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이슈] 2026년 반도체, 메가 사이클 시대 도래할까
(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시작과 함께 국내 증시에 ‘훈풍’을 넘어선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한국 경제의 간판인 ‘반도체’가 자리 잡고 있다.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고가 범용 메모리 시장까지 집어삼키며, 국내 반도체 산업은 유례없는 ‘슈퍼사이클’의 정점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의 대장주 삼성전자는 2026년 첫 거래일부터 기염을 토했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메모리 초호황에 대한 기대감이 대거 유입된 결과다. 지난 1월 2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8600원(7.17%) 뛴 12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이후 사상 최고가다.
불과 1년 전인 2025년 초 종가(5만3400원)와 비교하면 주가는 140.64% 폭등했다. 시가총액 역시 1년 새 318조원에서 760조원으로 442조원가량 불어났다. 시장의 눈높이도 가파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증권가가 제시한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약 87조1910억원이지만, 최근 일부 증권사는 130조원대라는 파격적인 전망치를 내놨다.
기대감은 이미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2.2% 증가한 1734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특히 12월 한 달에만 207억 달러를 수출하며 월간 최대치를 경신했다. 계엄 전후의 혼란과 경기 침체의 터널을 지나온 한국 경제에 반도체가 구원투수로 등판한 셈이다.
이번 슈퍼사이클이 과거와 다른 점은 ‘HBM(고대역폭메모리)’이라는 고성능 제품과 ‘범용 D램’이 동시에 폭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반도체 시장의 최대 격전지는 6세대 제품인 HBM4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GPU ‘루빈’을 출시하며 HBM4 탑재를 본격화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도권 경쟁은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여기에 구글(TPU), 아마존(트레이니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ASIC) 개발에 나서면서 고객 맞춤형 HBM 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범용 제품의 가격 추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PC용 범용 D램 평균 거래가격은 9.3달러로, 조사 이래 처음으로 9달러 선을 돌파했다. 1년 만에 가격이 6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일반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완전히 고착화됐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설비투자(Capex)는 전년 대비 32.3% 증가한 82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 역시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40% 성장한 2948억 달러(약 426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호황의 이면에는 중장기적 위협 요인도 상존한다.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의 거센 추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년 연설을 통해 반도체 기술 자립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약 72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창신메모리(CXMT) 등 자국 업체들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CXMT는 올해 HBM3E 시장 진입을 목표로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점유율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AI 버블’을 둘러싼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오픈AI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등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빚으로 조달하고 있다. 만약 AI 수익 모델 창출에 브레이크가 걸리거나 금융 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투자 취소로 이어져 반도체 수요가 급랭할 위험이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의 격차도 숙제다. TSMC가 3나노와 2나노 공정을 앞세워 시장 독주를 이어가는 가운데,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올해도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애플 등 빅테크 고객사 확보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이클은 늘 정점에서 꺾였고, 그 끝에는 항상 공급 과잉의 덫이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축배를 들되, 잔을 내려놓은 뒤의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시사캐스트]