근무 후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등 현장 공무원의 건강과 업무 집중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필수다. 또한, 수직적 문화를 개선하고 수평적인 소통을 강화하는 조직 개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젊은 경찰관과 소방관의 퇴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 안전 시스템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다. 이 경고음에 귀 기울여 실질적인 처우 개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공직 사회의 인력 공백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